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2천 명을 넘기면서
브런치 이벤트 덕에 구독자분들이 많이 생겼다. 상반기에 2천 명을 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금방 도달했다. 내가 글을 쓸 때마다 2천 명에게 알람이 간다. 모든 이가 확인하진 않겠지만 그중 10%만 확인해도 200명이 본다.
매일 글을 쓰기로 한 지금 어떤 글을 써야 할까? 2천 명 아니 2백 명이 볼 의미가 있는 글은 어떤 글일까? 라는 고민을 했다.
내가 IT나 특정 분야를 잘 아는 것도 아니고 그림을 잘 그리지도 못하고 나만의 브랜드가 뚜렷한 것도 아니었다. 내 글의 주된 분류는 '일상 에세이'쪽이었다(책에서 따온 글을 자주 쓰지만 서평이라고 하기 어렵나 보다). 내가 집중해야 하고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는 일상에 관한 글이다.
어제 약속 장소로 가면서 놀이터를 옆에 두고 걸어갔다. 많은 주민분들이 줄넘기하거나 걷거나 마실 나오기 위해 많이 온다. 마침 놀이터 옆에 있던 동네 주민분이 다른 이웃 분에게 던진 한마디에 힌트를 얻었다. 대낮에 걸어가는 중이었는데 두 분이 서로 인사하면서 '날이 좋죠?', '놀이터 가기 좋은 날이에요'라고 했다. 먼저 인사하신 분이 '놀이터가 훤하네! 훤해!'라고 하셨다.
다 지나가다 말고 나도 모르게 놀이터를 둘러봤다. 진짜 훤했다. 놀이터가 활짝 핀 벚꽃으로 둘러져 있었다. 약속 시각에 맞추기 위해 돌아가서 사진 찍진 못하고 '와...'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왜 놀이터에 벚꽃 나무가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을까? 내가 이 동네 이사 온 게 작년 5~6월쯤이었고 산책하기 시작한 게 9월부터니 알 수가 없었다. 만약 주민분의 인사를 못 들었다면 내년에서야 알았을지도 모른다. 밤에 돌아오는 길에 그 아름다움을 담아보려 했다.
한마디 말로 놀이터의 아름다움을 볼 수 있게 됐다. 내게 놀이터는 이전과 같지 않았다. 오늘 오후쯤 동네 슈퍼 가는 길에 본 떨어지는 벚꽃, 흩날리는 꽃잎 아래에 있는 모든 풍경이 영화 같았다. 할아버지 할머니 분들이 모여 담소 나누는 모습, 이제 막 뛰기 시작한 아기들이 아장아장 엄마에게 가는 모습, 맘껏 뛰고 싶은 강아지들과 같이 가는 반려인의 모습까지.
내가 쓸 글이 있다면, 일상에 관해 쓴다면 이런 글을 써야겠다 생각했다. 책에서 읽은 무언가, 영화에서 본 무언가, 어쩌다 생각해본 무언가를 풀어내 일상에 의미를 부여하는 글을 써야겠다. 사소한 깨달음, 가벼운 전환이어도 좋다. 글을 한 번 읽고 달리 생각 한번, 곱씹는 생각 한번 하게 할 수 있다면 좋겠다.
내가 '훤하네'라는 말 한마디 듣고 나서야 아름다운 벚꽃이 보였듯이 내 글을 읽고 일상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