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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Aug 21. 2018

살아남으려면 집중해야 한다

길고, 연속적이며, 방해받지 않는 시간을 많이 갖도록 일상을 조직하면 소설을 쓸 수 있다. 그렇지 않고 방해를 많이 받으면 무엇이 바뀔까? 길이 남을 소설 대신 다른 사람들에게 보낸 이메일 뭉치만 굴러다닐 것이다.

- 닐 스티븐슨


일을 매일 오래 했다. 9시 반 출근해서 9시 반 퇴근하는 게 보통이었다. 밤이 되어 집에 들어오면, 에어컨을 켜고 침대에 누운 듯 걸터앉았다. 앉아서 밀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피고 유튜브를 봤다. 새벽이 될 때까지 시간을 낭비하다가, 더 미룰 수 없어 씻고 잠들었다.


다시 출근해서 늦게까지 일했다. 화장실을 갈 때면 휴대폰을 들고 갔다. 제대로 보지도 않으면서 계속 페이스북 피드를 넘기고 있었다. 다시 집으로 와서 휴대폰을 보고, 어제보다 좀 더 늦게 잠들었다.



시간이 갈수록 나는 일에서도, 일상에서도 집중하는 능력을 잃어갔다. 내가 원하는 건강한 생활 습관과도 멀어졌다. 내 생각, 마음, 뇌는 모호해졌다. 노이즈와 잡음이 가득해 보였다. 이 삶을 이어가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그때 마침, 페이스북에서 1년 전 오늘의 글이 보였다. <딥 워크>를 읽고 감명을 받아 몇 번의 글을 썼었다. 나는 작년 이맘때 똑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피상적 작업 : 지적 노력이 필요하지 않고, 종종 다른 곳에 정신을 팔면서 수행하는 부수적 작업. 피상적 작업은 새로운 가치를 많이 창출하지 않으며, 따라 하기 쉽다. <딥 워크>, 12쪽


작년에 다녔던 곳에서는 피상적인 일을 했다.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왔다.


딥 워크(Deep Work) : 인지능력을 한계까지 밀어붙이는 완전한 집중의 상태에서 수행하는 직업적 활동. 딥 워크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능력을 향상시키며 따라 하기 어렵다. Ibid., 9쪽


지금 다니는 곳에서는 딥 워크를 해야 한다. 피상적인 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딥 워크를 통해 내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일을 많이 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힘들지 않았다. 힘든 것은 오랜 시간 동안 내가 무엇을 했는지 불명확할 때였다. 오랫동안 피상적으로 일하는 게 더 힘들었다.


는 피상적인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이 상태라면 어디에서 일하든 살아남기 어렵단 생각을 했다. 다시 <딥 워크>를 집어 들었다.


저번 주 토요일, 아는 형의 결혼식을 다녀왔다. 결혼식은 12시였다. 저녁 6시에 약속이 있었다. 잠을 못 잤기에 한숨 자고 싶었다. 집에 가서 쉬면서 남는 시간을 보낼 지, 약속 장소 근처에 있는 카페를 갈지 고민했다.



가방엔 다시 읽던 중인 <딥 워크>가 생각났다. 어떤 계기가 생길 것 같았다. 집의 유혹을 물리치기로 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힙한 카페로 갔다. 대신 잠은 카페에서 엎드려 잠깐 잤다.


개인의 의지보다 환경설정이 중요하다. 나는 카페에서 책을 읽는 걸 좋아한다. 어쩌면 카페에서 책 읽는 사람이길 좋아하는 걸지도 모른다. 어쨌든 카페에 가면 나는 책을 읽는다.


4시간 정도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 동안 책을 다 읽고 생각했다. '딥 워크'를 하기로 1년 만에 다시 결심했다. 



두뇌를 렌즈로 만들어 주의를 모으고, 무엇이든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하라. - 앙토냉 세르티양주(도미니크회 수도사이자 도덕철학자), Ibid., 36쪽


시간이 되어 약속 장소로 가는 중에 색다른 느낌을 받았다. 4시간 동안 한 권의 책만 읽어서, 집중을 오랜만에 해서일까?최근 들어 계속 불투명했던 내 머릿속이 뚜렷해졌다. 초점이 맞지 않았던 카메라가 제대로 초점을 맞춘 것 같았다.


초점을 맞춘 채, 일하고 공부해보고,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이 느낌을 이어가고 싶다. 딥 워크를 위한 첫걸음으로 산만한 상태에서 벗어나기로 했다. 그 시작과 끝은 SNS를 하지 않는 데에 있다.


산만한 정신 상태를 오래 지속하면 딥 워크를 수행하는 능력이 영구적으로 약화된다. Ibid., 12쪽


돌아보니 매일 글을 쓰던 내가 오랫동안 쓰지 않고 있었다. 일이 많기도 했고, 집중력을 잃기도 해서. 다시 어떻게든 글을 쓰고자 인스타그램에 매일 1편씩 아무 글이라도 올렸다.


매일 쓰다 보니 예열이 되어 글을 쓸 수 있는 상태가 됐다. 다만 인스타그램에 하트 품앗이를 하면서 집중력을 잃게 됐다. SNS는 업무 용도 외엔 거의 들어가지 않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에 매일 올리기를 그만하고 대신 브런치에 다시 글을 쓰기로 했다. SNS를 하지 않는 시간 동안 무료한 상태에 있으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생각하려고 한다.


딥 워크 가설 : 일에 몰두하는 능력은 점점 희귀해지고 있다. 동시에 우리 경제에서 가치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그 결과 이 능력을 신장하고 삶의 핵심으로 만든 소수는 크게 번창할 것이다. Ibid., 19쪽
"나는 남은 생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알게 되었다. 이제부터 목표를 신중하게 선택할 것이다. 그다음 거기에 골몰할 것이다. 요컨대 집중하는 삶을 살 것이다. 그것이 최선의 삶이기 때문이다." Ibid., 82쪽


나는 일을 잘하기 위해서, 아니 더 잘 살기 위해서 딥 워크 하는 삶을 결정했다. <딥 워크>는 더 나아가서 딥 워크, 집중해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한다.


이 글을 읽은 분은 저와 같은 경험을 해보셨나요? 어떤 생각이 드셨는지 궁금해요. 댓글로 생각을 공유해 주세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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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딥 워크>를 읽고 썼던 글. 책을 읽고, 글을 쓴다고 삶이 바로 달라지지 않음을 보여준다. 계속 살아내야 한다. 평소와 다른 모습을 원한다면 그 모습이 삶이 될 때까지.


책이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링크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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