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에 관하여 (3)
제이 라이프 스쿨 굿모닝 클래스 : 스티브 잡스 수업 중
제라스X채민씨 : 제라스's 인사이트
https://brunch.co.kr/@chaeminc/328
https://brunch.co.kr/@chaeminc/329
창의성에 관하여 세 번째 이야기다. 처음에 창의성이 무엇인지에 관해 이야기하였고 다음엔 창의성이 어디에서 주로 생기는지를 이야기해보았다. 이번엔 창의성이 생길 때 어떻게 잡을 수 있는지를 이야기하려 한다.
이런 경험이 다들 있을 것이다. '이러면 어떨까?', '이거 괜찮은 생각인데?', '이따가 한 번 찾아봐야지'... 등의 생각을 떠올리지만 얼마 안 가 잊어버려서 '그게 뭐였지?', 가물가물할 때. 아예 무언가 생각했단 기억도 안 날 때도.
내가 걸으면서 생각을 많이 한다는 걸 '인식'한 것은 작년에서였다. 그전까지는 내가 언제 아이디어 많이 생기는지 전혀 몰랐다. 그런 질문은 해보지도 않았다. 하지만 그전에도 몇 가지 고민이 있었다. 고민의 시작은 이렇다. 지나가다 지하철역에서 본 명언이 마음에 들었다. 기억해가고 싶은데 기억할 리가 없어 보였다. 또 가끔 무언가 생각을 떠올리는데 이걸 정리할 수 있을 때까지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런 고민이 자연스레 메모하게 인도했다.
하루 중에 떠다니는 생각의 씨앗을 볼 때가 종종 있다. 이 씨앗의 열매를 보고 싶다면 일단 잡아야 한다. 모든 씨앗이 괜찮은 열매를 맺진 못해도 많이 심어봐야 노하우도 생기고 열매도 볼 가능성이 커진다. 이 생각의 씨앗을 잡는 방법은 '메모'다.
적어야 적용한다
메모라는 건 굉장히 간단한 말처럼 보이지만 막상 쉽지 않다. 사람들과 여러 이야기를 할 때 '그거 진짜 좋은 생각이다'라고 하면서 적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때만 좋은 생각이라고 생각하고 이내 잊어버린다. 어떤 이들은 조언을 구하러 오거나 가서 이야기를 듣는다. 이렇게 저렇게 할 것을 듣는다. 그리고 나간다. 조언 중 아주 명징한 울림을 준 문장은 그걸로 행동을 만들고 삶을 바꾸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적어두지 않으면 적용하지 못한다.
메모에 관한 책은 여럿 있고 최근에 잘 나온 책도 있다. <메모 습관의 힘> 신정철 저, 라는 책은 메모 초심자, 중급자가 읽어도 얻을 게 많은 책이다. 오늘 할 이야기는 메모에 관한 큰 이야기라기보다 실제적인 팁에 관해서다.
창의력을 얻는 세 군데 장소에서 생겨난 창의의 씨앗을 어떻게 잡을 수 있을지, 어떻게 적절히 메모할 수 있을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동 중엔 스마트폰 메모가 가장 좋다고 본다. 이동 중에 육필은 어렵지만 스마트폰으로 몇 단어 쓰는 건 금방이다. 물론 걸으면서 스마트폰을 계속 쓰는 건 위험하다(운전 중엔 당연히 금물이다). 생각이 좀 풀어지면 아예 멈춰서 쓰기를 추천한다. 기본 메모 앱도 있고 시중에 여러 메모 앱이 있지만 내가 쓰는 건 에버노트다. 메모 앱 추천에서 가장 추천을 많이 받기도 한다.
내가 에버노트로 글을 메모도 하지만 사진을 찍어 메모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무인양품이란 곳에 가서 사고 싶지만 당장 사지 않을 물건들이 있었다. 이름과 가격만 적어뒀는데 문득 내가 이 물건이 어찌 생겼는지 기억 못 할 것 같았다. 그래서 짤막한 글과 사진을 같이 올려뒀다.
주로 산책하면서 나는 아이디어를 많이 에버노트에 적어둔다. 2/14 단상, 등이라는 제목을 붙여 생각나는 모든 것들을 쭉 적는다. 하지만 추운 겨울이나 비가 와서 우산을 쓸 때는 손을 꺼내 메모하기 쉽지 않다. 겨울에는 스마트폰 터치가 되는 장갑을 권한다. 정 급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장갑이 없다면 나는 건물에나 슈퍼, 카페에 들어가서라도 쓴다. 아이디어엔 그 정도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도 될만하다. 비가 올 때 걸을 때면 우산을 어떻게든 목과 어깨에 끼고 하거나 아예 음성 녹음을 한다. 운전할 때에도 빠르게 녹음하는 게 나을 거라 생각한다.
나는 화장실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일을 볼 때나 샤워할 때나 금방 나온다(노래 한두 곡 부를 정도의 시간만). 그래서 화장실에서 생각이 떠오르기도 전에 나올 때가 많다. 생각을 해봐야 가끔 1-2개 생각이라 이때 생각한 건 그래도 아직 금방 잊지 않아 나와서 적는다. 하지만 사람에 따라 화장실 체류 시간이 길 수도 있고 여기서 생각이 많이 날 수도 있다. 그 사실을 그런 분에게 들었을 때에야 알았다.
<스마트워크 특별전담반> 김지현 저, 와 저자인 김지현 분에게 들었다. 샤워하면서 아이디어가 많이 나는 사람이 꽤 있기에 나온 아이템이 있다고. 물에 안 젖는 메모지가 있다고 한다.
왼쪽 방수 노트 구입 주소 : Amazon
오른쪽 방수 노트 구입 주소 : Amazon
위 방수 노트 구입 주소 : Amazon
생각보다 세계적으로 샤워하며 아이디어가 떠오른 이들이 많나 보다. 여성 분의 경우는 잘 모르겠지만 남성의 경우엔 아마 이런 이유 때문 아닐까 싶다.
아래 사진의 손 짚은 곳을 보라. 방수 노트가 붙여진 위치와 같지 않은가?
혹시 샤워하면서 생각나는 성향이라면 위 아이템만 한 게 없다. 폰을 가지고 들어갈 수도 없으니. 맘 편히 샤워하다, 맘껏 적고 그냥 찢어서 갖고 오면 된다.
나는 일어나서는 안 그런데 자기 전에 생각이 많이 나는 편이다. 잠들기 직전까진 스탠드를 켜두고 책 한 챕터 정도를 읽는다. 그다음 누우면 잠들락 말락 할 때 생각들이 샘솟는다.
선잠은 좋은 신호다. 온몸의 힘을 빼고 가장 편안한 자세로 앉아 하나의 문제에 집중하여 천천히 생각하다 보면 졸음이 오고 선잠이 들곤 한다. 생각하다가 졸음이 오고 선잠이 든다면 천천히 생각하기를 올바르게 실천하고 있다는 증거로 받아들이면 된다.
선잠 상태에서는 의식의 깊은 곳까지 문제에 대한 생각이 들어가게 되어 문제와 관련된 깊은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98쪽
황농문 <몰입> 중
황농문 교수의 말처럼 문제를 생각하다 잠든 건 아니지만, 선잠 상태에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기저가 있나 보다. 이때 얻은 아이디어도 많기에 좋지만 단점도 있다. 이걸 적기 위해 몇 가지 시도를 해봤다. 처음엔 휴대폰에 메모하려 했으나 눈이 부시고 그 빛을 쐬니 잠이 깬다. 다음엔 노트에 메모하려 했는데 안 보여서 스탠드 불을 켰다. 확실히 적을 수 있었지만 잠이 달아나기 쉽다. 불을 끄고 적으면 뭘 적었는지 못 알아보더라.
한 강연에서 힌트를 얻었다. 로봇 공학의 다빈치로 불리는 미국 버지니아 공대 교수인 데니스 홍은 그랜드 마스터 클래스 2015에서 그의 메모 습관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는 침대 머리말에 노트와 불이 켜지는 펜을 둔다고 한다. 그도 선잠 상태에서 아이디어가 샘솟는다고 말한다.
사진 출처 : 라이트펜
그의 강연을 보며 떠오른 추억이 있다. 라이트펜을 처음 쓴 건 훈련소 때였다. 소등이 10시기에 일기나 편지를 쓰려면 불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밖에서 쓸 수도 없는 노릇. 자연히 불이 나오는 라이트펜을 찾게 되고 그 수요를 아는 군대 앞 상점들에선 이 펜을 판다. 나도 이 펜 덕에 많은 것을 요긴하게 적을 수 있었다. 잠이 깨지 않을 정도면서 글을 쓸 수 있을 정도의 밝기이다. 라이트펜은 침대 위 메모하기에 가장 최적화된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메모해야 메모리에 담긴다. 담긴 메모만이 가능성이 있다.
모든 아이디어가 아르키메데스의 '유레카'일 수 있고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가 될 수도 있다. 그들도 그들 평생의 그런 전설급(지금까지 회자되는) 아이디어는 그 한 번이었다. 우리에게 생긴 씨앗 중 어떤 것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 로또처럼 돈을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계속 알아서 생기는 엄청난 가능성의 아이디어를 굳이 놓칠 이유는 없다. 우리의 생각의 씨앗들도 그들의 열매처럼 맛나고 멋난 열매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면 태도가 달라질 수 있다. 태도가 달라지면 행동이 시작된다. 이젠 이전과 같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