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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03. 2015

S_1 지식의 저주를 풀어라

말하기에 대하여

제이 라이프 스쿨 3% 커뮤니케이션 자아 문답반에서 배우는 내용을 제 식대로 풀어 썼습니다.




자주 가는 모임이 있다고 해보자. 어제 모임에 가지 못했다가 오늘 모임 때 가서 이야기를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내가 모르는 주제로 이야기한다. 나만 빼고 다들 그 일을 알고 있다. 나만 빼고 다들 꺽꺽 소리까지 내며 웃는다. 나만 겸연쩍게 미소를 띠고 이해해보려 하지만 전혀 알 수 없다. 그때 생각해서든 물어봐서든 어떤 이야기인지 알아내야 하는 불편함이 생긴다. 심지어 먼저 설명해주지 않은 불친절함에 대한 불쾌함이 생길 때도 있다.


말하기나 스피치에도 이런 일이 있다. 예를 들면 어떤 영화에 대해 말하는데 상세한 설명 없이 그걸 주제로 이야기하거나 자기만 아는 전문 지식 용어를 나열할 때가 있다. 사소하게는 '어제 본 영화가 있는데~' 하면서 제목을 말하지 않고 이야기한다거나.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다



원래 '지식의 저주'라는 말은 전문가들이 일반인들을 상대로 이야기할 때 상대가 전혀 모른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그냥 전문 지식을 이야기하는 걸 말한다. 상대가 내가 아는 걸 모를 수 있음을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는 걸 지식의 저주라고 한다. 내가 아는 건 상대도 당연히 알 거란 전제가 깔린다.


아기들이 숨바꼭질을 처음 하면 하는 행동이 있다. 머리만 숨는다. 그러면 못 찾을 줄 안다. 내가 못 보니 상대도 못 본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커가면서 내가 못 본다고 상대도 못 보는 게 아님을 알게 된다. 이런 일이 성장해서도 일어난 것이다. 아이는 너무 어리기에 몰랐다면 이번엔 너무 알아서 모르게 된 상황이다. 


말할 때는 내게 '당연해 보이는' 것이어도 정말 당연한 지 고심해야 한다. 상대가 전혀 알 수 없을 전제를 깔고 이야기를 하면 상대는 불편함을 느낀다. 그게 계속 신경 쓰인다. 뒤에 어떤 좋은 말을 해도 귀에 안 들어올 수 있다. 신발에 들어간 작은 돌 하나처럼 걷는 자체엔 무리가 없지만 계속 걸을 때 거슬리게 할 수 있다. 


대화할 때는 '그 영화 봤어?'라고 물을 수 있지만 스피치를 할 때는 어렵다. 그러니 상대가 당연히 모를 것이 다라 생각하고 준비하자. 물론 그렇다고 모든 걸 다 설명할 필요는 없다. 말을 할 때 상대가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건 일종의 배려심이다. 동시에 이건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감각이 있어야 한다. 주어진 시간에 설명해야 한다는 걸 고려하면 내가 말할 때 얼마나 전문 용어를 써야 할지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쉽게 가자


애초에 쉽게 이야기하겠다 생각하자. 전문 용어를 안 쓸 수는 없다. 필요할 때가 많다. '지식의 저주'라는 말도 서로 뜻을 알고 있을 땐 긴 의미의 설명이 없어도 한 번에 그 의미를 담을 수 있게 해준다. 전문 용어가 가진 유용함이 있다. 적절히 활용하되 주된 구성은 쉬운 말로 해야 함을 염두에 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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