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에 생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한 가지 방법
마이북 프로젝트 열한 번째 시간
"마이북 프로젝트" 21일의 목표는 '나를 알아 내가 발전시킬 3가지를 찾는다'이다.
오늘의 질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배우려 한 것은 무엇인가? 그중 내가 몰입해서 배운 것은 무엇인가?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들은? 그것의 공통점은?'이다. 배우고자 한 건 여럿 있었지만 질문의 필터를 통과할 만한 게 별로 없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내가 정말 몰입해서 배우고 싶던 것은 2가지다. 커피와 그냥 지식이다.
커피는 2010년 말부터 관심을 가졌다. 알게 모르게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쯤에야 아메리카노가 소개되고 카페가 조금씩 많이 생기던 때였다. 드립 커피를 먼저 시작했다. 필리핀에 가서 머무는 동안 첫 드립 세트를 가져가서 시작했다. 아무것도 모른 채. 드립 도구와 그라인더, 원두를 들고 갔던 기억이 난다. 포트가 없어 종이컵에 정수기 뜨거운 물을 담아 드립 했다. 마침 바리스타 준비하는 형이 있어 도움을 받았다.
그 이후로는 마이프레시라는 에스프레소 추출 기구를 사서 한참 마셨다. 더치 커피를 만들기 위해 자작도 해보았고 침출식이라는 방식도 해보았다. 돈을 모아 가찌아 퓨어라는 에스프레소 머신과 바리오라는 그라인더를 사기도 했다. 정식 더치 기구 하나를 더 사고 다양한 드리퍼들을 샀다. 네이버 카페에서 커피 카페를 항상 들락날락했다. 추출의 원리 등을 계속 찾아 공부했다. 나중엔 원두를 내가 볶아 먹기도 했다.
두 번째는 그냥 지식에 대해서다. 하루 100쪽 읽기 습관이 완전히 몸에 새겨지고 나서부터 무언가 달라졌다. 처음엔 매일 '100쪽'을 읽기 위해 진짜 다양한 책들을 읽어냈다. 그때 마침 도서관에서 일하고 있었던 게 참 도움이 되었다. 매일 수많은 사람이 읽고 반납한 책을 정리하면서 '이런 책들이 있구나'를 알게 되고, 새로 들어온 책을 보면서 '이런 책이 나왔구나'를 알게 된다. 그러면서 가장 먼저 읽을 기회를 자주 얻었다. 지금도 도서관에서 책을 계속 빌려 보고 있다. 어떤 것을 쫓는지 아직 모르지만 '지식' 자체에 대한 갈망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으로 배우고 싶은 것은 지금 배우고 있는 것들의 양질을 올리는 것이다. 그리고 배운 것들을 글들에 녹여 배운 것들을 잇는 것, 이은 것들 속에 새로운 가치를 찾아 또다시 글로 쓰는 것에 대해서다. 한동안은 글이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일 것 같다.
내게 배운다는 것은 경험해본다는 것이다. 한 번 만나보고 다시 만날지 결정하는 소개팅과 같다. 그냥 한 번 만나고 끝날 수도 있고 애프터가 잘 돼서 몇 번 더 만날 수도 있고, 연인으로 시작하듯 본격적으로 배울 수도 있다. 무언가 배우는 삶은 자기 삶에 관심을 두고 애정을 갖게 한다. 배울 게 있기 때문이다. 취미가 되었든 무엇이 됐든. 걸어 다니면서 무언가 배우는 사람을 보자. 그의 삶은 배움으로 차있고, 관심으로 차있고, 그 삶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차있다. 내게 배움이란 사랑의 다른 말과 비슷하다.
배움, 다양한 삽질을 통해 나를 알게 하다
나를 끌어당긴 것들의 공통점은 잘 모르겠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를 돌아봤을 때 흥미 있는 것을 발견하면 뭐가 되었든 파고 들어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어느 정도 깊이가 되면 멈추기도 하지만. 나는 다양한 곳에 삽질을 해두었다. 언제 어떻게 연결될지 모르지만. 이것들은 언젠가 연결될 것이다.
배움은 삶의 경험과 같다. 다양한 것을 배울수록 다양한 경험을 해본 것이다. 얕은 지식이어도 쓸모가 있고 깊은 지식이면 더 좋을 때가 있다. 지식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경험에 대한 이야기, 노출에 대한 이야기다. 모든 분야에 학사 이상의 지식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모두가 꼭 프로처럼 배울 필요도 없다. 중요한 건 배울 기회가 생겼을 때 배워보는 것, 다양한 분야에 마음을 열어두는 것, 그중 꽂힌 것에 몰입해보는 것이다. 넓이든 깊이든, 양이든 질이든 무엇이든 좋으니 배워보는 것이다. 배움은 배운 후 얻게 될 지식뿐만 아니라 배우는 과정에서도 우리에게 생기를 준다.
한 번은 집중해보자. 몰입할 때에 느껴지는 생명력이 있다. 그 한순간 하나에만 집중해보자. 그것만 하기 위해 사는 사람처럼 있을 때의 느낌은 해본 자만이 안다. 무언가 하나에 꽂혔을 때 그것에 대해 알아가고 해보고 익히는 즐거움은 삶의 원동력이 된다.
또 다양한 경험을 해보자. 다양한 것을 배워볼수록 나에 대해 알 수 있다. 더 많은 것을 배워가면서 더 넓어지는 나를 볼 수 있다. 배우기 이전과 나는 분명히 다르다. 지식의 활동 반경이 넓어진 사람은 좁은 사람에 비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하기 쉽다. 기회를 포착할 확률이 더 높다. 보이는 게 많고 들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
많은 경험은 글과 삶을 풍요롭게 한다
글을 쓸 때 특히 배움의 필요성을 느낀다. 내가 쓰는 글은 결국 내가 살아온 것만큼만 쓸 수 있다.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에 대해 논하면 빈약하다. 어색하고 내 것 같지 않다. 읽는 사람도 그걸 느낄 수 있다. 동시에 내가 다양한 경험을 할수록 내 이야기를 풍성하게 전달할 수 있다. 더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 커피로 비유한 표현을 자주 쓴다. 내겐 그 모습이 아주 익숙하기 때문이다. 내가 더 진한 경험들, 몰입해본 경험이 많다면 더 다양한 비유를 쓸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원리는 글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대화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도 같을 것이다. 극도의 깊이가 있는 사람도 매력적이고 배울 점이 많지만 동시에 다양한 것에 관심을 두고 배우는 이들도 매력적이며 배울 것이 많다. 선택은 자신이 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 선택은 피하자. 배우지 않는 것, 경험하지 않는 것. 내 삶의 원석의 다양한 면을 만들어줄 소중한 기회를 날리는 것이다.
우리 한 번 배워보자 우리 삶을 사랑하자
내 흥미에 계속 예민하자. 한 번 배워보자. 안 맞으면 다음에 안 배우면 된다. 그 한 번의 배움이 나를 아예 새로운 곳으로 가게 해줄지 누가 알겠나. 다른 곳에서 들은 '한 마디'가 내 삶에 어떤 통찰을 줄지 모르는 것이다. 많이 배우는 만큼 많은 가능성을 만난다. 설령 어떤 도움도 안 되는 것 같아도 어떤가? 새로운 것 하나 배우는 자체가 즐거운 일 아닌가? 세상에 대해 하나 더 알 수 있다는 것이 즐겁지 아니한가? 즐기다 보면 그 또한 무언가 될 것이다. 즐기며 살자.
연말이 되면 사람들은 이것저것 마무리하고 또 새해를 계획한다. 1월이 오기 전 무엇 하나 배워보면 어떨까? 드로잉, 뜨개질, 운동 아니면 그냥 책 한 권이라도. 또는 내 주위 사람들의 고민에 대해서, 미래 계획에 대해서, 예전에 품었던 꿈에 대해 물어 그들에 관해 배워볼 수도 있다. 아니면 일기를 쓰면서 오늘 하루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적을 수도 있다. 우린 어디서든 무엇이라도 어떻게든 배울 수 있다.
배우고자 하는 이들의 눈엔 관심이 있고 총기가 있다. 생기가 담겨 있다. 무언가 반복되는 삶에 지쳤다면 생기를 넣어보자. 아무도 내 삶에 생기를 넣어줄 수 없다. 내가 넣어야 한다. 그럴 때 가장 좋은 게 배우는 것이다. 그러니 우리 한 번 배워보자. 우리 삶을 사랑하자. 생기있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