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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Aug 12. 2016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 오늘보다 나아갈 내일

나날이 발전하는 하루는 어떻게 만날 수 있는가?

너무 더운 올여름이라 그런지 더 늘어진 나를 봤다. 하루하루 축 처져있기만 하고 도대체 아무것도 하는 게 없었다. 글도 안 쓰고, 책도 안 읽고, 운동도 안 하고, 일도 안 찾고. 여행을 다녀와선 나무늘보보다 더 늘어졌다. 


다행히 일을 구해 반강제적으로라도 움직이게 되니 조금씩 삶에 생동감이 생겼다. 그래도 이제 적당히 아침에 일어나 일하러 갔다 저녁에 들어오고 있다. 예전에 일 다닐 때 느낀 쳇바퀴 삶이 시작하는 느낌이었다. 안주하고 멈출 것만 같아 나왔는데 다시 그 상황이 오려나 싶었다. 그때 <1만 시간의 재발견>이란 책을 정리한 글을 봤다. 평범한 하루하루가 어떻게 발전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이 들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란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어떤 분야에서든 1만 시간을 들여야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말콤 글래드웰의 <아웃 라이어>에서 소개된 이후 유명해진 듯하다. 말콤 글래드웰이 책에서 말하고자 한 바가 무조건적인 절대량의 시간은 아닌 것으로 기억한다. 각 분야에 뛰어난 이들의 근원에 관한 이야기였고, 동서양의 문화와 언어의 차이, 생년월일에 따른 차이 등을 이야기했으니.


그럼에도 비틀즈를 소개하면서 언급한 1만 시간 이야기는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저자는 꼭 그렇다고 말 안 했지만 왠지 그 정도 시간을 들여 투자하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이 들었다. 나도 책을 처음 읽었을 때 1만 시간을 계산해보았다. 하루 8시간씩 투자하면 1250일. 무엇이든 매일 8시간씩 3~4년 동안 혹은 시간을 줄이고 7년 정도 꼬박 매달리면 되겠단 생각을 했다. 일단 영어 공부라도 해보자 해서 시작했다. 비틀즈가 될 재목은 아니었던지 금방 그만두었지만.


실패했지만 그 후로 전문성을 갖기 위한 기준엔 '1만 시간'이 각인되었다. 무언가 해볼라 하면 항상 지금 내 나이에 '+1만 시간'해서 계산했다. 물론 무얼 해도 1만 시간만 채우면 된단 생각은 아니었다. 워낙 1만 시간이란 절대량이 압도적이라 다른 방법론보다 시간을 채울 생각이 먼저 들었을 뿐.


이 이야기에 감명을 깊게 받아 삶이 아예 바뀐 한 사진사가 있다. 그는 1만 시간 법칙에 기반을 두고 무언가 시작하면 전문가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프로 골퍼에 도전하기로 했다. 자기 블로그에 매일 연습 시간을 올렸다. 2010년 4월 5일부터 시작하여 2016년 10월쯤까지 10,000시간을 채우는 여정이었다. 연습 시간만 채우는 게 아니었다. 그는 자기 스윙폼을 찍어 매번 피드백을 받으면서 계속 점검하고 발전하였다. (10,000시간 중 60% 채운 상태인 2015년에 등 부상과 스폰서 문제 등이 겹쳐 현재 중지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 아래는 그의 블로그이다. http://thedanplan.com/countdown/


몇 년 전에 이이의 도전 소식을 들었을 때는 정말 성공할 것만 같았다. 블로그를 가 보면 알겠지만 누적 기록들에서 오는 신뢰감이 상당하다. 나는 그의 이야기에만 관심이 있었다. 그러다 글을 쓰며 자료를 보다 알게 된 게 있다. 그가 1만 시간을 도전하려고 했을 때 상담하러 찾아간 이가 1만 시간 법칙을 처음 이야기했고 <1만 시간의 재발견>의 저자인 안데르스 에릭슨 플로리다 주립대 교수였다. 교수와 이야기하면서 그는 1만 시간을 채우기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채우는 게 중요한지 배웠다. 


맥롤린은 에릭손 교수와 전화로 상담하면서 체계적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 맥롤린의 도전에는 스윙 코치, 피지컬 트레이너 등 적지 않은 전문가들이 봉사하고 있다. 특히 왕초보인 맥롤린을 전담해서 가르치고 있는 코치는 포틀랜드 인근 펌프킨 리지 골프클럽의 수석코치로 그 지역 최고 교습가로 통하는 크리스토퍼 스미스 씨. 훈련 과정은 기초부터 하나를 완전히 터득해야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이다. 그는 1m 퍼팅만 2주간 훈련했고, 그다음에는 2m 이내 퍼팅을 했다. 퍼팅 훈련만 5개월을 한 뒤에야 피칭웨지를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출처]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30/2012043002717.html?Dep0=twitter&d=2012043002717


에릭슨 교수는 나처럼 숫자에 집중한 이들을 보며 의아해하며  <1만 시간의 재발견>을 냈다. 1만 시간만 채우면 된다는 생각에 이상한 점은 우리도 평소에 느끼는 것이다. 같이 시험을 준비해도 내가 8시간 내내 해도 안 되는 걸 어떤 이는 2시간 만에 해낸다. 운동도 그렇고 게임도 그렇고 많은 일이 그렇다. 누군간 다른 이들보다 빠르게 발전한다. 재능만의 문제일까? 교수는 이 부분을 연구한다. 


남들보다 빠르게 성장하는 이들은 무엇이 다른가. 같은 연습을 해도 계속 같은 것만 해서 시간을 채우는 이와 달리 이들은 복기하며 '발전'하는 연습을 꾸준히 쌓아간다. 그들은 시간을 채우고 때우는데 만족하지 않고 시간에 발전했는지에 따라 만족한다. 어제 했던 대로 그냥 연습 시간을 채우기보단 어제보다, 이전보다 나아질 점이 무언지 찾아서 그 부분을 연습하고 나아졌다면 만족한다.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바라지 않고 어제보다 나은 오늘, 오늘 익힌 것을 토대로 내일 더 나아갈 것을 바란다.


에릭손 교수는 "많은 직장인이 1만 시간 이상 일하면서도 업무능력이 입사 당시보다 큰 발전을 이루지 못하는 건 체계적이고 치밀한 훈련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며 "각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조언을 들으며 제대로 발전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출처 : 위 기사


에릭슨 교수는 말한다. 단순히 양적 채움이 아니라 이전보다 다르게 가 중요하다고. 흘러가듯 하루를 잘 살았으면 그걸로도 된 거지만, 발전을 꾀한다면 다른 게 필요하다. 


운동을 한다면 자신의 연습 장면을 찍어 하나씩 분석하고 나아질 점을 찾아야 한다. 하루를 산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하루를 돌아보는 가장 평범하면서도 정통적인 방법은 일기 쓰기다. 오늘 있었던 일의 열거도 좋지만, 나의 하루를 돌아보고 어제보다 나아진 점과 오늘보다 나아질 점을 돌아보는 방식으로.


많은 걸 바라지 말고, 하루 한 가지씩만. 어제 회사 사람들에게 웃으며 인사하지 못한 게 생각났다면 '오늘 한 번은 웃으며 인사를 건네보는 것. 내일은 두 번 웃으며 인사를 건네보는 것 혹은 오늘보다 활짝 웃으며 눈을 보고 인사하는 것'처럼.


직장 생활에서 업무 능력의 발전을 꾀한다면 업무에서 발전할 점 한 가지씩만 찾아 파고들어도 충분하지 않을까? 한 가지만 한다면 느린 발전 속도에 답답할지 모른다. 한 가지씩 꾸준히 개선하는 건 10가지를 한 번에 시도해 아예 안 하는 것보다 10배 낫고, 어떤 시도도 아예 안 하는 것보단 적어도 1,000배 낫다.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하루는 단순히 쳇바퀴처럼 아무리 걸어도 정체된 삶이 아니라 오늘보다 나아갈 내일을 기대할 수 있는 발전하는 하루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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