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미자, 하나씩 내려놓으며 산다 산문집중 2013년
강의가 끝나고 출입문 여는 순간, 땀에 젖어 후줄근한 G선생이 계면하게 서 있지 않은가. 일과를 끝내고 급한 일을 처리하느라 늦은데다가 차까지 막혔단다. 교수님과 문우들, 수필이 익어가는 분위기에 잠시라도 젖고 싶었을까. 늦은 시간인데도 불구하고 달려온 선생님의 열정이 대단했다. 우리는 그냥 갈 수 없어 길목 호프집에 들어갔다. 팥빙수와 아이스크림, 계란찜도 준비되었다. 바쁘게 살면서도 언제나 상냥한 G선생의 땀 냄새가 운치를 더 했다.
그 누구의 땀 냄새냐에 따라 향기로울 수도 역겨울 수도 있지 않은가. 태속에서부터 맡은 어머니의 땀 내음은 더할 수 없이 향기로운 향수였다. 출타하시면 나는 무명적삼을 안고 킁킁거리며 잠들었다. 어느 초여름 밤이었다. 자정이 넘도록 타작보리 체질하고 계셨다. 그 곳엔 밤이면 살쾡이가 가끔 마을로 내려와 가축을 잡아가고 사람도 홀린다는 말이 있기에 어린 나는 마루에 앉아서 눈을 비비며 어머니를 지키다 설 잠이 들었다. 일을 끝내고 안아 뉘는 그분의 땀 냄새가 가슴저리도록 향기로웠다.
또한 둘째 아들의 땀 냄새이야기는 지금 생각해도 향기롭다. 군복무시절 상관이 목욕을 가자고 해서 따라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동기들이 수건을 목에 걸고 산더미 같은 쓰레기를 치우고 있었다. 아들은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상관의 양해를 구하고 그들과 함께 일을 했다고 한다. 일을 끝내고 앉아서 나누는 담배 한 개비의 맛은 최고였다고 했다. 향기로운 땀을 흘릴 줄 아는 아들이 대견스러웠다.
G선생은 직장을 가진 중년의 주부다. 퇴근하고 강의 중간쯤에 헐떡거리며 숨을 진정하고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조용히 들어와 내 곁에 앉는다. 집에서 편히 쉬고 싶을 텐데 달려오는 그녀가 존경스러워선지 땀 냄새가 역하지 않고 향기로웠다.
G선생의 상큼한 그 땀 냄새, 아마도 남을 위하는 보람있는 땀이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