채미자, 하나씩 내려놓으며 산다 산문집중 2013년
쌀 씻어 넣은 솥
손바닥을 넣었따 뺏다
손등으로 올라오는 물의 눈금을 잰다
물을 조금 덜어내다 찔끔 더 부었다
쌀에 물을 맞게 주어야 밥이 고슬하다
쌀마다 다른
물배꾸리 맞추기 어렵다
들락거리는 식솔
끼니마다 쌀과 물량이 일정하지 않다
밥 짓기 수십 년
아직도 물의 수치를 맞추기 어렵다
그래서 조금 되면 된 대로
질면 진대로 먹는다
부부로 살아내기 또한
구름 한 조각. 바람 한 올에도
출렁거리는 감정을 잘 읽고 맞추어야 하는데
밥물 맞추기 같아서
그러면 그런대로
저러면 저런대로 흔들리며 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