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 머리 감기
머리 감기에 관한 글을 읽었다. 머리 감기는 크게 세 단계가 중요하다고 한다. 첫 번째는 물로 두피와 머리를 잘 적셔주는 것, 두 번째는 샴푸는 머리카락이 아니라 두피에 거품을 내는 것 마지막으로 잘 헹구고 잘 말리는 것이다.
각각 단계들을 따져보니 당연한 이야기다. 잘 적셔야 불리기도 하고 거품 낼때도 쉽다. 대충 묻히면 어려워진다는 걸 체감으로 안다. 그런데 처음엔 두 번째를 듣곤 헷갈렸다. 예전에 들었던 건 샴푸로 두피를 마사지하면 안 된다는 거였는데 이번에 반대여서이다. 그런데 머리에 기름은 두피에 주로 있지 머리카락에 있는 게 아니란 말에 설득됐다. 두피에 있는 먼지와 기름을 잘 닦아야 한다는 것이다. 손에 뽀득뽀득한 느낌이 나게 잘 헹궈야 머리에 샴푸가 끼지 않고 트러블이 생기지 않는다. 잘 말려줘야 안 좋은 균? 들이 번식하지 않는다. 이왕이면 선풍기에 찬 바람으로! 뜨거운 바람으로 말리는 건 피부에 안 좋으니. 이제야 이 순서를 체계적으로 알았다는 게 신기하다.
사과의 태도
최근에 한 일을 보고 사람 사이 화해의 모습과 머리 감기의 방법이 비슷하단 생각을 했다. 어떤 사람과 내가 다퉜을 때 내가 만약 잘못했다면 내가 먼저 용서를 구하고 화해를 시도해야 한다. 용서를 구하러 간 줄 모르고 있는 상대에게 내가 다짜고짜 퉁명스럽게 '전에 미안했다.' 했다면 상대는 어이없어 대꾸를 안 할 것이다. 대꾸 없을 잠깐 사이에 바로 내가 '난 사과했다' 하고 돌아선 후, 난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어떨까? 이 모습이 머리를 막 감는 모습과 비슷하다 생각했다.
대충 물 적신 후 머리카락에만 샴푸 묻혀 살짝 거품 낸 다음, 끼적이는 수준으로 헹구고 수건으로 털기만 하고 말리지 않는 모습. 안 하느니만 못한 상태가 된다.
누군가와 다퉜다면 다시 이야기할 때엔 조심히 다가가며 천천히 거리를 좁혀야 한다. 내가 먼저 잘못했다면 거리를 좁힌 후에 본론을 꺼낼 때도 조심히 꺼내야 한다. 동시에 에둘러 말하지 말고 정확히 뭘 잘못했는지 말하며 그 부분에 대한 사과를 정중히 구해야 한다. 상대의 용서를 받든 안 받든 상대의 마음을 듣고 그다음 이야기를 정리해서 마무리해야 한다.
천천히 거리를 좁히되 해야 할 것은 제대로 하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천천히 거리를 좁히되 해야 할 것은 제대로 하고 마무리도 깔끔하게. 머리 감기의 세 단계가 그러하듯 사람 사이에 화해도 이런 단계가 필요하다. 우리는 잘못 인정하기 머쓱해서 후다닥 상대에게 가서 대충 사과하고 얼렁뚱땅 마무리하고 피한다. 이러면 헹궈진 것도 아니고 트러블만 생기게 된다. 트러블이 생기면 트러블도 치료해야 한다.
시작부터 잘해야 한다. 지금부터 잘하면 된다.
이제야 머리 감는 법을 알게 되어 허탈한 마음이 들었지만, 앞으로 제대로 감을 수 있게 됐으니 좋은 일이다. 이처럼 사람 사이에 화해의 태도도 이제라도 알게 됐으니 앞으로 잘하면 되니 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