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공지

이곳의 일상을 꿈꾸게 하는 곳, 런던

런던 6일 차

by 채민씨

프롤로그 000

영국 [런던]

001 인천-도하-런던 첫날

002 런던 둘째 날

003 런던 셋째 날

004 런던 넷째 날

005 런던 다섯째 날

006 런던 여섯째 날


프랑스 [파리]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세비야]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필로그 100




아침 7시쯤 깼다. 옆 침대에 있는 미국인 여자 둘은 짐을 꾸리고 있다. 이제 떠나는 모양이다. 내일 일어나서 급하게 짐싸지 말고 오늘 미리 싸둬야겠단 생각하며 다시 잠들었다.


일어나서 준비한다. 역으로 걸어가며 어제 산 머핀을 먹었다. 오늘 시작 분위기는 순조롭다. 누나가 어제 산 옷 환불하러 프리마크 가는 중이다. 프리마크 갔다가 브릭 마켓 갔다가 킹스크로스에 있는 한인 교회를 다녀오고 웨스트민스터사원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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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날이 풀렸다. 야상을 벗어도 될듯 하다. 백팩 대신 앞가방만 들기로 했다. 허리 부담을 줄이고, 소매치기로 명성 있는 파리에서 여행 준비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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갔는데 프리마크가 닫혀 있다. 알고 보니 일요일 오픈 시간이 12:00. 브릭 마켓 갔다가 교회 갔다오고 나서야 들를 것 같다. 누나랑 같이 다니니 외국인이 보기엔 커플로 보이니 서로의 애정 전선에 문제가 생기는 느낌이다. 흠 따로 다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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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릭레인 마켓에 도착한다. 오늘 허리 아프다. 푹 쉴 날이 필요하다. 걸어다니다 쉴 겸 지역 카페로 왔다. 커뮤니티 카페라는데. 동네 사람들, 패션 피플들이 많이 왔다. 커피를 시키고 처음 보는 케이크를 시켰다. 커피가 나오고 누나는 사진을 계속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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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다시 보며 글을 쓰는 지금엔 그 가치를 알지만, 이 당시엔 가장 멋없는 여행 아닌가 싶다. 가장 맛있을 때를 남기기 위해, 맛있을 때를 놓친다니. 맛있어 보이고프지만 그건 사진에서만이라면. 사랑하는 사이에 대화는 안 하지만 서로의 사진은 기똥차게 찍는 모습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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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나와서 플라워 마켓을 찾아간다. 브릭 마켓에서 좀 걸어야 했다. 동네 곳곳을 누빈다. 도착하니 슬슬 사람들이 꽃을 들고 다닌다. 사람이 많다. 시장 골목에 사람으로 꽉 차있다. 에너지가 느껴지고 동시에 답답함도 받는다. 답답함에 눌리지 말고 주체적인 선택을 하자. 행복을 선택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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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워마켓의 끝에 도착할 쯤에 준비하던 버스커를 본다. 쭉 돌아 볼 것 다 둘러보고 오는 길에 연주를 시작한다. 첫 곡부터 사로잡혔다. 다섯 곡 정도 들었을까. 페이스북 라이브 영상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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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는 길에 브릭마켓에서 베이글로 유명한 곳에 들른다. 훈제연어와 살라미 햄을 시켰다. 사서 나오는 데 거기 메인인 소고기가 있음을 알았다. 다시 줄서서 소고기 사고 나온다. 플랫피치도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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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디치 역쪽에 와서 적당한 벤치를 찾아 베이글 하나씩 먹는다. 맛있네. 한인교회 가야하는데 늦었다. 누난 더 구경하고 싶어한 거 같은데 내가 찬물 끼얹은 느낌이다.


한인 교회 다녀오고 프리 마크, 웨스트민스터, 야경 순으로 보내면 마무리다. 그리스인 조르바 읽고 싶다. 카메라 없이 보고 싶다. 혼자 있고 싶다. 하루 종일 카메라 없이 지내면 내가 정말 담고픈 게 뭔지 알게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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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교회에 도착한다. 건물이 생각보다 크다. 알고 보니 현지 교회 건물을 빌린 거다. 오후 2:30 쯤에 예배 왔다. 말씀 듣고. 밥먹을까말까 고민했다. 누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이랑 만나 밥 먹는 걸 살짝 피하려 했다. 나는 그래도 혹시 모른다 는 생각이 들었다. 스쳐 지나갈 인연일 수도 있지만 스치면서 이어질 수도 있기에. 밥 먹기로 한다. 옆 테이블과 이야기를 조금 주고 받았다. 런던에 유학 온 분들이었다. 한 여자 분은 나보다 동생인가 했는데 두어살 많아서 놀랐다. 오랜만에 쌀밥이다. 고기와 소시지, 거기에 진짜 오랜만에 물에 녹여 먹는 옛날식 분말커피.


새로 온 사람 챙겨주기 좋아하시는 목사님과 이야기한다. 워홀에 관심을 표하니 두 사람 소개해준다. 근처 카페에서 일하고 있는 동갑내기 여성분. 재밌게 지내고 있다고 한다. 만31살까지 꽉 채워서 워홀하고 싶다고. 지금 여기 와서 6살 연하 그리스인을 만나 교제 중이라고 한다. 세상에. 누나와 이야기가 잘 통하는지 둘이 이야기를 많이 한다. 나는 스타벅스에서 일하는 남자 분과 이야기한다. 페이와 복지가 매력적이다. 종종 유럽 여행을 다녀온다고 한다. 런던 워홀의 매력에 매료 되었다. 여길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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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껏 이야기하고 나와서 웨스트민스터 사원 앞 잔디밭에 왔다. 아까 산 베이글이랑 플랫피치 먹고. 누워서 좀 자고. 언제 웨스트민스터, 영국에 이런 날씨에 누워 자보겠나! 만끽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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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웨민 구경하고 걸어다녀야겠다. 웨민인줄알았는데 다른 건물이다. 웨민은 주일에 닫았다. 겉에만 조금찍고 왔다. 허리가 생각보다 많이 아프다. 파스 붙였지만 효과가 없다. 코어 운동의 필요성을 느낀다. 산 게 많아서 짐이 무겁다. 백팩을 안 들고 온 의미가 무색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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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찍을 때 누나가 몇번 짐을 들어줬다. 그동안 잘 찍으라고. 고맙긴 한데 잘 찍을 지 몰라 부담된다. 웨스트민스터 브릿지 건너가는 때부터 기분이 엄청 또 다운되어보인다. 내가 아파서 표정이 굳으니 사진 찍어달라 부탁하기 어려워서겠지. 사진 못 남기면 우울해지는구나. 하긴 여기까지 왔는데. 내가 잘 해야지. 부디 오늘 잘 넘어왔는데 잘 마무리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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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넘어갔다. 어제 사진 찍은 스팟에 앉아 해지기 기다리는 중이다. 오후 9:15이다. 여긴 이제야 슬슬 해무리가 진다. 감정선이 살짝 흔들거리지만 잘하면 무사히 넘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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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촬영을 쭉 했다. 많이 찍었다. 허리가 꽤 뻐근했지만 마지막 런던 밤거리를 기억하고 싶어서 웨민부터 러셀까지 걸어갈기로 했다. 가는 길에 기념품을 사려고 했지만 거의 다 닫았다. 아랍인들이 운영하는 곳만 열었다. 갤러리에서 만든 것보다는 훨씬 만듦새 등이 떨어지지만 더 살 곳이 없다. 누나는 스노우볼 하나 산다.


나올 쯤에 갑자기 허리 격통을 느낀다. 가다 멈춰 아파할 정도는 없었다. 무슨 일일까. 근육이 놀란 걸까. 단순히 근육통이며 다행이련만. 코어운동의 필요를 느낀다. 가선 더 열심히 해야지. 내가 정말 아파하자 누나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처음엔 격해서 걱정인지 화인지 알 수 없었다. 같이 다닐 사진사가 고장나서 화내는 건가, 동생 아픔에 걱정하는 건가 싶었다. 감정이 조금 가라앉을 쯤에 보니 걱정이 맞았다.


지하철에서 파리 일정을 생각한다. 비오고 야경보기가 어려워, 가기로 했던 괜찮은 레스토랑 예약을 취소하기로 한다. 20만원 가치는 거기서 보는 그 뷰에 있는데 못 보면 의미가 없다 판단. 그거 빼고 다른 맛난 음식을 더 먹기로 한다.


숙소에 들어온다. 씻으려 했지만 허리 때문에 그럴 수가 없다. 파스대신 맨소래담 같은 걸 발라보니 싸하니 좋다. 들어오니 중국인? 홍콩인? 아시아계 여자 둘이 새로 들어왔다. 싹싹하다. 샤워하고 오더니 진짜, 진짜 엄청 큰 소리의 드라이기를 그냥 쓴다. 나는 열두시가 넘었기에 밖에서 말리고 왔는데. 누나는 그 둘 덕에 용기를 얻어 침대 위에서 상대적으로 작은 소리의 드라이기를 쓴다. 짐정리를 한시 정도까지 한다. 정리라고 할 건 없고 일단 넣는다가 맞다. 내일 오전 5:30에 기상해야 한다.


런던은 삶을 꿈꾸게 한 곳이었다. 오자마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좋은 느낌은 예전에 한 달 살았던 세부에서도 받았지만 그것과 결이 다르다. 휴양지로서와 삶으로서의 관심의 차이는. 다시 오고 싶다. 그땐 삶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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