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 중 누구도 소외감 느끼게 하지 말기
소통에 대해 배우면서 '지식의 저주'에 대해 알게 되었고 그에 대해 글을 썼다.
이 지식의 저주가 생각보다 우리 생활에 자주 있다고 느꼈다.
며칠 전 사람들이랑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 했다. 나이 차이가 제법 나던 커플이 주제였는데 비밀로 만난 이들이라 몇몇만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로 생각한 사람이 맞는지 떡밥을 던져보며 맞추어보았다. '너랑 3살 차이 나는?', '전에 이디야에서 만났던?' 열띠게 서로 맞는지 맞춰가다 보니 어느새 톤이 올라갔고 자연스레 이야기 중심이 거기로 옮겨갔다. 하지만 대부분 모르는 일이기에 전혀 끼지 못하고 조용히 지켜봤다. 비밀 이야기라 공개할 수도 없는데 계속 이야기하다 보니 모르는 이들의 궁금증만 커졌다. 자칫 기분이 상할 상황이었다. 모르는 이들을 배제하고 아는 사람들끼리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이때는 다행히 잘못되기 전에 먼저 이야기하던 분이 묘해진 분위기를 느끼고 '이거 너무 우리끼리만 하는 이야기니깐 하지 않는 게 낫겠다'고 마무리 지었고 다른 분도 '우리도 알려줘~' 하면서 '안 돼요~ 그냥 이거 이야기 이제 안 할게요'로 흘러갈 수 있게 길을 터주어 어째 저째 잘 마무리되었다.
다른 일도 있었다. 네 명이 같이 밥 먹으며 이야기했는데 30대 두 분과 20대 둘이 있었다. 주제가 차 구입에 대한 이야기였고 그중 외제차에 대한 이야기가 중심이었다. 학생인 20대는 전혀 알 수 없는 이야기였고 30대 두 분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주제였다. 20대들은 조용히 밥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전혀 의도하지 않았지만 자연스레 주제에 몰입하게 되면서, 공감할 수 없는 이들은 주제에 의해 배제된 것이다.
세대 간의 소외는 역으로도 일어난다. 이삼십 대가 같이 있는 모임에서 종종 볼 수 있다. 모임 구성원 중 20대 초반이 많으면 주제가 대개 대학 이야기다. 시험 기간이거나 하면 그 이야기를 주로 하게 된다. 윗 사례와 조금 다르게 30대 또한 20대를 보냈기에 어느 정도 이야기할 수 있지만 같이 이야기한단 느낌은 덜 받는다. 그리고 30대가 직장 이야기를 하면 대학에 다니는 20대는 공감을 잘 못 하기에 시원하게 털어놓는 기분도 아니다. 이런 식으로 누군가 일부러 소외시킨 건 아니지만 소외감을 점점 느끼기 쉽게 된다.
이런 소외의 발생은 의외로 대화 가운데 자주 일어난다. 나와 누군가만 아는 이야기를 할 때도 '얘들도 알겠지'라는 생각은커녕 주위 사람들이 지금 주제에 대해 어떤 배경지식이 있는지 신경도 안 쓰거나 자각하지 못할 때가 많다. 누구도 소외를 의도하지 않았는데 소외감이 생긴다. 그냥 있으면 어느새 생겨있다. 주의해야 한다. 결국 다 같이 대화할 때 이 부분을 신경 쓰는 수밖에 없다.
주제를 잘 선정하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서로에 대한 관심이다. 20대는 30대의 현재 관심이 자기와 같지 않음을 알아야 한다. 30대는 20대가 자기의 관심에 공감하기 어려움을 알아야 한다. 비단 2030 세대의 차이만이 아니라 다른 세대에도 적용되는 원리이다. 어차피 서로 다른 관심 주제로 이야기 해야 한다. 결국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어야 한다. 말하는 이는 이해하기 쉽게 이야기해주어야 하고 듣는 이는 다소 공감이 안 되어도 들어주려 해야 한다. 경청과 소통은 그렇게 하고자 하는 마음이 있을 때야 시작된다.
신경 쓴 만큼
정리하자면 '소외감'이라는 마음이 들게 하는 저주를 풀려면 '공감'할 수 있는 주제를 정해야 한다. 경청과 소통하려는 마음을 갖고 대화해야 한다. 상대와 같이 대화하는 이들이 소외되지 않게 관심을 두어야 한다. 소외감이 들면 서운하다. 같이 즐겁자고 모인 시간에 서운한 마음 들면 속상하다. 누구라도 그럴 거다. 그러니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자. 의도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일이기에 대화할 때 자주 신경써야 한다. 사소해보이는 그 노력이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함께 하는 대화를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