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1일 차
프롤로그 000
001 인천-도하-런던 첫날
002 런던 둘째 날
003 런던 셋째 날
004 런던 넷째 날
005 런던 다섯째 날
006 런던 여섯째 날
007 파리 첫째 날
포르투갈 [포르투]
포르투갈 [리스본]
스페인 [세비야]
스페인 [바르셀로나]
에필로그 100
새벽 기상 성공, 알람 한 번에 일어났긴 한데. 너무 피곤했다. 이성과 본능의 대결. 겨우 일어나 나머지 짐을 캐리어에 넣고 나왔다. 문 닫기 전에 한 번 그동안 머문 방을 둘러보았다.
킹스크로스 세인트판크로스 가서 입국 준비를 한다. 졸리니 정신이 없다. 우리는 어플 발권이라 따로 표를 받아야 했다. 30분 넘게 미리 가서 다행이지 시간 맞게 갔으면 못 탔다. 발권하고 짐 검사하고. 가볍게 한다. 탔다. 캐리어가 꽤 무겁다. 더 무거워진 것 같다.
7시에 바로 출발하더라. 어제 샀던 샐러드랑 마카로니, 플랫피치 먹고 잤다. 바로 잠들지 못했다. 이호석 앨범을 다 듣고 김동률 2집을 다 들을 쯤에야 살짝 잠들었다. 음악을 안 들으면 떠드는 소리가 커서. 1시간도 못 잔 듯. 기압차가 심한 걸까. 귀가 비행기를 탔을 때보다 자주 세게 막혔다. 내릴 쯤이 되니 깼다. 인터넷이 되나 싶어 파리 숙소를 확인했다.
누나는 유로 꺼낼 것과 환전할 준비를 하라고 한다. 내가 뭔가 안 하고 있는 모습과 알아볼 것들이 많은데 시간 없어서 급한 마음에 짜증스럽게 내게 이야기했다. 하려고 하는 가운데 그런 투라 나도 하려고 했다고, 한껏 감정 담아 이야기했다. 급박히 내리면서 누나가 이야기한다. 짜증낸 것처럼 보였냐고, 아닌데 그리 보였다면 미안하다고. 나도 미안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러고 걸어가는 중에 짜증이 가득했다.
파리 여행이 순탄치 않을 수도 있음이 느껴졌다. '나비고'가 순간 숙소 이름인 줄 알았는데 오이스터 같은 카드였다. 숙소랑 이런 걸 미리 알아둔 누나의 야무짐에 놀라면서 동시에 그 야무짐의 대가가 짜증과 날섬이라면 좋은 능력과 아닌 것의 등가인가 싶었다. 지하철을 타는데 처음 와본 데라 쉽지 않다. 언어도 달라서 나비고 발권하는데 필요한 누나 사진 출력에 돈 날렸다. 5유로라길래 10유로 냈는데 거스름돈이 안 나왔다. 카드 발권하는 장소 찾기도. 역 내엔 소리 지르며 사람들에게 시비 거는 흑인이 있었다. 그 유명한 파리라는 게 느껴진다. 영국 부랑인들은 조용히 있는 데 여기는 좀 그런 가보다. 겨우 숙소에 도착. 처음엔 그냥 바인 줄. 제너레이터처럼.
숙소에 도착해서 체크인을 하려 하니 잠시 기다리라고 한다. 매니저는 프랑스인이신듯한데 영어를 유창하게 한다. 성격도 유쾌하신 듯. 체크인하려면 2:30부터 해야 한단다. 일단 짐을 맡겨두고 밖에 나온다.
밖에 나와서 어떻게 할지 생각한다. 환전하러 에펠탑 근처 역으로 갔다. 살짝 본 에펠탑 멋있더라. 지하철은 영국이 낫다. 여긴 찌린내가 나고 마주 앉기엔 길지 않은 내 다리로도 어렵다. 타고 내릴 때 문에 있는 버튼을 눌러 내가 열고 나가야 한다. 환전할 곳을 찾기 쉽지 않았지만 겨우 찾는다.
숙소 근처 레스토랑에서 점심. 피자랑 육회 비슷한 것을 먹는다. 피자는 맛있다. 4가지 종류의 치즈가 담긴 피자.
체크인하고. 한숨 잔다. 2:30부터 4시까지. 일어나니 방에 한국인이 있다. 자매끼리 왔단다. 문을 세게 열고 다녀서 잠결에 짜증 났는데 언니가 동생에게 잘 말함. 누나가 자매에게 먼저 말을 걸어 셋이 이야기한다.
3일 치 짐 꺼내놓아 준비한다. 갑자기 이때 방의 다른 친구들도 모인다. 침대 높이가 낮다. 충전기 세팅이 잘 되었다. 독서등도 있고 유에스비도 두 개 있다. 여행객 전용 세팅이 잘 됐다.
나와서 다시 에펠탑으로 간다. 멋있다. 런던에 비해 많이 덥다. 잘 생긴 모델 같은 이에게 누나가 칭찬을 시작한다. 에펠탑 두고 그런 친구를 볼 여력은 없다. 내려와서 걷는다.
관광지 근처에 호객하는 흑인들이 진짜 많다. 아랍인들은 물을 많이 판다. 에펠탑 열쇠고리는 호객해야 팔고 이 날씨에 물은 알아서 사야 한다. 아랍인들이 남는 장사란 생각이 든다.
걷기도 하고 날씨고 그러니 목마르다. 콜라 하나에 사천 원... 그래도 이거 덕에 살았다. 아래 잔디밭에서 다시 에펠탑을 본다. 멋있다. 에펠탑 아래로 지나간다. 크. 축구공 같은 게 있다.
몽마르뜨 언덕으로 간다. 인터넷이 잘 안 터진다. 사진 잘 남기는 것도 필요하다. 동시에 누군가의 관심으로 행복감을 충족시키지 말자. 분명 필요한 부분이긴 하지만. 자존감, 자족감으로 충족해두는 게 먼저다.
파리는 진짜 관광지인 듯하다. 한국인이 많다. 나한텐 런던이 느낌이 더 좋다. 런던도 관광지 스팟을 찍긴 했지만 만족감을 준 건 로컬이었으니깐. 여긴 로컬 찾기가 쉽지 않다. 로컬을 찾을 시간도 없고. 소매치기나 걱정거리도 많다. 사람 사는 데긴 하지만.
언어가 달라서 보다 불편한 느낌이 든 걸 수도 있다. 영어는 할 줄 아니깐 산다는 느낌이 든 반면. 여긴 거의 불어만 가능하니깐. 영어도 알아듣거나 어떻게든 의사 전달이 되긴 하지만. 컴플레인 등은 구현하기 어려울 듯하다. 포르투갈이나 스페인에선 어떨지 모르겠다. 그래도 지낸다면 몽마르뜨는 어떨까 싶다. 허리 아파서 진통제 하나 먹었다. 파스보다 직빵이다.
파리 사람들도 담배를 진짜 좋아한다. 런던보다 더 피는 느낌. 런던도 많이 폈다. 그래도 거의 담배냄새 못 느꼈는데 여긴 런던보다 바람이 안 불어서인가 간접흡연이 많다. 그나저나 오늘 날씨 짱. 햇볕이 좋다.
몽마르뜨 언덕 생각보다 높?... 괜찮다. 몽마르뜨 성당에 들어갔다. 엄청 웅장함. 내부 사진 찍지 말라고 한다. 돌아보고 나와서 광장, 언덕으로. 슬슬 더웠다. 밤 9시. 아직도 밝다.
앉아 있는데 갑자기 소란스럽다. 여기서 술 팔면 안 되는데 아랍 친구들이 팔다 경찰이 떠서 도망친다. 언덕 아래로 내달리다 넘어져 뒹군다... 경찰도 보는 우리들도 웃는다. 생계유지란.. 앉아 있다가 내려왔다. 천천히 내려오면서. 유명한 볼 트래핑 하는 사람을 볼 수 있나 했는데 없었다.
내려와서 그냥 눈에 든 식당에 왔다. 파르마 랑 미트 짱 맛 진짜 맛있게 먹는다. 위치도 좋아서 사람 구경도 하고.
다시 몽마르뜨로 올라왔다. 노을 이쁘다. 공연 보는데 분위기 장난 아니다. 호응이 ㄷㄷ. 런던과 사뭇 다르다. 열띤 분위기. 과연 이 띄운 분위기만큼 뭔갈 할 것인가. 불쇼였다. 엄청난 퀄리티는 아니지만. 공짜로 그냥 보기엔 넘나 만족스러운 느낌. 런던에서 하는 친구들은 와서 보고 배워야 한다. 밤 10:30까지 보려다 거의 11시 되어 내려왔다. 마지막 피날레는 손뼉 칠 만했다. 내려와서 하겐다즈에 들른다. 리치 맛 이랑 민트 초코 콘 먹고.
드골 역에 온다. 색소폰 불며 버스킹 하는 할아버지가 있다. 파리도 버스킹이 많다. 지하철 안에서도 버스킹 하는 듯하다. 옆에 칸에 가보려 했지만 주저하다 그만 때를 놓쳤다. 2박 3일 중 주저할 시간은 없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 가 하면 가 부면 부. 주저할 시간은 없다.
라고 쓸 때 할아버지가 여기로 넘어오신다. 한 정거장 갈 동안 들었다. 연주도 신나고 기분도 신난다. 세상에. 어떤 기회는 찾아오기도 하는구나. 내가 안 가면. 우연이랄지 필연이랄지. 우연 같은 만남도 필연으로 다가오는구나. 지금껏 만났던 일들이 그랬겠구나.
에펠탑 구경 시작. 사진 찍으려다. 결국 폭발한다. 불행이 시작한다. 피곤해서인지 서로 배려하지 않은 채 했던 말이 쌓이고 말이 날카롭고 비아냥 가득하다 펑 터진다. 미안하다고 먼저 말하고, 말 걸고 난 시도해볼 것 해봤지만 달라지지 않는다. 더 이상 할 건 없다.
싸울 때마다 절망적인 기분이 들다. 아직 여행할 기간이 거의 한 달이나 남음이 희망적이며 절망적이다. 잘 마무리해야지. 둘의 여행은 이걸로 끝이야, 그러니 좋게 마무리 짓자. 란 생각을 되뇐다. 이런 애증 반복은 결국 마음을 늘어지게 해버린다. 그냥 갈라설 수 없는 가족이라면 회복할 시간이 필요하다.
말없이 걸어서 숙소에 들어왔는데 거의 다 자고 있다. 누나 슬리퍼가 없다. 씻고 있는 한국인 자매 중 하나가 신었다. 하루 종일 씻고 싶었다. 찝찝했다. 뜨거운 물로 거품 펑펑 내서 벅벅 씻었다. 씻고 나와서 짐 정리하고 사진 정리했다. 거의 두 시쯤 잔 듯. 위 침대에서 움직이면 소리가 엄청나게 들린다. 얼른 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