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Nov 24. 2015

<최고의 공부법>을 읽고

한줄평 : 하브루타를 하는 유대인은 우왕굳킹왕짱만만세

다니는 학원에 '하브루타'라는 이름의 수업이 있다. 각자 책을 읽고 영어로 대화하는 시간이다. 이 학원에서는 하브루타 방식을 중점적으로 사용하려 한다. 나는 공부법이나 교육에 관해 관심이 있기에 다니기 전에 하브루타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여기서 활용되는 모습을 보고 여러 가지를 배우게 됐고 또 원래 하브루타는 어떤 것인가 궁금하게 됐다.


다른 제목 비슷한 내용의 책


'하브루타'라는 주제로 책을 유독 많이 내는 분이 있다. 그 책들 대부분이 이 책을 쓴 전성수 저자의 책이다. 예전에도 한 번 이 분의 책을 읽은 기억이 난다. 하브루타에 대해 새로운 무언가를 알 수 있을까 해서 이번 책을 읽었다.


책의 내용을 한마디로 하자면 '하브루타를 하는 유대인은 우왕굳킹왕짱만만세'의 반복이다. 아무도 강조할 때 '킹왕짱우왕굳만만세'라는 수식어를 쓰지 않는다. 세 단어 다 진부하며, 세 단어를 한 번에 쓰는 건 무척이나 억지스럽고 어색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이 딱 그렇다.  계속되는 찬사와 찬미의 연속에 진부함과 질림을 느끼게 한다.


하브루타에 관한 많은 책을 낸 분이지만 새롭거나 다른 점은 거의 없다. 그냥 최근에 읽은 교육 관련 책 내용을 좀 더 추가한 것이 전부이다. 책의 내용 구성에서 개연성이 잘 느껴지지 않는다. 수십 개의 단상을 그냥 쓴 다음 그걸 억지로 꿰맞춘 느낌이 든다. 각 단상에선 교육법이나 하브루타에 대한 내용을 알 수 있지만 책 전체로 볼 땐 서로 싸우고 있다.


책 안에서 보는 이중 인격


책 앞에서는 고시 공부에 암기를 잘한 사람을 선발해서는 안 된다는 말을 했다. 암기보다는 지식의 활용이 더 중요하단 의미였다. 하지만 얼마 안 가 한국의 교사 수준이 세계 최고라  이야기한다. 왜냐하면 임용'고시'를 통과하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그에 따르면 고시는 암기 공부이며 그걸로는 어떤 실력을 나타낼 수 없고, 지식의 활용을 하기 위해선 하브루타를 해야 한다. 임용 고시가 다른 고시와 달리 토론과 지식의 활용을 묻는지는 모르겠다. 고시의 특성상 다른 고시와 크게 다르진 않을 거다. 그러니 그가 요구한 '활용'능력을 고시가 증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그는 교사의 높은 수준의 근거가 '고시의 어려움'이라 이야기한다. 


그 바로 다음에 교사의 수준을 대학 입학 수준과 IQ 수준으로 볼 때 핀란드도 우리나라를  따라오기 어렵다까지 이야기한다. 공부의 본질에는 암기보다 활용, 정답보다 다양한 해답을 추구해야 한다고 계속 주창한 그이다. 그런데 유독 교사에 있어선 암기를 잘하여 정답을 잘 맞힌 점을 높이 산다는 것이다. 그에 전체 논지에 따르면 하브루타와 완전 정반대로 공부했는데 말이다. 나는 지금 우리나라 교사의 수준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저자의 논리가 책에서 혼자 엉키고 있단 걸 이야기하는 것이다.흡사 이중 인격처럼 앞에선 암기한 공부의 한계와 단점을 이야기하고 뒤에선 암기한 공부를 열심히 하면 수준이 높다고 이야기한다.


전제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길을 잃은 전제


또 그는 열심히만 하면 안 된다며 열심히 하는 것의 전제 조건을 이야기한다. '방법이 옳아야 한다'며 '몇 년 동안 혼자서 바둑을 아무리 열심히 두고 열심히 공부한 사람도, 정확하게 가르치는 바둑 고수에게 1년 배운 사람을 결코 이길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공부를 아무리 열심히 해도 성적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 또한 이상한 부분이 있다. 1년 간 배운 사람이 '열심히 복습하고 연습해야 한다'는 전제가 없다면 승패는 확신할 수 없다. 모든 분야가 그렇지 않은가? 공부든 운동이든 예술이든 배우기만 해선 늘지 않는다. 저자 스스로가 암기와 듣는 수업으론 배우지 못한다 이야기를 반복했지만 여기선 다른 이야기를 한다. 아무리 하브루타가 좋다고 듣는다 한들 해보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열심히에 첫째 되는 전제는 '꾸준히 한다'여야 한다. 아무리 방향이 옳다한들 가만히 서 있으면 어디를 갈 수 있을까. 


젓가락을 써서 IQ가 높고 교육열이 높은 한국인, 하브루타만 하면 된다! 

그런데 사실 유대인이 제일 짱


'우리나라의 교육열이 더 높고 아이큐가 더 높고 공부하는 시간도 길며 교사의 수준도 뛰어나다. 공부방법만 바꾸면 된다. 유대인이 우리보다 나은 건 공부방법뿐이다. 이것만 바꾸면 유대인을 앞설 수 있다. 노벨상을 탈 수 있다. '라는 논지가 반복적으로 나온다. 


그는 한국인의 우수성을 'IQ'와 '젓가락'으로 옹호한다. 교육 방법만 바꾸면 우리보다 IQ가 낮은 유대인보다 더 나을 수 있단 것이다. IQ만으로 지능을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신뢰성이 확 떨어진다. IQ로 사람의 모든 지능을 말할 수 없다. 그래도 교육학 박사인 그는 유독 이 부분을 계속 언급한다. 교육학에 대해 전공이 아닌 내가 모르는 부분이 있나 싶기도 하다. 우리나라가 젓가락을 활용하기에 IQ가 높으니 여기에 하브루타만 하면 유대인보다 더 낫다는 말이 반복된다.


그러다 갑자기 책 말미에 와선 공부는 지능지수보다 동기가 훨씬 중요하다 이야기한다. 분명 책 초반엔 지능이 높으니 방법만 바꾸면 된다고 그러면 유대인보다 낫다고 했는데 말이다. 동기를 부여하려면 결국 하브루타를 해야 한다고 말한다. 동기부여가 되면 IQ가 더 높은 한국인은 무조건 유대인보다 나을까? 아마 여기까지만 보면 저자는 그렇게 생각할 것으로 보인다. 몇몇 말을 보면 IQ 높은 한국인이 하브루타를 하면 희망이 있는 것으로 보는 것 같다. 그런데도 책을 덮으면 '유대인이 더 대단하단 말이네'싶다.


저자에 이야기로 미루어 볼 때 유대인은 모두 하브루타를 하며 이 방식은 모든 유대인에게 딱 맞다. 게다가 유대교답게 인성 교육을 하기에 경청하며 배려하고 공감하고 더 좋은 논리에 승복할 줄 안다고 한다. 모든 유대인의 지성과 인성 능력치가 하브루타와 유대교 버프로 다른 민족보다 높단 것이다. 이쯤 되면 유대인 찬양에 가깝단 생각을 한다. 저자는 유대인이 IQ가 낮은 거 빼고 모든 민족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느낌이다. 유대인이 갖는 장점에 대해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너무 순진하고 맹목적으로만 본다. 유대인의 단점을 이 책에 많이 열거할 이유는 없지만 균형을 맞추던가(우리보다 IQ가 낮다는 걸로 맞추기엔 균형이 안 맞다) 유대인이 선택한 '방법'의 장점에만 집중을 해야 했다. 안 그래도 '하브루타 찬양'이 가득한데 거기에 자꾸 '사실 유대인이 대단대단해'로 빠지니 책 전체가 하브루타 하는 유대인에 대한 찬가로 가득해진다. 


서로 치고받고 책 한 권에서도 저자의 말이 저자의 말과 다툰다. 그런데도 놀라운 필력으로 결론은 계속 하부르타를 하는 유대인이 짱이다. 하지만 IQ 높은 한국인도 하브루타하면 짱이 될 수 있다. 로 귀결된다. 한국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유대인은 없는지 궁금해졌다. 세계에선 그렇게 날아다니는데 왜 유독 한국에선 안 보일까. 뉴스나 소식도 잘 못 들으니.


'하브루타' 주제로 계속 찍어내는 공장형 책 중 하나


하브루타에 대해 모른다면 한 번 읽어봐도 괜찮다. 다만 저자의 다른 책은 굳이 읽지 않아도 된다.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기에. '하브루타'를 주제로 한 전형적인 막 찍어내는 공장형 책이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비판적으로 책을 읽으란 말에 평소보다 날을 세워 서평을 쓴다. 그 말이 없었어도 내용은 달라지지 않았을지도.


인용한 토니 부잔의 책에 나온 '성인은 평균 90분을 이해하며 들을 수 있지만 20분만 기억하면서 듣는다'는 유익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