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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May 09. 2017

열정이 아닌 시스템이
차이를 만든다

열정은 거들뿐

어떤 목표를 세웠느냐가 아닌
어떤 시스템으로 일했느냐가 차이를 만든다.
_ 제임스 클리어


충동적으로 무언가를 시작하는 일들이 있다. 영어 공부 뽐뿌가 와서 단어장을 사거나 학원에 등록한다. 운동해야겠다 싶어 헬스장을 등록하거나 운동 기구를 주문한다. 하루 또는 첫 주는 어떻게든 한다. 이렇게만 하면 영어도 금방 늘고 몸도 좋아질 것 같다.


다음 날, 다음 주가 되면 언제 내가 그런 마음을 먹었냐 싶게 원래 일상으로 돌아온다. 단어장을 다시 펴보지만 졸리기만 하다. 아령을 들어보기엔 피곤하고 힘들다. 어느새 흐지부지 접게 된다. 한두 번 있는 일이 아니다. 나는 왜 한껏 목표를 세우고 이루지 못하는 걸까?


나 같은 일이 반복되는 사람에게 자기계발 컨설턴트인 제임스 클리어(출처:티타임즈)는 목표를 잊고 시스템에 집중하자고 제안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책을 쓰고 싶다는 목표이고 매일 2,000자를 쓰는 게 시스템이다. 목표는 계획을 세우는 데엔 유용하지만 실행하는 데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결국 어떤 목표를 세웠느냐가 차이를 만드는 게 아닌 어떤 시스템으로 일했느냐가 차이를 만든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내가 목표를 이루지 못한 건 '목표만 세웠기 때문'이다. 영어 공부가 목표라면 단어 1개 외우기, 운동하겠단 목표를 세웠으면 하루 아령 1번 들기처럼 최소한의 시스템이라도 만들어야 한다. 막연하게 목표만 세우면 시스템이 들어갈 자리에 막연한 일들이 연관 검색어처럼 붙어 더 어렵게 느껴지게 한다.



중요한 성취를 이루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것도
바로 그 열정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열정 때문에 실패하는 경우는 너무도 많다.
<에고라는 적> 중


<에고라는 적> 챕터 중 '열정이라는 병'에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한다. 제임스 클리어가 말한 목표와 저자가 말한 열정은 비슷한 의미를 지닌다. 어떤 행동을 시작하게 하는 일종의 감정. 


책에는 미국 농구 전국대회 우승으로 이끈 감독 일화가 나온다. UCLA 감독이었던 존 우든의 지도 방식은 '감정에 좌우되지 말 것'이었다.


우든은 열광적으로 말하거나 선수들의 감정을 고무시키지 않았다. 쓸데없는 감정은 오히려 짐만 될 뿐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자기 절제 속에서 제 역할에 충실하되 '열정의 노예'가 되지는 말자는 것이 그가 강조한 핵심이었다.


막연한 목표, 한때의 감정, 열정에 좌우되지 않는 것. 고취되거나 쳐지는 것에 상관없이 절제하며 자기 할 일을 꾸준히 하는 것이 존 우든의 방식이다. 제임스 클리어가 말했듯 우승이 목표라면 매일 훈련을 하는 것이 시스템이다. 두 사람 말은 결국 일맥 한다.


이들을 성공으로 이끈 것은 열정이 아니었다. 자기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은 오랜 세월에 걸쳐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일종의 축적 과정이다.
...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열정이 아닌 명확함, 계획적인 신중함 그리고 방법론적인 확인이다. 하지만 우리가 취하는 태도는 대부분 이것과 거리가 멀고 현실은 달콤하지 않다.


무언가 하고 싶단 생각을 하게 되면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단계적으로 밟아나가야 할 것이 있다. 한 걸음씩 가다 보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고 막힌 길을 마주할 때가 있다. 그때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하는 건 달콤한 꿈같은 목표나 한순간 뜨거운 감정이 아니다. 자기 절제와 체계적인 시스템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성공한 사람들의 열정에 대해서만 듣기 때문에
실패한 사람들도 그들과 '똑같은 열의'를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이 책을 읽으며 당연한 듯싶으면서도 소름이 돋았던 구절을 만났다. 성공한 사람들의 강연과 그들의 이야기가 담긴 수많은 영상이 SNS에 넘쳐난다. 어쩌면 대부분 영상의 핵심 키워드를 뽑아낸다면 '큰 꿈, 열정, 포기하지 않음' 이겠다. 이 구절을 읽고 나선 실패한 사람들의 핵심 키워드도 같을 수 있겠다, 같아서 실패했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을 무척 좋아한다. 유튜브에서 이 게임을 주제로 영상을 올리는 크리에이터들을 구독해서 심심할 때 하나씩 보곤 한다. 이 게임은 상대와 함께 게임을 한 다음 그 게임 전체를 녹화해서 다시 볼 수 있는 리플레이라는 기능이 있다. 이 리플레이를 통해 나와 상대가 게임을 어떻게 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다.


한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프로그램 방식 중에 크리에이터에게 리플레이를 보내면 그가 보고 난 다음, 보낸 사람의 승률을 맞히는 게 있다. 오늘 방송 중 한 사람의 경기를 봤다. 2~30%라고 생각했던 그와 나의 예측과 달리 보낸 사람의 승률은 11%였다. 정확히 기억은 안 나지만 500판 가까운 게임을 해서 430여 패를 했다.


얼마나 오랫동안 했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한 판당 20분씩 잡으면 1만 분 동안 게임을 했다. 1만 시간이 아닌 1만 분이지만 그의 1만 분 중 9천 분은 패배로 이루어졌다. 이게 이어진다면 1만 시간을 해도 비슷할 것이다.


그를 비난하거나 놀리기 위해 꺼낸 이야기가 아니다. 그는 꼭 굳이 잘하고, 이기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 다만 그가 투자한 시간과 그가 얻은 결과를 보며 내게도 비슷한 상황들이 겹쳐 보였기 때문에 이야기를 해본다.


그는 왜 그렇게 많이 졌을까? 열의, 열정이 없었을까? 게임에 재능이 없는 걸까?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같은 크리에이터가 진행하는 다른 방식에 리플레이를 보내주면 하나하나 피드백을 해주는 게 있다. 언제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기초부터 차근하게 짚어준다. 이미 이 크리에이터는 기초 강의를 올려두었기에 그 강의를 보고 따라 한 시청자들이 어떤 부분을 잘못 따라 했고, 판단했는지도 이야기해준다.


이 크리에이터는 프로게이머 출신이기에 각 상황에 맞는 최적의 행동들을 알고 있다. 초보들은 꼭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모른 채 그렇게만 따라 해도 실력이 는다. 다시 말해 그에겐 500판을 할 열정은 있었지만 430패를 하면서 발전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었다.


왜 졌는지, 어떻게 해야 이기는지를 알지 못한다면 아무리 끝없는 열정으로 계속 게임을 한들 크게 달라질 게 없어 보인다. 그리고 승패를 분석할 수 있는 가장 주요한 수단은 이미 그가 가지고 있다. 그가 보낸 리플레이. 나는 이렇게 했는데 상대가 저렇게 하니 졌다면 다음에 다르게 하면 된다. 해도 해도 안 되면 크리에이터의 영상을 보고 배우면 된다.


실패한 사람도 성공한 사람도 열의를 가지고 있다. 차이는 감정이 아니라 시스템이 만든다는 걸 이 사람 리플레이 덕에 실감했다.


같은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상태는 광기이다


저자는 같은 행동을 몇 번이고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하는 마음 상태를 광기라고 정의했다. 광기 어린 행동으로 얻을 성취는 거의 없다. 그저 헛바퀴 돌아가다 타버리는 타이어처럼 시간과 열정을 낭비하는 모습과 같다.


열정이 무언가에 대한 것이라면 목적과 시스템은 출발점과 방향, 도착점을 가지고 열정에 우선한다. '게임에 열정을 가지고 있기에 잘하고 싶다'면 '게임을 잘하려면 이렇게 해야 한다'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신중하고 목적의식을 가진 사람은... 전문가들을 고용하고 이들을 활용한다. 그들에게 무엇이 잘못될 것인지 묻고 비상 상황에 대비한 계획을 미리 세워둔다... 또한 처음에는 보복을 짧게 해서 한 걸음씩 걸어가고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는지 피드백을 구한다. 원하는 바를 얻은 다음 거기에서부터 다시 더 많은 것을 얻어내려 한다.


1만 분 게임을 해서 9만 분을 지기만 할 수도 있다. 그렇게 해서 즐길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실력이 늘고, 이기는 게 목표라면 같은 시간을 다르게 써야만 한다.


먼저 자신의 게임을 보고 이야기해줄 전문가를 구한다. 하나씩 연습해가며 체화한다. 어느 정도 걸어갔다 싶으면 다시 피드백을 구한다. 능숙해질수록 다양한 방식으로 플레이를 해보며 실력을 늘린다. 이런 방식은 게임뿐만 아니라 실력을 늘려야 하는 모든 분야에 접목할 수 있다.


내가 세운 목표에 어떤 시스템이 있던가 돌아봤다. 주먹구구였다. 되는대로 해보고 쭉 그런대로 있었다. 체계화, 최적화되지 않았다. 그냥 언젠가 나아지겠지 했지만 언젠가는 오지 않았다.


피드백을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쯤 되면 알아서 잘할 수 있겠단 오만이었다. 업으로 삼는 선수들도 코치가 있다. 자신이 실제론 더 잘한다 해도, 자신을 분석하는 데엔 자기보다 더 나은 이가 있다. 나는 잘하지도 않으면서 코치를 두지도 않았다.


시스템을 움직이게 하는 연료,
자기 절제


허황된 열정에 취해 목표만 세웠기에 실패한 게 아닐까. 불현듯 솟아오르는 헛된 열정은 시스템의 연료에 넣지 않아야 한다. 시스템으로 가는 길의 연료는 절제와 실행이다. 


한때의 감정은 그냥 폭죽으로 보기로 했다. 목표로 가는 길에 생기는 감정의 폭죽이 터지면 기분을 낼 순 있지만 연료가 아니니 나아가게 하지 않는다. 폭죽에 따라 기분이 좌우될 수 있다. 


그런데 폭죽이 터질 때만 가는 방식이라면 잠깐 갔다 말 수밖에 없다. 폭죽과 상관없이 가야 할 걸음을 걸을 수 있게 시스템을 정해서 절제의 연료를 넣어야만 어떤 감정이든 나아갈 수 있다.


절제만 하거나 시스템만 있는, 둘 중 하나만 있다면 진전이 없다. 시스템 짜는 건 잘했지만 자기 절제를 못 할 때가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한껏 계획은 세웠지만 벅차서 못 이룰 만큼 크게 세워서 시작도 못 했거나, 하루 이틀 미루다 이내 안 하기도 했다. 또 매일 했지만 나아질 수 있는 체계적인 방법 없이 꾸준히만 했기에 발전이 없던 적도 있다.


이번 글을 쓰면서 다시금 책을 읽고 글을 쓰자는 목표를 되새겼다. 목표는 정해졌는데 어떤 시스템을 갖춰야 할까? 절제할 수 있을 최소의 기준을 먼저 세우기로 했다. 하루 한 챕터씩 읽고 한 문단이라도 쓰기로 한다. 정 안 되면 한 줄 쓰기라도 하자. 읽고 쓰면서 나아질 방법을 점진적으로 찾아야겠다. 반복적인 퇴고 외에 글쓰기의 리플레이를 찾아보자. 글의 피드백을 받을 방법도 찾아봐야겠다. 


이 다짐이 목표로만 끝나지 않기 위해 오늘부터 읽고 이렇게 써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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