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다 아마추어다
"기타 못 치지?" 옆에 기타가 있어 한 번 집어 들었다. 자세를 잡고 기타를 조금 튕기려 하자마자 들은 말이다. 그 말에 순간 멈칫했다. "그냥 뭐 코드만 쪼금 잡을 줄 알아~" 하곤 코드 몇 개 짚어보곤 이내 내렸다. 썩 잘 치진 못하기에 어설프게 칠 바엔 안 치는 게 낫겠다 싶었다. 칠 마음, 자신감이 사라진 것이다.
한국에 온 외국인이 한국어 한마디만 해도 한국어 잘한다고 칭찬한다. 캐나다에 다녀온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거기에선 다른 외국어로 인사 한마디 할 줄 알아도 자기는 그 외국어 할 줄 안다고 한다더라. 언어뿐만 아니다. 우린 무언가 하면 잘해야 하는 강박증이 있어 보일 때가 많다.
악기를 연주하면 프로처럼 연주해야 연주할 줄 안다고 말할 자격이 있고, 다른 외국어를 하면 그걸로 자연스럽게 대화하고 심지어 토론까지 해야 외국어를 할 줄 안다고 말할 자격이 있다 여긴다. 그래서 그런 실력이 되기 전까지 자신감이 없다. 자신감이 없으니 더 하지 못하게 한다. 더 발전할 기회가 꺾인다. 발전하지 않으니 하고 싶지 않게 한다.
홍대를 걷다 외국인 무리가 지나가며 오늘 한국어 배웠다며 한마디 했다. '존나 쩌러!!' 진짜 놀랍다 생각했다. 억양도 그렇지만 그런 표현을 알고 해봤다는 게. 누군가 새로운 걸 도전한다면 응원하자. 하나라도 할 줄 안다면 칭찬해주자.
못해도 된다. 프로가 될 거 아니니깐. 그냥 시도해본 건데 반응해줄 때 이왕 좋게 하자. 우리가 대화할 때도 모든 한 마디가 대단한 말을 하는 게 아니다. 시시콜콜한 말에 반응하지 않나. 그게 좋은 대화를 만들지 않나. 상대방의 시도와 도전에도 그렇게 반응하자.
아마추어, Amateur는 라틴어 Amator에서 왔다고 한다. 무언가 사랑하는 사람이란 뜻이다. 돈을 벌기 위해 하는 전문가가 되기 위함이 아니라 그냥 좋아서 하는 거다. 삶을 사랑하니까 다양한 걸 경험해보는 거다. 프로 강박증에 걸리면 삶이 일이 된다. 삶을 사랑하고 즐기자.
아마추어를 프로페셔널하게 만드는 힘
프로페셔널은 주로 돈을 받고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을 말한다. 아마추어와 상반된 의미이다. 그래서인지 아마추어는 프로보다 못하다는 의미로 쓰일 때가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보면 좋겠다. 처음 배울 때의 흥분과 환희도 있지만 더 알고 실력이 더 늘면 더 누릴 수 있는 게 많아진다. 프로페셔널한 아마추어가 되자.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도 삶을 그렇게 만끽하게 도와주자. 칭찬 한마디에 프로 아마추어로 만들 힘이 있다.
수업을 배우다 춤을 췄다. 선생님이 댄스 학원에 다니고 댄스를 좋아한다. 간단한 스텝만 배웠다. 좋아하는 음악에 몸을 움직이니 재밌었다. 한 친구가 왜 이렇게 잘 추느냐고 했다. 나는 스스로 몸치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놀랐다. 그 한마디에 재미가 생겼고 자신감이 붙었다. 다음에 배울 기회가 또 있다면 지금보다 흥미가 더 생길 것 같다. 칭찬의 힘이다. 글 잘 쓴다는 말 한마디가 나를 브런치에 있게 했듯.
놀라운 일이 있었다. 내게 그렇게 말한 친구가 얼마 있다가 잠시 기타를 배우게 됐다. 내가 보기엔 기타에 재능이 있었다. 그래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어떻게 그렇게 금방 하느냐고. 좀만 더 연습하면 한 곡 연주할 수 있겠다고. 친구는 말했다. 칭찬받으니 기분 좋다고, 더 하고 싶다고. 얼마 안 가 정말 연습해서 그 곡을 연주할 만큼이 됐다.
그 친구는 내게 말한 한마디는 기억 못 할 거다. 다른 상황이었다면 상처받을 수도 있고 기분 상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내가 선택한 최선의 반응은 그저 칭찬해주는 것이다. 칭찬의 가치를 알려주는 것이다. 자신이 기분 좋아져 봐야 남에게 해줄 수 있으니깐. 내가 했던 최선의 '복수'는 비난을 칭찬으로 돌려준 것이다. 칭찬의 선순환이 돌게 한 것이다.
삶을 정말 사랑하는, 프로 아마추어를 꿈꾸며
나의 칭찬 한마디에 그 친구는 기타에 흥미를 얻게 됐다. 자신감이 붙었고 여러 시도를 해보게 됐다. 실력이 늘었다. 한 곡 어설퍼도 기타를 연주할 줄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내가 첫 연설을 끝마치자 어른 몇몇이 내게 와서 칭찬을 해주었다. 나 스스로도 그들과 추억을 나누는 일이 썩 괜찮은 일이었다. 내가 '말하는 직업'을 갖기로 결심하게 된 데에는 이때의 경험이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할 수는 없다. <대화의 신> 중, 래리 킹 저,
래리 킹의 생애 첫 연설 후 들은 칭찬이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재미를 주었다. 해볼 만한 일임을 알게 했다. 그것을 계기로 그는 세계 토크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된다. 말을 좋아하는 그가 말을 업으로 삼게 된 시작점이 여기였다. 전설의 시작은 칭찬에서 시작된 것이다.
칭찬이든 지적이든 말한 사람은 대개 기억 못 한다. 들은 사람만 기억한다. 그 한 마디로 누군가는 자신감을 잃고 할 마음이 사라진다. 누군가는 자신감을 얻고 의욕이 생기고 더 나아가 의미를 얻게 된다. 정말 말려야 할 게 아니라면 이왕 한마디를 할 때 칭찬으로 상대에게 시도할 힘을 주자. 그가 시도한 것을 기회가 되게 도와주자. 삶의 의미를 이어주는 사람, 삶의 가치를 찾아주는 이가 되자.
나의 삶을 사랑하듯 내 주위 사람의 삶도 사랑하자. 같이 즐기며 살자. 같이 삶을 사랑하자. 같이 사랑하며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