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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12. 2015

<어제처럼 일하지 마라>를 읽고

<어제처럼 일하지 마라> 제레미 구체 저


처음 제목만 보고 생각했을 땐 전형적인 한국형 근성독려 책이라 생각했다. 번역서였다. 원제가 제목과 꽤 달랐다. 원서 제목을 직역하면, '뛰어나고 빠르게 멈춤 없는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검증된 방법' 정도이다. 이 차이가 제법 큰데 옮긴이가 이 책의 제목을 이렇게 옮긴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 경제 상황을 봤을 때 '지금처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했기에 의역했다고 한다. 책을 읽고 옮긴이의 의도를 읽으면 파악이 되지만 그냥 제목만 보면 살짝 오역의 느낌이 든다. 물론 그 덕에 책을 집긴 했다. 인터넷에 누가 올린 발췌 글에서 느낀 참신함과 제목이 주는 노오오력제일주의 느낌에서 온 괴리감에 빌린 것이니.


책은 트렌드, 현재의 흐름을 파악하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농부는 시대 변화에 크게 민감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이제 우리 시대는 그렇게 살아선 안 된다. 사냥꾼으로 살아야 한다. 10년 전, 5년 전, 작년, 저번 달 방식이 오늘을 보장하지 않는 시대다. 예전 방식을 반복해선 살아남을 수 없다는 데에서 시작한다.  


농부 마인드 vs 사냥꾼 마인드을 이야기하는 데 많은 힘을 할애한다. 사냥꾼은 안주하면 안 된다. 계속 움직여야 한다. 잘 되고 있으면 함정이다. 배부른 사자가 되는 것에 멈추면 안 된다. 지루할 틈 없이 호기심을 느껴야 한다. 이런 사냥꾼의 마인드를 다시 정리해서 알려준다. 자신의 경험과 새로운 것의 '결합', 주류가 아닌 비주류의 길로 들어가는 '일탈', 돌고 도는 유행의 '순환' 파악, 방향 전환, 단순화, 극대화. 


힘을 초반에 많이 줘서인지 끝에서 살짝 힘이 부침을 느꼈다. 혹은 후반부에 나오는 챕터들, 단순화나 극대화 같은 부분이 특별히 따로 할 이야기가 없을 주제여서일지도. 현대 시대의 급격함보단 그 급격한 물결을 각자의 성향대로 극복하는 이들의 이야기다. 사냥꾼이 각자의 성향대로 총을 쓰기도 하고 칼을 쓰기도 하며 함정을 파기도 하듯. 


이제 매번 똑같이 농사지으면 문제없던 농부의 시대는 갔다. 이제 우리는 사냥꾼이어야 살아남는다. 살고 싶은 이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어떤 사냥꾼이 될지 뿐이다.




사냥꾼 마인드 중 인상 깊었던 세 가지를 적었다. 


첫째는 '핵심은 속도'


자라(ZARA)의 오르테가는 은퇴해도 남을 나이에도 여전히 성공에 목말라 있다. 어떤 의미에서 그는 만족을 모르는 사람이다. 그 이유는 그가 지향하는 것이 외형적 성공보다, '현재의 자신'을 넘어서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디자이너들이나 매장 직원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단 하나다. "자신을 성장시키고 새로운 기회를 찾는 것. 그것을 매일의 목표로 삼기 바란다." 그는 답습하지 않는다. 또한 어떤 패션 디자인 방향을 고수하지도 않는다. 호기심은 끝이 없고, 이룬 것조차도 기꺼이 파괴한다. 그가 가진 세 가지 사냥꾼 본능은 바로 이것이다. 첫째, 불만족. 둘째, 호기심. 셋째, 자신이 일군 것도 기꺼이 파괴하고자 하는 의지.


자라는 광고를 하지 않는다. 사이즈별 제품 재고도 따로 확보하지 않는다. 스타일은 계속 바뀐다. 같은 옷을 만들지 않는다고 한다. 그들은 새로운 옷 만드는 속도를 극단적으로 줄였다. 재고를 최소화하기에 악성 재고가 거의 없다. 거의 모든 옷이 '한정판'이 된다. 자라의 옷에 꽂히면 신상이 나올 때나 발견하자마자 사야 한다. 소비자는 누군가 자신과 같은 옷을 입을 확률이 별로 없음을 알게 된다. 이 공격적으로 보이는 저돌성에 오르테가는 세계 최고 수준의 갑부가 되었다. 


둘째는 '이전 성공에 안주하지 않는 것'


미슐랭으로부터 별 세 개를 받은 세계에서 얼마 안 되는 유명 셰프 중 한 명인 에릭 리퍼트 이야기다. 그는 고객들이 그의 레스토랑을 찾아 메뉴에 있는 '특별하다고 소문난' 어떤 음식을 집중적으로 주문하면, 그는 재고가 떨어졌다며 고사하고는 당장에 그 메뉴를 없애버린다. 즉 자신의 요리 중 어느 것이 시그니처 푸드라고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 더 이상 그 음식은 만들지 않는다. 많은 요리사들이 시그니처 푸드를 자신의 성취로 여기는 반면, 그는 전혀 달리 생각한다.


"시그니처 푸드가 되었다는 말은 이미 과거의 성공이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더 이상 누구에게도 영감을 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지나간 요리에 기울이는 당신의 모든 노력은 이미 죽은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이 더 이상 관심 갖지 않는다는 의미니까요. 더 이상 창조적이지 못하다는 뜻이니까요."



셋째는 '주류와 다른 길을 걷는 것'


전통적인 미의 기준에 도전하여 수많은 셀러브리티들도 열광할 정도로 성공한 '어글리돌'의 데이비드는 말했다. "다른 사람들이 뭘 하는지 보려고 하지 마세요. 뭔가 잘나가는 걸 보면 그걸 복제하고 싶은 욕망을 떨치기가 힘듭니다. 그렇게 해서는 성취를 이룰 수 없어요. 경쟁자들 뒤만 좇다 보면, 그 길에서 언제나 그들 뒤에만 서게 됩니다. 그냥 밀고 나가서 자기만의 길을 찾아야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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