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이다. 새해만 되면 계획을 세웠다. 작년 12월 말에는 카페에서 4시간 정도 진득하게 앉아 1년 계획을 짰다. 계획을 짠 지 1분기가 지났을까. 세운 계획 자체를 다 엎어야 할 만큼 상황이 바뀌었다. 매 분기로 삶은 예측할 수 없게 달라졌다. 1년 계획은 어느새 잊혔다.
올해 되고 싶었던 내 모습과 지금 내 모습은 전혀 다르다. 예를 하나 들자면,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해서 원서를 술술 읽고 싶었다. 영어 공부는 지금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지만 당장 해야 할 것은 아니다. 단어장을 나중에 읽을 책들이 있는 책장에 넣어두었다.
앞으로도 상황이 계속 달라질 가능성이 커 예측하기 어렵다. 1년 후에 나는 무엇을 할지 전혀 알 수 없다. 지금 내가 있는 환경은 작년 이맘때 내가 생각했던 수많은 시나리오 중에서 있지도 않았다.
나는 1년 뒤 달라질 내 모습을 생각하길 잠시 접었다. 나는 그냥 오늘부터 오늘만 달라지기로 했다. 그런데 어떻게 하면 오늘 달라질 수 있을까? 예전에 읽었던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책의 도움을 얻기 위해 다시 꺼내 들었다.
달라지기로 결심할 때 우리는 계획을 세운다. 계획하는 건 쉽다. 중요한 건 계획의 실천이다. 계획을 실천하려 하면 언제나 다양한 유혹들이 찾아온다. 계획을 계속해내고 싶다면 유혹을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작심삼일을 3일마다 한 번씩 작심해서 쭉 이어가면 된다는 농담도 있다. 하지만 3일 하기도 어려울 때가 많다는 건 우리가 많이 경험해봤다.
유혹을 이기기 위해선 자제력이 필요하다. 치킨 한 번 안 먹기 위해서, 5분 더 안 자기 위해서, 추운 날 헬스장 한 번 가기 위해서는 자제력이 필요하다.
자제력이 생생할 때는 유혹을 이기고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 자제력만 있다면 바라는 걸 다 할 수 있다. 자제력이 한계가 있다는 게 문제지만.
자제력이 떨어진 상황에서는 유혹을 이기고 계획을 실행하기 쉽지 않다. 자제력이 고갈되면 우리는 계획한 것을 하기보단 충동적으로 하고 싶은 걸 하기 쉽다.
나는 정말 피곤한 날 밤늦게 들어오면 바로 잠들지 못한다. 씻고 바로 자야 할 것 같은데 SNS를 둘러보고 책을 보고 하면서 씻기를 미루곤 한다.
"습관은 결정을 하지 않는 행동이다. ... 우리는 결정을 내리는 상황에서 벗어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한껏 자제력을 발휘해야 한다."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
자제력은 대개 할까 말까 고민할 때 소진된다. 갈까 말까, 살까 말까, 먹을까 말까 하는 순간이 되면 오래된 폰 배터리처럼 빠르게 닳게 된다.
어떤 행동을 하기로 고민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다면 자제력은 보존될 것이다. 보존된 자제력은 우리가 계획한 습관을 실행할 힘이 된다. 자제력을 보존하려면 계획한 것이 습관이 되면 된다. 어떻게 보면 당연한 말처럼 보인다. 계획한 것을 습관처럼 하지 않으면 계획한 바대로 되지 않을 테니깐.
당연하지만 우리가 놓치기 쉬운 부분은 우리가 '계획한 것을 습관 들이기로 계획하는 것'이다. 습관 들이는 것을 계획해야 한다. 계획을 이루기 위해선 습관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아야 한다.
우리 삶은 반복하는 행동들로 구성된다. 생각보다 우리 일상을 구성하는 반복적인 행동은 몇 가지 안 된다. 일어나고, 자고, 먹고, 씻고, 출근하고, 일하고, 인사하고, 말하고, SNS하고, 영화 보고, 각자 다른 취미 생활하고, 다시 잔다.
우리가 하는 행동 몇 가지가 우리 삶이다. 우리가 습관으로 만들기로 한 행동 하나가 우리 삶을 바꿀 수도 있기에 습관을 정하기 전에 신중히 생각해야 한다. 내가 만들고 싶은 습관을 왜 만들려고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 내 일상에 채울 만한 습관을 어떻게 고를 수 있을까?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결심했다는 말은 오늘 하루를 어제 하루와 다르게 살겠다는 말이다. 어떻게 달라지게 할 것인가? 무엇을 빼고 더하고, 바꿀 것인가?
자제력 등 에너지를 관리하면서 계획을 지키기 위한 습관을 만들려 한다면, 에너지 관리에 도움이 되는 습관을 먼저 만드는 게 좋다. 위 책에서는 그런 습관을 토대 습관이라고 한다.
토대 습관은 자제력 등의 에너지를 관리하고 기르는 데 중요한 역할 한다. 토대 습관을 잘 다져두어 에너지 관리가 되면 다른 습관을 들이기가 쉽다. 나는 오늘부터 달라지기 위해 토대 습관을 만들어 지키는 것을 우선하기로 했다.
토대 습관의 종류는 이렇다. 1. 취침 2. 운동 3. 식사 4. 정리정돈
잠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두 가지 생활 순서를 정했다. 퇴근하면 취침 준비를 바로 하는 것과 12시 전에 자는 것. 퇴근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저녁 시간엔 가능하면 수면에 집중하려 한다.
운동은 통근 때 걸어 다니면서 했다. 여기에 플랭크를 추가하려 한다. 오래 앉아 있으면서 허리에 무리가 가기 때문에 허리 근육을 기르기 위해서.
식사는 필수 영양제를 꼬박 잘 챙겨 먹기로 했다.
정리정돈은 아침에 일어나서 침대를 정리하려고 한다. 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에선 침대를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더 행복해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마음의 에너지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될 거로 생각한다.
적어둔 계획 중에 어려운 건 별로 없다. 토대 습관은 어려워선 안 된다. 토대 습관에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면 토대가 되기 어렵다. 작은 토대 습관이 쌓이면 든든한 바탕이 된다.
일찍 잘 자고 일어나서 침대 정하면서 에너지를 비축하고, 운동과 식사를 통해 에너지를 늘린다. 간단한 일이다. 이 간단한 일을 이어가면 위대한 일로 이어질 수 있다.
토대 습관이 탄탄히 자리 잡은 뒤에 내가 정말 추가로 하고 싶은 계획을 하나씩 추가하면 된다.
'습관이 있으면 어제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좋은 습관을 지켜 어제보다 더 행복한 내일을 추구한다면 올해만큼은 한 해가 저물 때 후회가 남지 않을 것이다'
새해가 되면 1년 후 바뀔 나를 기대하게 된다. 모든 긍정적 잠재적 가능성이 발현되어야 나타날 나를 그릴 때가 많다. 그리고 실망하기 쉽다. 오늘 당장 할 수 있는 쉬운 변화에 먼저 집중해보자. 그리고 다음 단계의 계획을 세워보자. 오늘부터 달라지기로 해보자. 그거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