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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15. 2015

SNS의 아이러니,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

<페이스북 심리학> 책을 읽다가 예전에 썼던 글 중 갈무리해둔 글이 생각나 옮겼다. 거의 딱 2년 전 글이다. 이 당시 문체와 지금의 문체가 비슷한 듯하면서도 다르다. 분석할 순 없지만 그때의 내 글을 마주하는 건 기묘한 느낌이 들게 한다. 긴 글인 만큼 내 마음이 자세히, 진하게 들어가 2년 전 기억이 다시 났다. 


나와 학교 다닐 때 그토록 친했던 이들이 어느새 SNS에서는 아예 교류가 없고, 내가 교류를 해도 끊기고 하지 않으면 없는 상태가 되었지만 다른 이들(학교 사람들)과는 교류가 있음을 보고 든 느낌을 쓴 것이다. 그때 함께 보낸 즐거운 시간들은 무엇 일까 하는 회의감. 전혀 교류 없으면서 SNS에서는 친구라는 이름으로 있는 아이러니에 대한 글이다. 


2013년 10월 18일                                     

오늘 한 동생의 생일을 축하해주면서 오랜만에 연락을 했다. 확실히 눈에서 멀어지면 확연히 마음도 멀어지기 쉬운 것 같다. 휴학하고 4년간 지금까지 아예 가질 않고, 못 하고 있다. 돌아보면 학교 생활은 퍽 재미있게 보낸 시간이었다. 많은 이들을 만났고 좋은 이들과 시간을 나누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이들과의 연을 잘 이어나갈 거라 참 순진하게 생각했었다.


같이 야식을 맛있게 먹으며 같이 예능 프로를 보면서, 한 학기 내내 배 터지게 먹고 웃고 그런 시간을 가진 적이 있다. 그 시간을 같이 보내는 중에 한 형이 갑자기 내게 이런 말을 했던 적이 있다. "A는 평생 연락할 것 같은데, 너는 학기 끝나면 끝날 것 같아" 그 당시에도 나는 내가 개인적인 연락을 진짜 잘 안 하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었지만, 왠지 연락 안 할 것 같은 사람, 인스턴트 같은 사람이라는 소리 같아서, 그럴 리가 없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역시나 나는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SNS가 아니라면 나는 굉장히 좁은 인맥으로 그다지 큰 불편함 없이 살았을 것이다. 그 형의 말이 맴도는 것은

나도 연락을 안 하지만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안 하고의 문제를 떠나서 무언가 연이 일방적으로 끊어진 느낌을 
종종받을 때가 있다는 데에 있다. 이를테면 이럴 때다. 하도 페이스북 등에서 오고 가는 게 없어서 페북 활동을 안 하는 건가 했지만, 다른 데에서는 활발히 활동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처음에는 그냥 뭐 그런가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내가 쓰는 글이 문젠가 싶다가도,  무시당하는 건가? 하다가 그냥 무관심이란 걸 느끼게 되었다.


나와 엉겁결에 페친이 돼서 이래나 저래나 별로 관계를 지속하긴 그렇고 끊기는 뭐하고 그냥 유지 상태일 수도 있겠다. 그런데 그 느낌이 유독 싸하게 다가온 것은 최소한 내가 그렇게 느끼는 이들과는 나름의 친밀한 시간을 보냈었다고 나는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개 그들에게 많은 마음을 쏟았었고. 그런데 그런 것들이  뭐랄까 공간상의 문제, 시간상의 문제를 넘어서 일방적으로 버려지는 것 같았다. 인간관계에 대해 묘한 인상을 갖게 되었다.


처음 이야기한 것처럼 단순히 눈에서 멀어져서 멀어지는 걸로  다 설명이 된다면, 공간과 시간이 문제라면 지금도 내게, 내가 이 공간에서 연락을 하는 친구들이 설명이 안 된다. 물론 지금에서 느끼는 거지만, 나도 그 당시 친했지만 지금 페친이 아닌 이들에게 친구 신청을 쉽사리 하지 못 하는 것은 그만큼 서먹해진 느낌 때문이겠지만, 그것과는 다른 게 질적으로 구별된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 혼자만 그렇게 여겼다고 느껴진다는 게 씁쓸한 거고.


그들에게 내 이름과 글들은 마치 투명망토를 씌어진 것처럼 보이나 싶다. 그냥 그랬다. 같이 보낸 시간 전부가 나에게는 그 시간의 가치가 있지만 누군가에겐 그냥 스쳐 지나간 일, 인연일 뿐이라는 게. 이것과 함께 더 그런 마음을 증폭시킨 것은 몇 모임에서의 인연일 것이다. 함께 한 기간이 끝나자마자 휴지통에 넣고 비우기라도 한 것처럼, 같이 있는 동안에 했던 사귐들은 전부 잘 버티기 위한 처세라고 말하는 것처럼 새로운 해가 시작되자마자 딱 끊긴 바뀐 모습들에 당혹스러웠다.


예전에 페이스북 공간의 신비함에 대해 짧게 쓴 적이 있다. 여긴 절대 동의하지 않을 사람들끼리도 같이 있는 공간이라고. 그게 신기했다. 한 때는 동의해주고 인정해주고 하던 그 모든 것들이 일종의 인내 '봉사' 이었다. 그것이 끝난 지금엔 원래 하고 싶었던 대로 절대 동의하지 않는 관계로 이곳에 페친으로 있는다는 게 신기하다. 물론 이 글을 그들은 보지 않을 것이라는 것도 잘 안다. 그냥 몇 달 동안 갖고 있던 정리되지 않는 마음을  퇴고나 개요 없이 아무렇게나 털어놓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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