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3일 차
프롤로그 000
영국 [런던]
001 인천-도하-런던 첫날
002 런던 둘째 날
003 런던 셋째 날
프랑스 [파리]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세비야]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필로그 100
한국에서 보다 건강한 수면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일곱 시 기상했다. 일어나서 뒹굴거렸다. 핸드폰 충전이 잘 안 된다. 이리저리 잘 움직여서 맞춰둔 다음 건들지 않아야 겨우 된다. 충전선 미리 하나 더 사둘 껄. 벌써 이러면 안 되는데. 방 안에 사람들 다들 늦게 일어난다. 일찍 씻고 드라이기 돌릴 수가 없는 상태다. 누나도 많이 피곤한 듯 일어나기로 한 시간에 못 일어난다.
씻고 천천히 나왔다. 오전 10:30에 나왔다. 나와서 슬슬 내셔널 갤러리 쪽으로 간다. 러셀 스퀘어로 들어가 가로질러 간다. 작은 분수대가 있다. 벤치 앉아 사진 찍는다. 샌드위치도 먹고. 비둘기도 여기서 샤워한다. 서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간다. 사람들이 다들 가는 방향이니 지도를 안 봐도 거기일 것 같아 따라간다. 영국 박물관 지나서 걸어간다. 방향만 정하고 길은 되는대로 걷는다.
샌드위치 먹느라 따라가는 행렬을 놓쳐 그냥 골목길로 가는데 기타 골목이 나타난다. 처음 본 기타 가게 2층에 가니 실내 전체가 기타 천지다. 내 기타와 같은 모델도 발견한다. 한 번씩 괜히 쳐보고 인생 샷 건지고 온다.
소호 거리 쪽으로 간다. 서점 발견! Foyles! 5층 건물을 통으로 쓴다. 층별로 섹션 나눠서. 아리아나 허핑턴 책 사고 싶다(9.12에서야 번역된 책을 산다). 돌아다니며 구경하다 5층에서 커피랑 라벤더 케이크 마시면서 쉰다. 길 잃어서 들어간 기타 골목과 우연찮게 발견한 서점이 의외성을 주었고 행복감을 준다. 시간도 딱 점심 전에 갔다. 지금은 카페에 사람이 와글와글 앉을 데도 없다.
찍은 사진 보고 올리고 이제 내셔널 갤러리로 가야지. 도착하니 앞에 공연하는 이가 있어서 처음으로 라이브 방송해봤다. 시간이 맞으니 사람들이 생각보다 보고 반응이 있구나. 재밌다. 좋은 공연 있으면 또 해야지. 근데 별거 없다. 시간만 끌고 막상 공연은 별로다.
공룡뼈 있는 박물관인 줄 알았는데 거긴 자연사박물관이었다. 여긴 그림이 가득한 곳. 아는 건 반갑고 모르는 건 그냥 넘어갔다. 어제부터 다리가 심상치 않게 아파서 검색해봤다. 허벅지 바깥 인대가 특히 아프다. 다행히 미술관에 앉을 곳이 있어 틈틈 앉는다. 클림트. 고흐까지 보고 나왔다.
나와서 보니 또 같은 자리에 흑인 분 공연. 다른 분인데 뭔가 느낌이 비슷하다. 다른 구성이지만 같은 팀인가 싶다. 진짜 별 거 없는 공연이다. 앞 계단에 앉아서 샌드위치 먹는다. 이제 면세점에서 산 선글라스 꺼내서 쓴다. 써야 하는 햇볕이다. 사진 찍고, 튜브 타고 숙소로 온다. 디카 배터리가 다 됐는데 충전 선이 없어서 가지러 왔다.
돌아와서 출출하니 라면 먹으려 꺼낸다. 뜨거운 물이 없다. 숙소 안에 있는 카페에 가서 뜨거운 물을 얻었다. 라면이랑 엄마가 따로 싸준 멸치랑 해서 먹었다. 꿀맛꿀맛. 잠시 쉰다. 쉬면서 어제 산 앰앤앰 크리스피 다 먹는다. 다시 나온다.
쇼디치 가려고 튜브 정거장에 왔는데 잘 모르겠다. 영국인에게 물으니 엄청 친절히 알려준다. 역시 젠틀맨 나라. Aldgate. 에서 내려 걸어간다. 슬슬 다시 다리가 아파온다. 쇼디치에 유명한 카페 가보려는데 찾아본 곳들이 거의 다 멀다. 하나 찾아서 가는 중에 유명한 시리얼 카페를 간다. 별 거 없는 데 엄청 비싸다. 구경하고 나와서 거리 보며 걷는다. 그래피티가 엄청 많다. 이태원스럽다.
가려던 올프레스 라는 곳은 문을 닫았다. 근처에 작은 포장마차들이 모인 곳에 갔다. 슬슬 허리가 한계가 왔다. 가장 잘되는 곳을 보니 치킨집이다. 와사비마요를 먹었다. 거기만 유독 잘 된다. 다른 5-6곳엔 사람이 별로 없고 이르헨티나, 브라질 쪽은 아예 없다. 조명이나 씨씨티비 설치 등 프랜차이즈를 해본 사람들 같다. 홍콩 쪽? 맛있다. 와사비와 마요네즈와 치킨이라니. 어쩌다 들어온 곳에서 맛난 걸 먹다니. 가고픈 곳들이 문을 닫은 게 도리어 좋게 연결된다. 먹고 나와서 근처 슈퍼에서 마실 것을 사러 갔다. 카드만 된다. 진저비어 마셔보려는데 아쉽다.
나와서 걸으며 동네를 둘러본다. 진짜 이태원 같다. 아랍인들 많고. 뭔가 예술인들이 작업해서 예술틱하고. 가게들 하나가 묘한 특색이 있다. 킹스크로스에 없는 퇴폐미가 보인다. 클럽도. 패션도 색다르다. 처음 폭주족을 봤다. 네 바퀴 달린 오토바이? 엄청 빨리 가더라. 쇼디치 쪽이라 그런 듯싶다. 여긴 밤에 혼자 나와 산책하기 어렵겠단 생각했다.
몇몇 가게 둘러보고. 다음에 다시 와야겠다. 이제 마감시간이라 거의 못 봤다. 신발 하나 살까 고민 중이다. 이 상태로 한 달은 무리다. 누나에게도 실례고. 가치관 확인도 중요하다. 그리고 여행할 때 내 몸 상태와 체력 확인도 중요하다. 해봐야 안다.
피카델리 가는 중. 런던 워홀 생각해본다. 영어 기준이 생긴다. 어느 정도 해야 하는지, 잘하고픈지. 여기 와보니 영어를 느낀다. 영어를 하면 세계와 연결된다. 영어를 배워 여기서 살아보고 싶다.
피카델리로 왔다. 노을지기 시작할 쯤이라 뷰가 ㄷㄷ하다. 이것저것 많이 찍는다. 사람도 많다. 여기저기 다니며 많이 찍는다. 찍다가 홀푸드 마켓 들어간다. 우리 어제 간 슈퍼처럼 할인되는지 기다린다. 영국만 파는 음료 있나 찾아보고 산다. 여기는 할인 안 하고 바로 폐기하는 듯 ㄷㄷ. 나와서 사진 더 찍는다. 여긴 이제 해가 완전히 졌다. 관광지인 듯 관광객들 많이 나왔다. 피카델리에 결혼 스냅 찍는 팀이 있다. 많이 추울 듯.
나는 피카델리가 편하다. 좋다. 익숙하다. 맞다. 퇴폐적이고 다소 이질적으로 느껴진 쇼디치에 비하면. 다리와 허리는 아플 땐 아프고 안 아플 때는 없는 상태. 얼른 쉬어야겠다. 샤워하고. 자기 전에 그리스인 조르바 좀 읽자. 책 읽으려고 가져왔는데 도무지 읽지 못하는구나. 읽을 시간도 마음도 없다.
이제 집 가는 지하철. 피카델리나 킹스크로스엔 역내 버스커들이 있다. 다들 연주 잘한다. 이들의 연주가 역에 퍼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는 동안 행복하다. 이들 연주 덕에 역의 품격이 올라가는 느낌. 자신의 역량으로 누군가 삶에 행복감을 줄 수 있다면 그것도 참 포근한 일이다.
열 시 넘으니 슬슬 정신이 없다. 피곤함이 가득하다. 쇼디치는 저녁이 되고 식당 골목에 들어가면 아랍 친구들이 많다. 강제적이지 않고 그냥 삐끼만 했다. 무시하면 됐다. 여행기를 보면 다들 파리는 장난 아니라고 한다. 파리 가면 진짜 조심해야겠다. 정신없이 당할 듯싶다. 얼른 마무리하고 자야지. 길을 잃고 헤매고 문을 닫은 곳들이 있어도 그게 꼭 나쁜 건 아니구나. 어쩌면 여행지에서 계획한 대로 흐르지 않고, 그저 흐르는 대로 가는 게 중요한 기회를 줄 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