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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03. 2018

우리는 그렇게 같이 나아간다

<원더>를 보고

 영화 내용이 담겨 있으니 스포일러 주의하세요.


한 아이의 성장기를 담았다고 하기엔 영화가 표현한 내용을 작게 표현한 것 같다. 한 소년을 중심으로 엮인 각자의 사연을 그린 인생 이야기다.


어기의 이야기는 영화의 중심이지만 평범했다. 어기의 내용은 태어나면서 가진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생긴 문제를 커가면서 극복해가는 것이다. 이 구성은 딱히 다르게 할 필요가 없다. 만약 극복을 못 해 버리면 영화가 안 만들어지니.


어기의 이야기 구성은 평범하지만 탄탄하다. 주변인들의 이야기가 전체 이야기를 완성도 있게 감싼다. 영화는 크게 세 부류의 사람을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한다. 어기, 어기의 가족, 어기 혹은 어기와 비아의 친구들.


어기와 비아의 친구들은 잘못을 저질렀다. 어기 친구 잭 윌은 쥴리안에게 잘 보이기 위해 어기를 모욕했다. 훗날 진짜 우정이 무엇인지 깨닫게 된 잭은 사과한다. 비아의 친구 미란다 또한 비슷한 실수를 저질렀고 용서를 구했다. 우리 모두 실수할 때가 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나,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모르지만 그 순간엔 그게 나은 선택으로 생각했거나. 이 과정을 보면서 누군가 내게 했던 잘못들이 생각났고 '그 사람도 그럴 사정이 있을 수 있었겠구나' 싶어졌다.


항상 그럴 수 없겠지만 진심 어린 사과는 용서하고 다시 우정을 시작할 용기를 준다. 화해를 받아준 어기와 비아처럼.


가족 이야기도 다면적으로 보여준 점도 인상 깊었다. 가족이기에 얻을 수 있는 것과 잃어야 했던 것들. 어른으로서 묵묵히 감내하는 것과 감내하면서 어른이 되는 과정까지.


누나인 비아는 무관심 속에 자랐다. 할머니만이 자신의 유일한 지지자였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럴 존재가 없었다. 친구인 미란다가 있어서 유대감을 느낄 관계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깨졌을 땐 비아는 어디도 의지할 수가 없었다.


비아는 무너질 것만 같은 시기를 버티다 남자 친구인 저스틴을 만나서 넘길 수 있었다. 안정적인 관계에 용기 내어 자신이 만든 문제를 바로잡기도 했다. 처음에 속였던 남동생의 존재를 다시 말하면서 사과하고, 미란다의 사과를 받아 화해하고, 소홀했던 엄마와 관계를 다시 만들기 시작하면서 비아는 비아대로 비아답게 성장한다.


엄마는 쓰던 논문도 접고 홈스쿨링을 시작했다(아빠의 드러나게 보이는 희생적 헌신은 잘 묘사되지 않는다. 반려견의 죽음에 유독 상실감을 느낀 모습을 볼 때 얕은 추측만 해볼 뿐이다). 어기가 학교에 들어가자 엄마는 홈스쿨링 했던 장소에 혼자 남아 있게 됐다. 자기 삶을 채우던 큰 조각이 빠져나가 공허해졌다. 다시 논문을 쓰기 시작하면서 디스켓 속에 잠시 넣어두었던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한다.


영화는 서로의 사연만큼 연대도 강조한다. 어쩌면 서로의 사연은 서로 함께 하기 위해 존재하는 걸 말하는지도 모른다. 쥴리엔의 갈수록 괴롭힘이 더해져도 어기가 버틴 건 친구인 섬머와 잭이 있어서였다. 어기 혼자였다면 버티기 어려웠을 것이다. 비아도, 엄마도, 아빠도, 잭도.


어기 가족이 보여줬듯 우리는 각자의 삶의 주연인 동시에 타인의 삶에 조연이다. 각 역할을 위해 노력할 때 우리 삶의 영화는 놀랍게 변한다.


어기는 어기대로, 가족은 가족대로,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각자 나아가면서 같이 살아간다. 완전히 독립적이지도, 완전히 의존적이지도 않게. 찰싹 달라붙어 있던 어기네 가족이 떨어져서 각자의 길로 같이 가기 시작한 것처럼.


우리는 타인에게 나아갈 힘을 주며, 타인에게 힘을 받으며 나아간다. 그렇게 같이 나아간다.


멀리서 보면 소소한 가까이서 보면 치열한 일상. 같이 나아가기 위해 도우며 살아가는 서로가 소중하고 '경이로운(Wonder)' 존재임을 생각해본다.




브런치 무비 패스 메일에 첨부된 작은 포스터 이미지만 보고, 보기로 결정했던 영화. 어떤 영화는 포스터만 봐도 내 취향인 걸 안다. 이런 영화는 예고편도 보지 않으려 한다. 가능한 사전 정보 없는 채로 가서 즐기고 싶어서. 이 영화는 Wonder 뜻처럼 경탄이 나왔다. 소중한 영화를 볼 기회를 준 브런치 팀에게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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