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밥을 먹는 중에 대표님의 이야기를 들었다. 말만 하는 사람은 믿지 않는다고. '실행력'이 있는 사람을 믿는다고. 실행력은 사전 정의로는 자신의 생각을 실제로 행하는 능력을 말한다. 대표님이 말한 실행력은 무엇일까? 어떤 계획을 세운 뒤 실행해서 목표한 결과를 내는 것이다.
하고 싶은 마음만 있고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아무리 여기저기 하고 싶다고 말해도 하지 않으면 내적 동기만 있지 실행력은 없는 사람이다. 이 사람이 무언가 하겠다는 이야기는 들어줄 수 있다. 할 것이라고 믿을 수는 없다.
내가 그랬다. 하고 싶다고 썼던 글들이 많다. 코딩도 배울 거고, 만화 그리기도 해볼 거고, 영어 공부도 할 거고 등등. 지금 돌아보니 한 게 없다.
변명한다면 글을 썼던 때와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다르다. 그때 하고 싶던 것은 그때는 할 수 있었다. 상황이 달라져 할 수 없었지만 실행한 것이 없음은 달라지지 않는다.
나는 하고 싶은 걸 시도해봤다면 실행력이 있다고 생각했다. 대표님이 말한 '목표한 결과'는 없었다. 시도를 잘하는 것과 실행을 하는 것은 다르다.
실행력이 있다고 한다면 목표한 결과가 있는 계획을 세워서 지킨다는 걸 말한다. 지금까지 시도는 다양하게 했다. 작은 습관을 통해 꾸준히 한 게 여럿 있었다. 책 읽기, 매일 팔 굽혀 펴기, 글쓰기, 영어 공부 등등. 이들 중 내가 결과를 낸 게 무엇이 있을까? 지금까지 꾸준히 해왔지만, 결과에 이른 적은 없었다.
시도를 잘하는 것과 실행을 잘하는 것의 차이는 이렇다. 누군가 나를 보고 '쟤는 뭔가 하는구나'라고 할 수 있지만, '쟤는 뭔가 해내는구나'라고 할 수 없는 것.
시도한 행위 자체에만 의미를 두는 것도 괜찮다. 그런데 이제 하는 사람에서 해내는 사람이 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프로가 아니라면 시도만 해도 된다. 결과물을 내지 않아도 즐기면 되니깐. 프로라면 즐기지 못해도 결과를 내야 한다.
책 읽기, 글쓰기, 운동하기, 영어 공부하기 등은 내게 취미이자 실력을 갖추고 싶은 대상이다. 취미라서 꾸준히 했지만 목표는 없었다. 조금씩 실력은 늘었지만 아무렇게나 던져진 벽돌 같았다. 쌓이긴 했는데 건물은 아니었다.
프로답고 싶었다. 프로답기 위해선 신뢰가 필요했다. 신뢰의 보증이 될 결과물이 있어야 했다. 디자이너에게 자신의 결과물이자 작품을 모은 포트폴리오가 있는 것처럼.
내게 글쓰기의 포트폴리오는 브런치였다. 다양한 글을 쓰면서 나다운 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아직 다듬을 곳이 많지만.
독서 포트폴리오는 어떨까. '책을 읽었다'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다. 요새 생각하는 방식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서평 쓰기. 전체를 한 번에 쓰거나 나눠 쓰거나. 보통 한 번에 쓰지만, 나는 나눠서 책 속 통찰을 글감 삼아 내 생각을 붙여 쓰기를 좋아한다. 한 권의 서평으로 끝내기엔 책에 담긴 좋은 내용이 너무 많다.
다른 하나는 배운 것을 가르쳐 주기이다. 교육에서 가장 효율이 안 좋은 방식이 일방적으로 듣는 강의 형태이고, 좋은 방식이 '거꾸로 교실', '플립 러닝'처럼 배운 것을 서로 가르쳐주면서 다시 배우는 방식이다.
문제는 내가 독서 모임을 따로 나가지 않는 이상 남들에게 이야기할 시공간이 많지 않다. 일을 다니는 이상 만나는 사람도 한정적이다.
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이 있다. 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것이다. 영상 편집과 업로드라는 별도의 과정이 필요하긴 하지만, 이 과정을 다룰 수 있다면 책을 소화하는 것과 포트폴리오 만드는 데 있어 최선이라 생각한다(물론 영상을 듣는 사람에겐 효율이 상대적으로 낮지만, 같이 도움이 되게 설계하면 된다).
블로그 하는 분들을 보면 그냥 꾸준하게 올렸던 자기만의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로 이어지는 걸 볼 때가 있다. 육아하시던 분이 육아 책을 내고, 집에서 운동하던 영상을 올리다 전문 강사가 되기도 한다.
할 수 있는 한 나도 꾸준하게 하려고 한다. 책도 꾸준히 읽고 글도 꾸준히 쓰고. 내년에 상황이 정리되면 책 읽은 것을 영상으로도 만들고 싶다. 좀 더 여유가 생기면 영어 공부도 일정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다. 그전까지는 해낼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해서 결과물을 쌓을 것이다.
꾸준히 발전적으로 지속한다면 실력은 늘어난다. 늘어난 실력으로 만든 결과물이 쌓이면 새로운 길을 보여줄 것이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과 실행력을 연결해보자. 브런치에 글을 쓰는 대부분은 브런치북 프로젝트를 기대할 것이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서 이룰 수 있는 최대의 결과물이니깐.
꼭 책 출판이 아니어도 도전해볼 과제는 있다. 위클리 매거진에 도전해볼 수도 있다. 나는 연재 신청을 할 수는 있지만 연재할 목록이 나오지 않아서 보류 중이다. 도전에 떨어졌거나 아직 할 수 없다면 나름의 매거진을 올리면 된다. 1주일에 1편씩 마감을 정해 공들여 써보자.
지금부터 미리 써서 글을 짓는 습관을 들여놓는다면 책 한 권을 써낼 힘을 기를 수 있을 것이다. 달리기 초심자가 단번에 마라톤을 뛰는 게 아니라 멀리 보고 조금씩 미리 꾸준히 뛰듯이.
여기에 쌓이는 글들이 어떤 길로 이어질지는 모르는 일이다. 각자마다 다른 길로 이어지는 데 필요한 글의 양질이 다를 것이다. 다른 길을 바란다면 다른 길에 다다를 때까지 글을 쓰면 된다.
꾸준히 글을 쓰는 사람에서, 꾸준히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 될 것이다. 어쩌면 다른 모든 결과물보다 가장 나은 결과물을 얻게 될지도 모른다.
실행력을 갖추고 싶다면 각자의 계획을 정해서 목표한 결과를 이루는, 하기만 하는 사람에서 해내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 길을 향한 첫걸음은 작은 실행력을 쌓는 것이다. 꾸준히 좋은 글 쓰는 사람이 되기 위해 오늘 나는 작은 글 한 편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