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우만 : 서커스에는 이런 말이 있지.
"곡예사를 죽이려면 칼도 필요 없다. 사흘 내리 비만 오면 된다"라고.
설명할 것도 없이, 비가 와서 서커스에 손님이 안 오면
우리 곡예사는 밥벌이를 못한다는 뜻인데,
내가 하려는 말은... 밍시아.
비는 곡예사 탓이 아니야.
게다가 비가 온다고 곡예사의 "재주"가 닳는 건 아니거든?
비는 비, 곡예사는 곡예사.
자기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운을 한탄해 봤자 별 수 없어.
사람은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밍시아, 자네 재주는 뭔가?
<꼭두각시 서커스> 37권 후지타 카지히로 저 중에서
사람은 지금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하는 거야
우리는 운을 다스릴 능력이 없다. 주어진 상황도 바꿀 수 없다. 바꿔봐야 아주 작은 부분이다. 내가 원하는 상황을 오게 할 수도 없다. 우리의 능력이 아닌 부분에 우리가 집중하면 할수록 늪에 빠진다. 상황 때문에 못했다고 빼거나, 바꿀 수 없는 상황을 욕하느라 멈춰 있거나, 결국 주저앉거나.
우린 어떤 상황이 올 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애초에 삶은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닌가? 우린 우리가 살고 있는 그때 할 일을 다하는 것이 삶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어도, 상황을 바꿀 순 없어도 상황을 견디고, 그 속에서 살아남고, 이용할 수 있으려면 무언가 준비되어야 한다. 뭐가 됐든 내가 해야 할 준비를 다른 말로 '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내가 해야 할 일에 매일 매진하는 사람은 연습이 된 사람이다. 연습이 될수록 다양한 변수에 대처할 수 있다. 삶을 헤쳐갈 힘이 있는 것이다.
어디서든 지금 할 일을 하는 것이 우리의 존재 의의
"진정한 천재는 천부적으로 갖춘 뛰어난 재능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계속 노력하는 재능을 말하는 것이다"라고 전 글에 썼다. 이것에 따르면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은 천재에 다른 이름인 것이다. 대단한 이론을 만들고 엄청난 기록을 세우는 것들만이 천재의 전부가 아니다. 만약 알바를 한다면 그곳에서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것, 공부를 한다면 공부에 매진하는 것이 천재의 삶과 같다.
천재의 정의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남보다 훨씬 뛰어난 재주이다. 우리 모두는 반드시 한 가지씩 이런 천재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보다 뛰어난 재주. 그것은 '나'의 삶을 사는 재주이다. 이 이상 선천적인 게 없고, 타고난 게 없다. 다른 말로 내 삶에 있어선 내가 제일 천재인 것이다. 내게 '삶'이 천재성으로 주어졌다면 이것을 살리는 것이 우리의 소명과 같을 것이다. 오늘 내가 할 일을 알고 그것을 하는 것, 더 나은 오늘을 위해 살아가는 것. 천재란 이름은 없어도 좋다. 나의 삶을 사는 것이 나의 소명이니 나로 존재하면 된다.
상황이 달라도 나는 닳지 않는다. 나의 재주는 무엇인가?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오늘 할 일을 하고 있다. 내일은 내일의 글을 쓸 것이다. 쓰다 보면 갈 길이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