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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03. 2015

나는 아이 때 어떠했을까

요즘 그런 이야기를 자주 들었다. 나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 남이 보는 나의 성격에 대한 이야기. 다소 충격적이었다. 그러면서 익숙한 느낌이었다. 내 삶 속에 일관적으로 전달받은 내 성격에 대한 이야기지만 매번 흘려들었나 보다.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그러면서 내가 나의 성격, 남이 보는 나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알고 싶었다.


최근 또 한 일이 있었다. 심리 테스트였는데 처음엔 장난으로 했는데 하고 보니 내 심리가 꽤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놀라웠다. 내가 의식하지 않던 부분이었는데 그게 명확히 드러났고, 그 드러난 것을 보고 내 숨겨진 의식을 보게 된 것이다. 내가 그냥 지워졌다고 생각했는데 잊고 지낸 것이었다. 내 안엔 분명 아직 남아있었다. 내가 나를 잘 모른 채 지낸단 생각을 하게 됐다.


<인문학  습관>에서 제안한 프로젝트 중 하나를 하기로 했다. '적성 찾기' 프로젝트이다. 21일간 진행된다. 그 시간 동안 내 적성 찾기는 어렵다. 하지만 내 적성을 알기 위해 '나'를 알아야 했고 21일 정도면 나에 대해 집중해볼 시간이라 생각했다. 그 시작으로 오늘은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



마이북 프로젝트 첫 번째 시간



"마이북 프로젝트" 21일의 목표는 '나를 알아 내가 발전시킬 3가지를 찾는다'이다.


오늘의 질문 전부를 다룰 수는 없었다. "지금의 나와 어린 시절 나의 같은 점과 다른 점"에 대해 집중해보기로 한다.


어렸을 때 나는 굉장히 소심했다. 초등학교 때 수업에 늦으면 교실 뒷문을 잠갔는데, 나는 앞문으로 못 들어갔다. 앞문은 선생님만 들어가는 것이란 생각이 있었고, 지각해서 앞문으로 들어가는 건 엄청난 주목을 받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업 끝날 때까지 밖에서 시간을 보냈다. 이 경우는 대학교 때도 몇 번 있었다. 큰 강의실 중 앞문만 있는데 늦은 경우엔 안 들어갔다.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았다. 학기 초 아무도 모르는 반에 들어가 처음 보는 아이와 같이 앉는다는 그 자체가 내겐 고문이었다. 그래도 학기 초만 버티면 됐고, 중고등학교 때는 그래도 한 명쯤은 반에 아는 애가 있었다. 그것만으로 위안이 됐다. 문제는 대학교였다. 정말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는 곳에 간단 생각에 진짜 가기 싫단 생각을 했다. 


사람들 사이에 낄 때 유머를 못 던졌다. 가끔 유머를 던지고 싶을 때가 있었는데 자신이 없었다. 도대체 언제 던져야 하지?  한두 번 던졌는데 도무지 웃질 않고 차갑게 식었다. 난 재미없는 사람인가 싶었다.


책 읽기와 글쓰기를 전혀 즐기지 않았다. 책 읽기를 한 것은 해리포터 여러 번 읽은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읽은 것과 몇몇 책을 더 읽은 것 외에는 별로 없었다. 초등학교 때부터 만화책을 좋아한 것 빼고는. 글쓰기는 아예 안 하고 살았다.


이 부분들은 전부 달라졌다. 달라진 점은 이렇다.


이제는 이전보다 뻔뻔해져서 남들이 뭐라든 말든 내 할 일을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남의 생각은 남의 것이고 내 생각은 나의 것이란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생각이 점점 다듬어지면서 삶에 자유로움도 찾아왔다. 소심한 모습이 차츰 줄어들게 됐다.


지금도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는 데엔 에너지를 써야 한다. 하지만 예전만큼 부담감이나 죽을 만큼 피하고 싶거나 하지는 않다. 때론 즐겁기도 하다. 전혀 문제가 없게 됐다. 


유머 던지기는 이제 때가 보이면 던질 수 있게 됐다. 대놓고 웃기는 성향은 아니지만 천천히 조용히, 알고 보면 재밌는 사람이란 소리를 자주 듣는다. 친해지면 대부분 그렇지만 드립과 말장난을 정말 잘한다. 


책 읽기는 내 취미를 넘어선 삶이 되었고 글쓰기는 그렇게 되는 중이다. 


한결같은 부분을 이야기하면 덕후 기질이 있다. 한 가지에 꽂히면 쭉 하는 성향이 있다. 그리고 깊게 파려 든다. 게임을 할 땐 이 성향이 장점이자 단점으로 작용했다. 중고수 소리를 들을 때까지 하기 위해 수능 공부 때보다 더 집중해서 연습하고 피드백하고 배우러 다녔다. 


한결같다면 살짝의 덕기질. 무언가에 꽂히면 엄청 깊게는 아니지만 살짝 깊게 파본다. 이 적당한 덕기 진 다방면에 적용된다. 커피나 음향을 취미로 할 때도 전문가는 아니지만 입문자보단 많이 알고 접한 수준까지, 만화책 등도 웬만큼 읽어본, 빠져든 취미 자체에선 대부분 살짝 넓고, 조금 깊게 수준을 유지한다. 초등학교 땐 딱히 취미랄 게 없어서 주로 다양한 게임에 몰두했다.


예전에는 쉽게 중독됐는데 이젠 어느 것에 쉽게 중독되질 않는다. 다양한 취미가 생긴 후로는 게임에선 멀어졌다. 중독성 강하기로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FM과 같은 게임도 일주일 정도만 중독됐다 헤어나왔다(?!). 스타크래프트 2라는 게임에도 중독적으로 하고 있길래 1주일 만에 지웠다. 날 중독시키는 것에 거부 반응을 느끼는 것 같다. 그게 특별히 내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 때.


또 교우관계가 엄청 좁다. 친한 친구라 불릴 사람은 인생의 분기에 다섯 손가락으로 충분히 꼽는다. 쉽게 친해지지만 긴밀해지는 데엔 시간과 무언가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된다면 현재까지를 볼 때 평생 쭉 가려고 하는 것 같다.


고집이 있다. 내 생각이 뚜렷했다. WHY? 가 납득 안 되면 못 했다. 어릴 때 수영을 배우란 부모님의 말씀에 구명조끼를 입으면 된다고, 배를 안 타거나 비행기 타고 다닐 거라고. 비행기 떨어지면 그냥 죽는데 왜 배워야 하느냐고 반박했단다. 피아노 배우라는 말엔 내가 피아니스트가 될 게 아닌데 왜 배우느냐고 했단다. 어릴 때부터 일종의 (개똥)철학을 갖고 살았나 보다. 이 성향은 장단이 뚜렷하다. WHY가 뚜렷하면 고집 있게 쭉 나갈 수 있는 데 없으면 아예 못 하거나 해도 무기력하다. 


시간을 돌아보고 생각한 나에 대한 이야기


어릴 때부터 있던 성격은 덕기질이 있고, 교우 관계가 좁고, WHY 의 유무를 중요시함이다. 어릴 때는 그랬지만 지금은 안 그런 성격은 소심했지만 이젠 그때만큼은 아니고, 처음 보는 사람과 만나도 이제는 큰  압박을 받지 않으며, 대화하며 유머 던지는 데에 무리가 없게 됐고, 책 읽기와 글쓰기를 즐기게 됐다.


시간을 좀 더 들인다면 내 어릴 때 생각을 더 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오랜만에 옛날 생각 하니 느낌이 새롭다. 차근히 21일을 보내다 보면 더 생각날 것 같아 기대된다. 오늘의 글은 내가 원래 쓰던 글과 달리 뚜렷한 메시지가 없이 그냥 나에 대해 쓴 글이다. 현재 내 블로그 성격과 어울리는 지 감이 오진 않는다. 고민해볼 부분이다. 어찌됐든 꾸준히 쓰는 데에 의의를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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