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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05. 2015

S_2 진부한 클리셰 깨기

말하기에 대하여

제이 라이프 스쿨 3% 커뮤니케이션 자아 문답반에서 배우는 내용을 제 식대로 풀어 썼습니다.




클리셰란 표현이 있다. 어떤 장르에서 어떤 상황이 되면 으레 나오는, 진부하고 상투적인 표현 방법을 말한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본다. 멜로드라마 중 카페에서 남녀가 싸우는 장면이다.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게 들통이 났지만 잘못을 인정 안 하고 뻔뻔하게 있다. 그 다음 어떤 장면이 나올까? 한국에선 대개 물을 끼얹는다(실제론 범법행위니 하지 말자!). 누구도 물을 뿌린다고 놀라지 않는다. 이정도여야 사람들이 놀랐다. 


<사랑했나봐> 중 박동빈 님 연기


사랑에 빠진 연인이 알고 보니 남매였다거나 부잣집 남자와 신입 여자의 로맨스나 처음엔 굉장히 부딪히는 남녀가 나중엔 연인이 된다거나. 한국 드라마 스타일은 '아무튼 어쨌든 어디든 언제든 러브 스토리'라는 그 공식을 만드는 게 일종의 클리셰이다. 전형적인 한국 드라마엔 전형적인 클리셰로 차 있다. 영화든 소설이든 이야기든 클리셰로 가득 차면 재미없다. 기대가 안 된다. 다 예측되기 때문이다. 진부함을 피하기 위해 '클리셰'를 깨는 게 아니라 그냥 기존 클리셰에서 더 자극적으로 가려 한다. 


보면서 바로 다 예측할 수 있던 건 최근에 본 <검은 사제들>이 떠오른다. 영화는 초반 거의 모든 장면부터 전형적인 퇴마 영화였다. 딱 <엑소시스트>의 너프 된 한국 버전 정도였다(리뷰는 여기). 언제 악마가 될 것이고 어떻게 해결이 될지 전부 예측이 됐다. 내겐 그냥 예측을 확인해보는 시간에 불과했다.


아래 사진은 근래 방영된 <본방사수>라는 프로그램에서 <진짜 사나이>를 보면서 내가 예측하면서 봤듯 다음을 예측하며 지켜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물론 적당한 클리셰가 있다고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전형적이 되었다는 건 안정적인 진행이 될만한 무언가가 있단 의미기도 하니깐. 하지만 그럴 땐 '소재'가 아니라 '흐름'이 익숙하여야 한다. 사람들은 같은 소재가 반복되면 쉽게 질려한다. 그래서 방송을 기획하는 이들이 흐름은 유지하면서 신선할 수 있는 소재 찾기에 그토록 어려워하며 열을 올리는 것이다.


특별히 스피치를 할 때 누구나 예측할 이야기를 하면 사람들은 집중하지 않는다. 윗 사진은 방송을 지켜보는 걸 찍는 것이니 끝까지 보는 것이지 실제였다면 진작에 채널 돌렸다. 그처럼 이야기 듣는 사람도 그냥 알만한 이야기면 다른 생각을 한다.


역으로 이 전형적인 클리셰를 이용할 수 있다면 집중을 얻을 수 있다. 전형적이면 전형적일수록, 진부하면 진부할수록 효과가 크다. 그런 클리셰 깨기를 잘한 가장 대표적인 예는 <왕좌의 게임>이다. 


예측할 수 없을 때, 의외일 때, 놀라게 할 때
사람들은 집중한다


거의 모든 이야기의 전형적인 클리셰는 '주인공은 죽지 않는다'이다. 그런데 이 작가의 작품에선 '누구나 언제든 죽을 수 있다'가 클리셰이다. 이게 너무도 기존에 반한 형식이어서 쉽게 익숙해지지 않는다. 마음 한구석에 계속 자신이 아끼는 캐릭터만큼은 죽지 않길 조마조마하며 바란다. 


당연히 사람들은 스토리의 진행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한 회에 자기 캐릭터가  살아남으면 안도한다. 자신의 가장 애정 하는 캐릭터가 정말 뜬금없거나 황당하게 또는 무참히 죽게 되면 진짜 자기 지인이 죽은 것처럼 놀라고 한참을 슬퍼하기도 한다. 도무지 예측할 수 없음이 이 작가의 '클리셰'이지만 도무지 예측할 수 없기에 진부함을 주지 않는다.


자신에 관해 이야기할 때 '제가 가장 많이 듣고 또 좋아하는 말은 고마워 입니다.'는 전혀 놀랍지 않다. 그냥 뻔한 말이다. 그런데 '제가 오늘 아침에도 들었던, 가장 자주 듣고 좋아하는 말은 너 좀 짜증나입니다' 라고 한다면 의외에 발언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의외로 이야기를 풀어간 만큼 맺음을 잘해야 한다. <왕좌의 게임>이 그냥 아무나 다 죽이는 이야기였다면 누가 보겠는가. 이해할 만하게 이끌어 가야 한다. 의외로를 잘못 풀면 뜬금포로 끝난다. 


안정적으로 지루하게 하기보다
한 번이라도 집중하게 하는 게 낫다


그럴 위험이 있다 해도 이야기를 진부한 클리셰로 채우는 것보단 도전해볼 만하다. 상대가 내 이야기에 처음부터 '아...' 하며 지루할 거로 예측하고 집중하지 않는 것보다, '응?' 하며 한 번 들어보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 


복싱엔 '카운터'라는 기술이 있다. 상대가 내게 지르는 펀치를 피하면서 상대에게 주먹을 내지르는 것이다. 이때 내 펀치의 힘에 상대가 들어오는 힘을 역이용해 때리게 되면 두 힘이 더해져 충격을 더 크게 준다. 클리셰도 이와 같다. 전형적이고 진부한 클리셰일수록 이야기를 할 때 뻔하게 나오고, 뻔하게 기대된다. 이걸 피하기 어렵다. 그만큼 강한 것이다. 하지만 이를 역이용해 반전을 꾀한다면 강한 만큼 듣는 이에게 충격을 줄 수 있다. 시도해볼 만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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