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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Dec 28. 2015

독서의 기술 : 장소

Where는 의외로 중요하다

나는 지독한 독서가다. 지독하게 책을 읽어서가 아니라 지하철에서 독서하기 때문이다. 취미란에 독서를 쓰지만 집에서는 잘 읽지 않는다. 도서관에서는 책을 빌리기만 할 뿐 읽지 않는다. 열람실에 앉으면 잠만 쏟아질 뿐이다. 독서실에서 독서는 시도할 생각도 없다. 이미 학창 시절 독서실이 내겐 수면실이란 걸 체득했기 때문이다. 카페에서도 음료를 다 마시면 금방 일어나려는 습성에 오래 있지 못하다. 


그런 내가 유독 잘 읽는 곳이 지하철이다. 독서하러 지하철 탄 적은 없다. 그럴 마음이 든 적도 없다. 그저 매일 가는 출근길, 학원 가는 길 등 어디를 가기 위해서 지하철을 탈 때 무조건 책을 읽는다. 익숙해지니 인구 포화도가 가장 높다는 9호선 염창역 아침 출근길 급행에서도 읽을 수 있다. 버스에서 책을 읽으면 멀미를 하지만 지하철은 그럴 일이 없다. 지하철에서 유독 집중력이 잘 발휘된다.


그러니 하루 중 독서 패턴을 보면 지하철에서 가장 많이 읽는다. 집에서는 서평을 정리할 때를 제외하면 자기 전에 잠깐 읽을 뿐이다. 하루 왕복 통근길이 1시간이면 환승과 도보를 제외하면 독서에 50분을 쓸 수 있다. 주 5일은 꼬박 읽는 게 된다.


독서 습관이 몸에 익혀지고 나서는 하루 100쪽 정도는 읽는다. 하루 100쪽씩 매일 읽으면 1년에 100권을 넘게 읽게 된다. 분량에 연연하지 않고부터는 몇 권 읽었는지는 세지 않는다. 이젠 그냥 매일 읽고 다 읽으면 그중 몇 권 서평 쓸 뿐이다.


(집에만 있게 되는 주말과 휴일 등엔 독서량이 급격히 준다는 건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장소를 바꿨다고 독서가 되는 건 아니다. 독서할 마음이 있어야 장소 변화가 의미 있는 거니깐. 하지만 독서 습관을 들이고 싶지만 번번이 잘 안 된다면, 마음이 있어도 막상 책을 펴면 집중이 안 된다면 장소를 한 번 바꿔봄을 추천한다. 출퇴근길, 밥 먹고 잠시 쉬는 시간, 카페, 도서관, 자기 전 침대 등 독서할 수 있는 장소는 많다. 자신에게 맞는 독서 장소를 찾는 건 독서 습관을 들이는 데 있어 간과되기 쉽지만 의외로 중요하다. 


내가 만약 지하철에서 책 읽는다는 생각을 안 했다면 독서 습관을 들이거나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내게 맞는 장소 하나 찾은 것이 꾸준한 독서를 만들어줬듯, 한 번 자신에게 맞는 장소를 찾아보는 걸 권한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찾게 되면 얻을 이익은 말할 것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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