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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Nov 28. 2015

<크라센의 읽기 혁명>을 읽고

한줄평 : 자발적으로 읽을 때 언어는 향상된다.

"읽기는 언어를 배우는 최상의 방법이 아니다. 그것은 유일한 방법이다." 


라는 도발적 카피가 적혀 있다. 한 영어 읽기 카페에도 이 문장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이 책을 읽은 건 지금 하는 영어 공부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였다. 최근 회화와 영작 위주로 공부하면서 무언가 찜찜함을 느꼈다. 내가 지금 놓치고 있는 게 있다고 생각했다. '읽기'였다. 그리고 마침 페이스북에 이 책이 추천된 걸 보고 바로 빌려봤다.


저자는 그냥 읽으라고 하는 건 아니다. '자발적 독서'여야 한다. 내가 읽고 싶은 것을 읽는 것이 언어 발달에 가장 핵심이란 이야기. 


단어를 외우거나 하지 말고 그냥 읽으면서 문맥 속에서 의미를 파악하게 될 때 그게 더 습득률이 높다고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읽다 보면 찾는 시간과 효율보다 읽으면서 유추하는 게 훨씬 낫다고 한다. 


자발적이지 않은 읽기는 효과가 미미하다. '형식적'으로 읽는 건 그냥 시간 낭비에 가까운 행위다. '자율적'으로 읽을 때야 의미가 있다. 반복 학습과 직접 가르침으로도 언어를 배우기가 힘들다. 자발적 읽기가 '훌륭한 문장력, 풍부한 어휘력, 고급 문법 능력, 철자를 정확하게 쓰는 능력'을 갖출 수 있게 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 한다. 무엇보다 불안감이 적은 상황 곧 편안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읽을 때야 습득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기에 저자는 반복 훈련과 연습, 직접 교수보다는 자발적으로 읽고 싶은 책을 읽기를 강권한다. 하지만 읽다 보면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었다. 


글쓰기는 쓰기보다 읽을 때 발전한다?


기대하지 않던 이야긴데 쓰기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문체가 쓰기가 아닌 읽기에서 나온다고 한다. 언어 습득은 출력이 아닌 입력으로부터, 연습이 아닌 이해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하루에 한 페이지를 쓴다 해도 내 문체나 쓰기 능력이 향상되지 않을 거라 한다. 읽기가 곧 쓰기까지 영향을 준다는 이야기다. 


내가 매일 쓰는 이유는 쓰면서 늘기 위함이다. 내 삶을 돌아볼 때 꾸준히 쓰지 않았다면 늘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하기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물론 본격적으로 글을 쓰면서 글을 읽기도 했기에 상관관계를 엄격히 구분하긴 어렵지만. 한국어로 한정해 생각해볼 때 읽기만 해도 쓰기가 향상된다는 말엔 동의가 잘 안 됐다.


외국어도 읽기만 해도 향상된다?


외국어 학습에 지름길을 제시했는데 이 부분이 가장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된 이유이기도 했지만 정작 정말 그 대답을 듣고 나니 동의보단 반대하고 싶었다. 저자는 "즐겁게 책을 읽으면 교실에 앉아 선생님의 수업을 받지 않고도, 의식적으로 공부를 하지 않고도, 심지어 함께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어도 외국어 실력을 꾸준히  향상할 수 있다"고 한다.


내가 다니는 학원은 계속 말을 하게 한다. 주어진 패턴을 활용해 예문을 만들고 반복 연습한다. 나중엔 자기만의 스피치를 할 수 있게 한다. 그러면서 실력이 느는 걸 직접 본다. 이 과정에 주어진 예문을 읽는 것 말고 따로 영어로 된 문장을 읽지 않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과 이 부분을 이야기할 때 이들은 결코 저자의 이야기에 동의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읽기


나 또한 '말하기'라는 부분을 연습하지 않고 '읽기'로만 실력이 꾸준히 향상된다는 말은 동의하기 어렵다. 다만 내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읽기'였기에 귀 기울여 들으려 한다. 매일 영어 일기를 쓰면서 더 나은 문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다. 이 부분에 답은 매일 첨삭보다 매일 입력이 나을 것 같다. 이 부분은 저자의 말에 동의한다. 세계적인 언어학자라는 타이틀이 가짜는 아닐 테다. 읽기에 대한 그의 주장이 의미가 있을 거다. 그래서 영어 원서를 조금씩 읽고 있다. 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이 영어 일기를 쓰는 친구에게 문장이 세련돼졌단 칭찬을 들었다.


읽기만 한다고 회화가 되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언어라는 요소에 있어 '읽기'가 중요한 기반이 된다는 데에 동의한다. 읽기, 듣기, 쓰기, 말하기 등이 고루 갖춰져야 한다. 처음엔 각각 세워가도 무방하지만 어느 정도 재료가 모이면 단단한 기반이 필요하다. 이때 읽기로 기반을 잡고 차근히 준비하면 좋겠다. 


외국어에 대한 책이 아닌 언어에 대한 책


이 책은 외국어 습득에 대한 책이 아니다. 언어에 대한 책이다. 그중 '모국어'가 좀 더 집중된 느낌이다. 나도 그랬지만 대개 이 책을 볼 때 '외국어 향상'을 위한 책으로 보기 쉽다. 그렇게만 보면 배신당했단 생각을 할 수 있다. 내가 이 책을 오해한 거지 이 책이 비틀어 쓴 게 아니다. 외국어 습득에 대한 단초를 얻었고 언어 향상에 대한 조언을 얻었다. 덕택에 '자발적인 읽기'에서 '자발적인'과 '읽기'라는 요소를 내 공부에 적용해볼 수 기회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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