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의 뿔

채미자

by 채미자

사슴이 운다. 목을 길게 빼고 턱을 쳐든 채

최대한 크게 암사슴을 부르는 소리

고요를 깨고

산자락에 얹힌 바람의 심장에 꽂힌다


봄빛이 말갛게 돋아나

단단해지면서 별자리처럼 자라난 뿔, 몰캉한 하늘에서 별이 빛난다

절정으로 치달은 꼿꼿한 왕관

암컷이 모여든다


사내가 자르고 있는 것은 의무

자존뿌리까지 잘녀나갈 것이란 걸

사내는 안다

고통이 흘러내린다 허공을 들이받는다

들이 받는다 없는 뿔로

바람이 혓바닥으로 부드럽게 핥는다


허공에 뿔의 문향이 있다는 것을 안다 사내는

다 내준 자에 슬픔이 낭자하다는 것도


슬픔은 한동안 사육장 구석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을 것이다


울음이 아물지 않은 시간 속에서 비린내가 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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