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민씨 Mar 01. 2016

S01E15 2월 29일을 보내며

오늘은 영원히 유일무이하다.

4년에 한 번 온다는 윤년이었다. 우연치않게 올림픽과 같은 주기다. 그만큼 잘 안 오고 한 번 오면 왠지 특별한 날 같다. 페이스북에서도 2월 29일을 기념하란 문구가 떴다. 이렇게 우리는 희귀한 날에 의미를 부여한다. 오늘 집 밖으로 나가는 중에 페이스북이 기념하란 글을 봤다. 신발 끈을 묶고 문을 열고 나가면서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른 날도 기념할 만하지 않을까?'


2월 29일은 분명 4년에 한 번 온다. '2월 29일'만 생각하면 특별해 보인다. 4년에 한 번이니깐. 2월 28일, 3월 1일이란 날짜는 매년 온다. 2016년 2월 28일은 이제 영원히 오지 않는다. 2016년 3월 1일도 마찬가지다. 2월 29일 이란 날은 어떤 면에선 그저 달력상 추가된, 다른 날과 특별히 다를 게 없는 날이다(윤년이 생긴 과학적 이유가 있단 건 알지만). 다른 말로 어떤 날이든 모두 특별하단 점에서 동등하다.


오늘은 이전까지 한 번도 없던 날이며 앞으로도 오지 않을 날이다. 유일무이한 하루다. 기념해야 한다면 '오늘'을 기념해야 한다. 역사상 누구도 오늘을 먼저 경험해본 이는 없다(시차에 따른 달력상 차이가 있지만). 오늘을 경험할 수 있는 이는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뿐이다. 1년에 한 번도 아니고 4년에 한 번도 아닌,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이라면 더더욱 기뻐하며 보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린 아마 오늘 삼일절, 휴일이란 점을 빼면 별반 다를 거 없는 날로 보낼 것이다. 물론 아는 친구 한 명은 오늘 생일이니 기념하겠다. 우린 참 익숙해지기 쉽다. 익숙하면 당연하다고 느끼기 쉽다. 당연하면 잊고 지내고. 모든 걸 기억하는 것 또한 곤욕이니 다행이기도 하지만. 


우린 우리 스스로 망각하기 쉽단 걸 알기 때문일까, 틈틈 기념할 날을 지정한다. 생일, 국경일, 명절, 발렌타인 데이, 100일, 1주년 등등. 의외로 365일 안에 채워진 기념일들이 많다. 사회적 관계가 얽히고 얽힐수록, 나이가 들수록 365일 안에 이런저런 기억들이 새겨진다. 슬픈 날도 있겠지만 기념할 날이 아마 더 있을 것이다(그러길 바란다). 항상 기억하고 살 순 없지만 기념할 기회가 온다면 미루지 말자. 사소한 날이어도 작게라도 기념하자. 오늘은 우주가 끝날 때까지도 다시 오지 않을 마지막 날이다. 유일한 날, 작게라도 만끽한다면 그 가치는 충분할 테다.

매거진의 이전글 S01E14 대기'면'성형 인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