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는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는 어렵지 않게 이것저것 말할 수 있다.
커피 내리기, 독서, 블로그, 기타 치기, 걷기, 사진 찍기, 런닝 등등.
특기는 무엇인가요?
하면 답하기 어려웠다.
특기의 정의는 '남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기술이나 기능'이란다.
살면서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찾기는 쉽지만
남이 가지지 못하고 나만 가진 무언가를 찾기가 쉬울까?
우린 언제나 비교당해왔다. 무엇에든지.
특별히 인생의 경로를 대학 입시로 잡아 19살까지 그렇게 살게 하고,
대학에 가서도 대기업 취직을 바른 인생길이라 부추겨 가게 했다.
그 과정에
내가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거라곤
공부 과목이나 공부 장소, 가고 싶은 과 정도이다.
성적은 전국 1위를 제외하곤 다 비교당한다.
대학도 극소수 학교의 극소수 학과를 제외하곤 다 비교당한다.
우린 언제나 우리보다 잘난 사람이 있음을 알았고
뭘 해도 안 되지만 뭐라도 해야 하는 삶을 살았다.
경쟁 속에 사는 우리에게 잘한다는 건 1위 말고는 의미 없게 돼버렸다.
이렇기에 특기가 뭐냐고 물으면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그 무언가' 를 찾게 된다.
세상에 그런 게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물론 '우리 집에서 나만큼 잘 뒹굴 거리며 시간 버리기' 같은 건 세계에서 나만 할 수 있으니,
이런 것도 자신이 특기라고 한다면 할 수도 있겠다 )
그럼 한 번 '특기'의 정의를 바꿔보자.
기존 뜻은 애초에 비교를 전제로 한다.
남이 가지지 못한 특별한 기술과 재능은
나보다 잘하는 사람이 없다는 걸 내포한다.
'나보다'를 빼고 '나만의'로 시작해보자.
그다음 특별한 기술에서 특별한 기쁨으로 바꾸어보자.
제이라이프스쿨 이민호 대표의 세바시 강연에서
이민호 씨는 이 새로운 정의를 말했다.
특기는 나만의 가진 특별한 기쁨이라고.
내가 무언가 할 때
남보다 잘하나 못하나는 중요하지 않다.
그게 내 기쁨이 된다는 게 중요하다.
나보다 기타를 잘 치고, 커피를 잘 내린다 해도
나와 관계가 없다.
중요한 건 내가 기타 칠 때 기쁘고 내가 커피를 내려 마실 때 기쁜 그 감정이다.
인생에서 '특기'를 안다는 건 의미 있는 일이다.
도전이 삶의 활력을 준다면
특기는 삶의 만족을 준다.
전자는 체력에 가깝고 후자는 정서에 가깝다.
둘 다 건강해야 한다.
내가 도전할 것을 남이 정해줄 수 없듯
나만의 특별한 기쁨도 남이 찾아줄 수 없다.
내가 무엇을 할 때 기쁜지를 알려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나를 봐야 한다.
소소한 만족감에서 큰 즐거움까지의 감정에 예민해 보자.
나만의 특기를 찾았다면
이제 다음 단계로 내 특기를 세상과 나눌 방법을 찾아보자.
나만 기쁜 세상이 아니라
함께 기쁜 세상을 바라보자.
고대 이집트에서 사후 세계를 믿었는데 죽을 때 두 가지 질문을 한다고 한다.
두 질문에 예스라고 대답을 해야 한다.
첫 번째, 당신의 삶에서 기쁨을 찾았는가
두 번째, 당신의 삶이 누군가에게 기쁨을 주었는가.
의미 있는 질문이다.
나도 이것저것 도전을 하면서
내 진짜 특기를 알게 되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과 기쁨이 되는 것보다
내가 재미없어 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먼저 알았다.
책 읽기를 좋아해서 서적 관련한 일을 했다.
편집의 일부, 서점과 책 판매 일부를 해보았다. 전혀 맞지 않았다.
책 읽는 즐거움과 그 일의 즐거움이 너무 달랐다.
커피를 내리고 마시는 걸 좋아해서 카페에서 일했다.
커피를 내리는 것과 커피가 업인 것과는 많이 달랐다.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내게 즐거움을 주지 못했다.
여기서 배운 건
내가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된다고 반드시 기쁨이 되는 건 아니구나였다.
글로 보면 당연한 건 아닌가 싶지만,
이걸 진정 이해하는 건 다른 이야기였다.
그다음에 눈을 돌렸다.
나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들도 내가 좋아하는 것으로 생각한 것을 찾았다.
글을 쓰는 것, 말을 하는 것이다.
한 기회가 있어 짧은 강의를 준비한 적이 있다. 행복에 대한 이야기였다.
준비 과정이 굉장히 버거웠지만,
그 시간을 통해 많은 걸 알게 됐고 강의를 하면서 얻은 게 참 많다.
그냥 배우면 어려운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주려고 노력했다.
내가 기쁨을 누리는 부분은 말하거나 강의한다는 행위가 아니라
사람들이 이해하고 '아..!' 하는 걸 보는 것이다.
'아..!'가 삶에 이어져 조금이라도 달라진 부분이 나타나는 것을 볼 때 즐겁다.
그리고 책을 정리해서 요약하거나
필요한 정보로 가공하는 걸 좋아한다.
깔끔한 PPT를 만드는 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보며 해보고 내가 쓴 글에 적용해보고 있다.
최근엔 강의를 듣고 블로그에 정리하는 것까지 하고 있다.
이런 일들이 내게 기쁨을 주지만
이것을 어떻게 확장하고 연결하여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을지는 좀 고민을 해봐야겠다.
꾸준함은 힘이 되고 힘이 되면 길을 열 것이다.
내가 기쁜 일로 도전할 수 있단 것,
나의 기쁨을 누군가에게 줄 수 있단 것은 매력 있고 의미 있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