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한 걸음 002
여행을 하려면 체력이 필요하다. 하루 종일 걸을 만한, 카메라와 각종 장비들을 들고 다닐 만한, 움직이며 필요한 정보를 찾아 지도를 보고 갈만한, 다소 밥을 못 먹어도 웃음을 잃지 않을 만한, 덥거나 춥거나 졸리거나 해도 여유와 위트를 놓치지 않을 만한 체력.
런던 플라워 마켓은 사람 반 꽃 반이었다. 꽃 자체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데다 사람이 가득한 건 질색하는 나로서는 뇌가 마비되는 순간이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한 부녀의 뒷모습. 아빠의 어깨 위에 올라탄 덕에 딸은 누구보다 위에서 편하게 꽃시장을 둘러본다. 아빠의 어깨 위에 있는 자신의 무게와 책임감 등의 무게를 언젠간 알겠지. 여행에서 딸을 목마 태워 둘러본다는 낭만의 현실이 쉽지 않다는 것도.
처음 열거한 체력은 아직 부모가 아닐 때 갖출 체력이겠다. 더 미래를 생각한다면 적어둔 체력 위에 자녀를 데리고 다닐 체력이 필요하겠다. 열심히 운동하고 잘 먹어야겠네. 잘 먹긴 하니 운동만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