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지에 대한 글을 썼다. 바다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고 썼다.
이 주제를 두고 썼을 때 내가 가정한 상황은 내가 시간이 흐른 후, 죽은 뒤 내 지인들에게 물어봤을 때였다. 그래서 다소 내가 바라는 바가 많이 들어갔다. 이상적인 미래에 가까웠다.
요새는 예전처럼 실망하지 않는다. 다르게 말하면 기대하지 않게 된 일들이 많아졌다. 누군가 어떤 약속을 했을 때 이 사람이 그걸 지킬 리 없단 확신을 하게 된다. 지레짐작이 아니라 경험적, 통계적 근거에 의해서. 확신할 쯤이면 90% 이상은 맞는다. 얼마 안 가 펑크가 난다. 물론 나는 준비하고 있었지만 바람맞은 기분은 들지 않는다. 확신에 가깝게 예상하였으니깐.
근래 이런 일이 몇 번 생기고 나서 이 감정을 돌아봤다. 이 감정이 생기는 사이는 결코 건강하지 않은 사이였다. 내가 만약 누군가에게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면 그건 슬픈 일이었다. 나 또한 어딘가에선 불성실하고 책임감 없이 행동하고 있다. 거기에서 나를 볼 땐 기대감이 없을 것이다. 슬픈 상황이다.
여기서 말하는 기대감은 먼 미래의 일이 아니다. 당장 지금 하는 기대다. 오늘 약속에 늦지 않을 거라는 기대, 준비해오기로 한 것을 해올 거라는 기대. 신뢰라고 할 수도 있겠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 이 사람은 말한 것을 지키리라는 것. 한다고 하면 하는 사람. 말만이 아닌 행동까지 되는 사람. 그래서 이 사람이 말한 것이 이뤄질 것을 기대하게 되는 사람.
당장엔 신뢰할 수 있는 사람, 기대하게 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사소한 약속을 지킬 거란 신뢰부터 진지한 서원까지 이룰 거란 기대가 드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말과 글은 쉽다. 번지르르만하지 말고 먼저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