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관하여 (2)
제이 라이프 스쿨 굿모닝 클래스 : 스티브 잡스 수업 중
제라스X채민씨 : 제라스's 인사이트
저번 글에서 일상에서 조금 다르게, 생각하고 시도해보는 걸 '창의적인' 것으로 보길 제안했다.
https://brunch.co.kr/@chaeminc/328
그렇지만 깨어있는 16시간에 항상 창의성이 생기는 건 아니다. 언제 어디서 우린 창의적인 생각을 해볼 수 있을까? 위인과 걸출한 사람들만은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그들이 역사적으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떠올린 곳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장소들이 대개 비슷하다면 그 장소에 무언가 창의성과 관련한 힌트가 있을 것이다.
Harvard University의 Epstein 심리학 교수는 창의력이 샘솟는 세 군데 장소를 경험적으로 과학적인 조사를 통해 찾았다. 누구나 아는 장소인 3B이다.
Bus, Bed, Bathroom
Bus는 Bus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중의 의미라고 생각한다. Bed는 침대 위에서, 자기 전 혹은 일어난 후에. Bathroom은 일을 보거나 씻을 때. 이 세 장소는 단순히 위 교수만 생각한 건 아니다. 1천여 년 전인 중국 북송 시대에 문장가인 구양수(歐陽修)는 훌륭한 시(詩)를 떠올리는 데는 '3상(三上)'이 최고라고 했다. 3상은 바로 이것이다. 마상(馬上) , 침상(枕上), 측상(厠上)이다. 순서대로 말 위에서 오가는 중에, 침대 위에서, 화장실에서이다. (출처 : 언덕밥님의 블로그). 동서고금을 통틀어 위 세 군데 장소는 창의적인 생각 또는 아이디어가 샘솟는 곳이다.
Bus : 이동 중
이동하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례 중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조앤 롤링이다. (진짜 Bus에서 아이디어를 떠올린 사례는 찾기 어려웠는 데 있다면 알려주시길..).
해리 포터의 발상을 얻은 것이 언제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조앤 롤링은 1990년에 맨체스터에서 런던까지 기차를 타고 여행할 때의 일이라고 대답한다.
네이버 캐스트
Bed : 침대 위
앨범이 발매된 1965년 미국 음원 시장 1위, 20세기 가장 훌륭한 명곡, 20세기에 7천만 번 연주되었다고 알려진 ‘Yesterday’를 만든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1942~)는 자신의 여자 친구 집에서 자다가 꿈속에서 이 멜로디를 들었으며 깨어나자마자 잊어버릴까봐 피아노로 달려가 연주를 했다고 한다. (출처 : PSI 컨설팅)
세계적인 소설가 푸엔테스는 창의성의 원천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헤밍웨이(Ernest Hemingway, 1899~1961)는 마지막 문장을 미완성인 채로 남겨두라고 했죠. 예를 들자면 ‘문을 여는 순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은…’ 처럼 말입니다. 눈에 보인 게 뭘까요? 여기서 그냥 펜을 내려놓고는 잠자리에 드는 겁니다. 문장을 끝내면안 돼요. 그래야 다음날 곧바로 이어서 글을 쓸 수 있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꿈이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되죠. 머릿속에는 벌써 다음날 이어나갈 내용이 정리되어 있지만 꿈이 찾아와서 제멋대로 모든 걸 바꿔놓는 겁니다.”
<리들> 중, 앤드류 라제기 저
선잠은 좋은 신호다. 온몸의 힘을 빼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여 천천히 생각하다 보면 졸음이 오고 선잠이 들곤 한다. 생각하다가 졸음이 오고 선잠이 든다면 천천히 생각하기를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된다.
선잠 상태에서는 의식의 깊은 곳까지 문제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게 되어 문제와 관련된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8쪽
황농문 <몰입> 중
Bathroom : 화장실
다른 예를 굳이 따로 찾을 필요가 없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발상의 순간이 일어난 장소다. 아르키메데스의 그 유명한 '유레카'는 욕조에서 외쳐졌다.
내가 생각하지 않아야 뇌가 생각한다
시카고대학의 미하이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 교수는 그의 책 ‘창의성의 즐거움’에서 창의성이 발휘되는 과정을 호기심, 아이디어 잠복기, 깨달음, 여과과정, 완성의 5단계로 설명한다. 과학저술가로 유명한 스티븐 존슨(Steven Johnson) 역시 이 유레카 순간을 만들기 전에 ‘인큐베이터 순간(Incubator period)’은 필수적이라 말한다.[2] 칙센트미하이 교수가 말한 잠복기와 깨달음 단계 사이에는 의식에 의해 정돈되지 않은 아이디어가(잠복기) 스스로 움직이게 되어 뜻하지 않은 결합(깨달음)이 만들어지는 것 처럼 보인다. 인식론자들은 이것을 “아이디어들이 의식적인 지시에서 벗어남(예: 샤워, 쇼파, 잠, 헬스장, 산책, 대화 등)에 따라 임의적으로 결합하면서 아무 상관이 없는 것처럼 보였던 아이디어간의 연결이 잇따라 일어난다.”고 설명한다.[3] 샤워장이 무의식적인 몰입을 유도하고 이 몰입이 인큐베이터에 있는 아이디어를 깨어나게 하는 것이다.
Inspiring Matters 님의 블로그
두 교수님의 말에 따르자면 세 가지 장소는 모두 아이디어들이 의식적 지시에서 벗어나, 임의로 결합되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아이디어로 만들어진단 것이다. 스마트폰에 비유한 이해하기 좋은 예를 들었다. 그 예를 조금 각색해서 단순한 비유로 설명해보려 한다. 요새는 컴퓨터 사양이 발전해서 그럴 일이 없지만 예전엔 사양도 낮을 땐 컴퓨터로 여러 일을 한 번에 하기 어려울 때가 있다. 문서 작업을 하면서 음악을 틀고, 인터넷을 하면서 영상 작업을 하면 컴퓨터가 버벅거리거나 느려진다. 그때 느리다고 다시 클릭하거나 새로 고침을 하면 빨라지기는커녕 도리어 더 느려지고 어쩔 땐 아예 멈춰버린다. 시간이 걸릴 것 같을 때 가장 좋은 건 작업을 시켜두고 컴퓨터에서 벗어나 다른 일을 하는 것이다. 잠시 책상 정리를 하거나 화장실을 다녀오면 되어 있을 때가 있다. 내가 한 일은 기다린 것이고 작업은 컴퓨터가 알아서 했다.
뇌도 비슷하다. 우리가 어떤 문제를 골똘히 생각하면 뇌는 계속 그걸 생각한다. 뇌가 처리하는 과정에 계속 문제를 생각하게 하면 도리어 더 생각나지 않는다. 뇌는 뇌대로 생각하게 하고 나는 잠시 다른 일에 몰두하거나 그냥 쉬면 된다. 내가 생각하던 문제를 내가 생각하지 않을 때 뇌는 생각한다. 다른 생각, 멍 때리기, 문제에서 벗어나기가 가장 많이 일어나는 때가 위 세 군데 장소에 있을 때다. 물론 아무 문제에 관한 생각이 없는데 생각이 날 가능성은 적다. 꾸준히 생각해오다가, 작업을 전적으로 뇌에 맡기고 쉴 때가 필요하단 것이다. 컴퓨터 예처럼 뇌가 풀가동될 때 내가 할 일은 기다리는 것이 최선이니.
유레카의 순간에 담긴 비밀은 당면한 문제로부터 육체적, 정신적으로 잠시 떠나 있는 시간에 있다. 최근의 다양한 연구들은 문제와 상관이 없는 일을 하고 있을 때 창조적인 아이디어가 더욱 잘 떠오른다는 사실을 증명한다.
281쪽
<우아한 아이디어가 세상을 지배한다> 중, 매튜 메이 저, 출처 : 아요님의 블로그
나의 경우엔 Bus에서 가장 많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버스나 지하철보다 걸을 때 더욱. 그래서 글을 쓰기 전이나 생각 정리가 필요하면 일단 나가서 동네를 돈다. 30분에서 1시간 정도.
어제 도서관을 다녀올 겸 '창의성 시리즈'에 관해 생각 정리할 겸 걸었던 기록이다. 1시간 정도 걸으면서 메모장에 산발적으로 적은 메모가 2,000자 정도다. 시간 대비 아이디어 획득률을 생각하면 꽤 괜찮은 시간 아닐까. 각자에게 맞는 장소를 한 번 찾아보자. 아마 웬만하면 위의 세 장소 중에서 하나쯤은 분명 생각이 나는 곳이 있을 것이다. 근질근질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가 조금씩 나올 수 있다.
여기서 중요한 건 우리가 하루를 보내면서 했던 생각들은 어쩌면 제법 대단한 일의 씨앗일지 모른다. 떠올린 씨앗은 떠다니기에 잡아야 한다. 세 장소에서 생각난 씨앗을 잡는 방법은 다음 화에서 이야기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