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Feb 28. 2016

S01E14 대기'면'성형 인간

페이스북에서 자체 컨텐츠를 올리는 '열정에 기름붓기'라는 페이지에서 최근 흥미로운 글을 올렸다. 노자가 말한 '대기만성'은 필사 과정 중 잘못 표기됐다는 것이다. 원래는 대기'면'성이라고 한다. 대기만성이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진다는 뜻이었다면 대기면성은 진정 큰 그릇에는 완성이 없단 뜻이라고 한다. 출처 : 열정에 기름붓기 페이지


이 이야기에서 나는 주제인 그릇의 '크기'보단 그릇속 '내용'에 관한 나만의 해석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 모두 큰 그릇이라고 생각한다.

https://brunch.co.kr/@chaeminc/334

중요한 건 그 그릇의 내용을 어떻게, 얼마나 채울 거냐는 것이다. 완성되는 게 아닌 완성해가는 것. 채우고 숙성시키고 다시 또 채우고 다시 숙성시키고 천천히 성장하며 성숙해가는 게 나아지는 삶이 아닐까.


그릇은 누구나 다 채울 수 없다고 본다. 관건은 내용물의 내용의 질, 영양, 숙성의 차이다. 나이를 먹으면 자연히 이것저것 채워질지도 모른다. 다양한 경험과 생각과 이야기가 알아서 채워질 것이다. 내가 시간과 돈을 '낭비'하며 지냈다면 아마도 그런 내용으로 채워지겠고. 80살을 살아도 '낭비'라는 공갈빵으로만 채워질 수도 있고 20살을 살아도 의미 있는 것들이 가득할 수도 있다.


이전에 그리 좋은 시간을 못 보내도 괜찮다. 안 좋아 보이는 것들이 그릇에 채워져도 괜찮다. 지금부터 잘 채우면 된다. 재밌게도 '좋은' 시간은 힘이 있어서 '안 좋은' 시간을 품고 같이 발효시켜 숙성시킨다. 숙성은 성숙을 만들어 성장하게 한다. 다양한 효모들이 맛있는 빵과 깊은 풍미가 있는 와인을 만들 듯 말이다. 


내 삶의 그릇에 좋은 것을 부어 넣자. 안 좋은 것들도 넉넉히 품을 만한 양질의 재료를 한껏. 살면서 어찌 안 좋은 것을 안 넣고 살 수 있을까. 다만 좋은 것들을 신경 써서 넣자. 그릇 안에서 둘이 조화롭게 섞여 특유의 색과 향과 맛을 내는 멋진 나만의 와인이 될 것이다. 멈추지 말자.


살면서 때론 길을 잃고 헤맬지도 모른다. 전혀 다른 곳으로 왔을지도. 포기하거나 멈추지 말고 그래도 계속 가자. 내가 정한 목표인 저 '별'을 향해 계속 걸어가자. 나만의 걸음으로 나만의 지도를 만들고 나만이 갈 수 있는 곳으로 가자. 길은 계속 완성되며 완성되는 중이다. 내 걸음이 만드는 지도는 멈추면 더 안 그려지지만 한 걸음 나아가면 계속 그려지니깐.

매거진의 이전글 S01E13 거리감에 맞게 지내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