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한 가지 결심 아닌 결심을 했다. 기회가 온다면 잡자고. 잡히지 않아도 잡아보자고. 브런치 작가 지원을 했고, 매거진 출판에 도전했다. 입상하지 못했지만 괜찮다. 카카오 채널에 여럿 나왔던 기회도 있었고 꾸준히 쓸 기회도 생겼다. 덕택에 1달 만에 내 글을 읽어주는 500명 구독자분들을 얻었다.
한 저자분이 이런 이벤트를 했다. 서평을 쓰면 식사할 기회를 준다고. 그래서 바로 읽던 책을 접고 이 책을 읽었다. 바로 썼다. 이 글이다 '<인문학 습관>을 읽고' 그리고 이벤트에 선정됐다. 난 내가 될 확신이 있었다. 응모자 수가 적었다지만, 그것과 상관없이 그냥 그랬다.
링크된 글에 실린 것처럼 내 나름에 저자와 만나야 할 이유가 있었다. 만났다. 이야기했다. 4년 전 나를 기억했으며(그 당시 머리가 망했었는데, 이상한 머리로 기억하신..) 식사하기를 약속했다. 기회를 잡으러 갔으며 잡은 것이다.
물에 손을 넣을 용기
집에 오는 길에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요즘 기회들이 눈에 보이고 잡으려 하면서 삶이 재밌어짐을 느꼈다. 그런 기회는 보는 게 아니라 잡는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내 인생에 흐르는 많은 시간 속에 '기회'라는 물고기가 지나간다. 바라보기만 하면 잡을 수 없다.
손에 물을 넣어야 한다. 잡으려고 재빠르게 움직여야 한다. 동시에 물에 손을 넣는다고 잡는 게 아니다. 바라보고 있다 잡아야 한다. 그게 안 될 때는 뭔가 움직인다 싶으면 빠르게 넣고 보는 것이다. 작든 크든 뭐든 잡아봐야 한다. 작은 성공의 경험이 자신감을 만든다. 그 덕에 더 기회를 잡을 힘이 생긴다. 기회는 계속 잡으려는 자의 손에 잡히는 것이다.
말콤 글래드웰이 <아웃라이어>에 인용하여 더 유명해진 성경 구절이 떠올랐다.
'무릇 있는 자는 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
마태복음 25장 29절
기회가 보일 때마다 잡기로 했다. 흐르는 물을 주의 깊게 보며 움직인다 싶으면 물에 손을 넣기로 했다. 허탕을 치든 물이 차가워 시리든 퉁퉁 불든. 하다 보면 잡힐 것이고 잡다 보면 방법이 보일 것이다. 몸에 익고 눈에 익게 된다면 이제는 즐길 때이다.
글을 쓰고 잠들기 전, 오늘 7시에 일어나야지 하고 잠에 들었다. 7시에 일어났다. 잠시 뒤척이다 다시 잠들었다.
손에 물을 담가둔다고 기회를 잡은 게 아니듯, 눈을 떴다고 일어난 것은 아니다. 자리에 일어나 하루를 시작해야 정말 일어난 것이다. 오늘 7시 기회 잡기는 실패했지만, 이 실패 덕에 내일은 성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