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 라이프 스쿨 '굿모닝' 1월 클래스 : 스티브 잡스 중
잘 시작하는 것은 반을 끝낸 것과 같다
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는 <수사학>에서 설득의 수단을 세 가지로 이야기하였다. 에토스, 파토스, 로고스이다. 이 세 가지를 잘 활용할 때 설득력을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고 보았다.
에토스
권위, 공신력, 신뢰
에토스는 말하는 이가 누구냐에 달려 있다. 정확하게 이야기하면 말하는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느냐에 대한 부분이다. 허리디스크에 관해 이야기하는데 작곡가의 의견보다 통증의학과 의사의 말이 믿을 만하다고 느끼는 부분이다. 심지어 그 작곡가가 나름 공부를 하여 준 전문가만큼 지식을 가졌다 해도 '신뢰도'는 의사만큼 얻기 어렵다.
그러므로 일정한 공신력이 있는 사람이면 그 자체로 에토스를 충족시킨다. 스티브 잡스나 마크 저커버그 같은 이들의 말은 그 자체로 힘이 있다. 그들이 향후 미래 산업에 관해 이야기하면 사소한 말 하나도 큰 여파를 만들 것이다. 그들 존재가 공신력 자체이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 대부분은 그런 공신력이 없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에토스를 놓쳐야 할까? 아니다. 우리도 에토스를 채울 수 있다. 바로 권위자의 말을 빌려오는 것이다. 자기 생각이지만 결을 같이하는 권위자의 말을 가져와 그도 이렇게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투자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으면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라고 시작할 수 있다.
뒤의 말이 자기의 말로 채워져 있다 해도 처음에 신뢰를 주는 것은 중요하다. 믿을 수 있는 사람의 생각과 같다는 마음을 주는 건 일종의 안도감을 준다. 그런데 말하는 사람을 신뢰할지 말지 결정 내리지 못했는데 계속 말을 들어야 한다면 그 말의 경중과 진위를 보다 더 따져야 한다. 스트레스가 쌓일 것이다. 그러니 권위 있는 이의 말을 빌려와 공신력을 높이자. 신뢰감을 주고 시작하자.
파토스
감성, 감정, 이야기
파토스는 감정을 건드리는 부분이다. 사람은 감정에 따라 움직이고 감정은 뇌에 따라 움직인다고 이시형 신경정신과학 박사는 말했다(에토스, 권위를 빌려왔다). 사람은 이성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엄밀히 보면 감정적이다.
금연을 이야기할 때 흡연이 폐암을 유발한다고만 말하면 그냥 그런가 보다 할 수 있다. 그때 실제 오랜 흡연을 하다 폐암으로 고생하는 이가 직접 말하면 느낌이 다르다. 어머니께 평소에 사랑한다고 말하라는 말은 상투적이다. 그런데 최근에 어머니가 갑자기 돌아가신 친구가 이야기한다. 평소에 사랑한다 말 못 한 게 너무도 후회된다고. 일종의 에토스도 있지만 그 덕에 자연스레 감정이 움직인다.
작년에 수상 레저 업체에 방문한 이의 이야기다. 안전수칙을 이야기하면 대부분 집중하지 않는다. 안전불감이 있기에 나는 안 다칠 거로 생각한다. 그때 강사분이 나와서 '저번 주에 다친 분 사진입니다, 설명 안 듣고 바로 들어가시다가 사고를 당했습니다' 라며 탈골되거나 크게 다친 사진을 보여준다면 그때도 사람들이 딴청을 부릴까? 다녀온 이는 그때 잘 듣기 위해 앞으로 나갔고, 타기 전에 구명조끼를 한 번 더 당겨보았다고 한다.
감성을 일으키고, 감정을 움직이는 가장 좋은 수단은 '이야기'다. 단순 논리로는 사람들이 막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야기로 전달하면 '감정 이입'을 하게 된다. 받아들인다. 그제야 이야기 안에 담긴 논리를 이해한다.
로고스
이성, 주장, 논리
로고스는 논리다. 무엇을 주장하면 그에 대한 근거를 이야기한다. 그 이성적 주장을 처음부터 이야기하면 아무도 듣지 않는다. 애플 하면 '감성'을 이야기한다. 구글이나 삼성에 '감성'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이유는 여럿 있겠지만 재밌게도 '이성'이 떠오르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없다. 애플 외에도 '감성 마케팅', '감성적'이란 수식어를 쓰는 건 자주 보지만 잘 나가는 제품 중 '이성 마케팅'을 쓰는 걸 본 적이 없다.
그만큼 에토스와 파토스가 선행되어야만 로고스가 의미가 있다. 반대로 에토스와 파토스가 있어도 로고스가 없다면 마감이 허술해진다. 에토스와 파토스로 뜨거워진 설득력을 로고스가 '발화'하게 만든다. <캐스트 어웨이>에서 불을 피울 때 아무리 마찰을 해도 불이 안 붙지만 '공기'를 불어넣자 불이 붙는다. 마지막 그 '숨'이 로고스이다. 로고스를 놓치면 변죽만 울리고 끝난다. 로고스만 잡으면 공기만 불어놓는 꼴이다.
매료된 좋은 사람
2천여 년의 지혜에 기대어 20여 년 된 이의 말을 첨언해본다. <송곳>에 나오듯 우리는 옳은 사람 말을 듣지 않는다. 좋은 사람 말을 듣지. 아무리 설득의 귀재라도 주위에서 좋은 평을 얻지 못하면, 인간관계가 좋지 못하면 그 말은 번지르르만 하다. 그를 모르는 이는 설득이 될지 몰라도 그는 가까운 주위 사람은 설득 못 할 것이다.
우리가 살면서 대중적으로 설득할 일은 자주 있지 않다. 우리의 설득이 발하는 곳은 일상이다. 우리 주변에서 자주 설득되는 건 '매료'된 이의 말이다. 매료된 이의 말은 그 자체가 에토스와 파토스가 녹아 있다. 영화를 보고 온 어떻게 봤는지 바로 알 수 있을까? 정말 재밌게 봤다면 물어보지 않아도 알아서 말할 것이다. 뜨는 드라마를 안 본 친구가 보기 시작하는 건 대화에 끼고 싶어서라기보단 주변 사람들이 너무 재밌게 봤고, 그걸 말하지 않곤 배길 수 없는 걸 봐서이다.
주위 사람에게 설득하고 싶은 게 있다면 좋은 관계인지 돌아보자. 우리 사이엔 좋은 관계가 에토스이다. 그리고 설득하려는 그것에 내가 먼저 매료되었는지 생각해보자. 매료되면 감정이 충만해지기에 그 자체로 이야기가 생긴다. 에토스와 파토스가 충족되면 로고스는 어렵지 않게 해결된다. 맛집에 진짜 감동한 친구가 있다면 알아서 왜 감동했는지 쫙 말할 것이다.
잦은 작은 설득이 설득력을 키운다
설득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건 성공의 누적이다. 내가 매료됐거나 좋게 경험한 게 있다면 주위에 자주 소개해보자. 페이스북에 이야기해보자. 재밌게 본 영상도 좋고 좋게 들은 음악도 좋다. 길게 쓰지 않아도 짧게 코멘트를 달아 공유해보자. 만나면 최근 좋게 본 걸 이야기하자. 그리고 좋은 사람이 되도록 해보자. 어쩌면 좋은 사람이 되는 게 일상 설득력의 핵심일 수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