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배운 마케팅 : 1. 입소문의 비결
많고 많은 동네 중에 왜 을지로일까? 공장과 오래된 건물뿐인 곳이 어쩌다 인기를 얻은 걸까? 누가 을지로를 광고한 것도 아니고, 을지로에 있는 음식점들이 특별히 싼 것도 아닌데 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한 가지 중요한 이유가 있다. <컨테이져스 : 전략적 입소문>의 저자인 조나 버거에 따르면 바로 '입소문' 때문.
우리가 하는 결정의 20~50%는 입소문이 주요 요인이라고 한다. 어디가 잘 된다면, 유행한다면 그 일등공신은 입소문이란 의미다. 을지로가 뜬 건 요새 '힙한 동네'라고 알음알음 입소문이 났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의 첫 번째 장까지 읽고 떠오른 '을지로가 힙한 이유', 을지로가 뜬 이유를 가볍게 생각해본다. 실제로 무언가 성공하고 대박이 나는 데에는 무수한 변수와 이유가 있다. 다 알기도 무리고, 안다고 다 말하기는 더 무리다. 이 책에서 배운 한 가지 요인만 다뤄보려 한다.
입소문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한다. 2가지 동기가 있다. 하나는 좋은 정보를 아는 괜찮은 사람이란 인식을 얻고 싶은 것. 다른 하나는 좋은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다. 조나 버거는 전자를 강조한다.
대화에서 요새 힙하다는 데를 알려준다면, 그런 데를 아는 사람이란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그 이미지가 잠깐이라 하더라도.
주변에 모든 드라마 소식을 섭렵하는 사람, 무리수를 던져서라도 유머를 구사하는 사람이 한 명쯤 있지 않나? 지적인, 재밌는 이미지를 원하기 때문이다.
입소문은 다른 광고보다 설득력이 훨씬 강하다. 페이스북에 맨날 나오는 광고보단, 실제로 써본 친구의 추천에 산 경험이 더 많을 것이다.
게다가 내 취향은 수많은 마케터보다 비슷한 취향인 친구가 다 잘 안다. 친구가 추천하는 곳은 내 마음을 제대로 저격할 수 있다.
최근까진 젊은 층은 대부분 거의 안 가봤을 을지로. 정확히 말하면 을지로를 가봤어도, 지금의 을지로처럼 특별히 찾아갈 데가 있어서 간 것은 아니었을 거다. 그랬던 을지로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
사람들은 화제가 될 만한 이야깃거리가 있으면 절대 숨기지 않는다. 가볍게 시작한 대화로 전달되는 것이다. '너 그거 알아?'. 입소문은 바로 이 이야깃거리에서 나온다.
을지로에는 무슨 이야깃거리가 있을까? 홍대는 식상하다. 합정은 그냥 그렇다. 망원, 상수는 이제 너무 유명해져서 사람들이 많다(저는 이 동네들을 애정합니다). 엄청 특이한 가게가 아니라면 이 동네는 이제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안 된다.
어떤 동네인지도 잘 모르던, 뭔가 올드한 느낌이 전부인 동네(나는 이 느낌을 좋아하지만..)가 뜨고 있다? 이것부터가 이야깃거리가 된다.
오래된 사무실 건물만 가득한 동네에, 간판도 없는 카페, 바(Bar)가 있다. 여기는 아는 사람만 찾아갔는데 조금씩 알려지는 중이라고 한다. 게다가 그 가게들 하나하나는 전부 특이한 개성이 있다. 이런 점들이 이야깃거리가 되게 한다(이야깃거리는 훨씬 많겠지만).
* 당연히 저것만 가지고 유명해지진 않았을 테다. 을지로에 유명한 카페들은 어디에 있어도 잘 됐을 것 같다. 각자만의 특색과 매력이 있으니깐.
최근에 한 수제 버거집에 갔다. 원래 가려던 순댓국집이 장사가 끝나서, 다음 순위였던 여기를 찾았다. 20분 동안 소나기 맞듯 땀을 흘리며 찾아 걸어갔다. 찾아간 이유는 아래 버거를 먹기 위해서.
돈 안 써도 사람들이 공유하게 하려면 위에서 말했듯 이야깃거리를 주면 된다. 한 가지 예로 사람들은 특이한 것을 공유하려 한다.
내가 가본 특별한, 특이한 데를 소개함으로 이런 데를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 한다. 먹스타그램 태그 걸어서 올릴 저 사진 한 장을 얻기 위해 한여름 뙤약볕을 뚫고 갔다.
저 수제 버거집은 유명세 혹은 기대만큼 맛있진 않았다(맨 아래 후기가 적혀 있다). 다만 저 치즈를 얇게 펴서 구운 버거가 입소문이 돌아서 유명세에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나도 저걸 보고 갔으니.
뭔가 특이하게 생긴 모습이 사람들에게 흥미를 일으킨다. 친구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어제 이런 걸 먹었다고 보여줄 만한 비주얼이다. 실제로 내 인스타그램에서도 저 사진을 보고 저기 어디냐고 묻는 댓글이 바로 달렸다.
책을 읽고 '힙함'에 대해 생각해봤다. 이 느낌은 내가 뭔가 좀 안다는 인상을 주고 싶은 사람들이 주변에 이야기하고, 또 그런 사람들이 다른 이들에게 이야기하면서 만들어진 걸지도 모르겠다.
을지로는 대충 보면 그냥 어쩌다 유명해진 것처럼 보이고, 면밀히 보면 유명해질 요소가 수없이 많아 보이기도 한다. 그 많은 요소들을 따라 한다고 다들 을지로처럼 되진 않을 것이다.
안 알려진 동네 오래된 건물 4층에 간판 없이 카페를 차린다고 잘 될까? 다만 거기도 사람들이 찾아갈 만한, 갔다 와서 이야기할 만한 무언가가 있다면 잘 될 수 있을 것이다. 이야깃거리가 있으니깐.
입소문이 날 요소가 있다고 다 성공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입소문이 날 게 없다면 성공할 리가 없다.
이런 글을 쓸 때 한 가지 두려움은 이 글이 입소문이 안 나는 것(...)이다. 마치 SNS 전문가 특강이라고 해서 보니, 강사가 운영하는 페이지 좋아요가 100개 정도일 때 드는 기분이랄까.
브런치도 입소문이 강하게 필요한 곳이다. 글이 뜨려면 브런치 직원분의 간택, 카카오톡 채널의 간택, 다음 메인 페이지의 간택, 페이스북 인플루언서의 간택, 무엇보다 지금 읽는 여러분의 공유(!)가 합쳐야만 뜰 수 있다.
그분들이 볼 때, 밥 먹으며 '을지로가 요새 왜 힙한 지 알아?, 이 글 (꼭) 한 번 볼래?'라고 말할 거리를 줄 수 있다면, 간택의 수가 늘지 않을까 싶다. 물론 보여줄 만한 글이 되는 게 먼저겠지만.
이 글을 읽은 분이 생각하는 을지로가 뜬 이유는 무엇인가요? 댓글로 생각을 나눠주세요 :)
* 브런치 구독 및 댓글(+공유)은 제게 글을 꾸준히 쓸 힘을 줍니다 :)
책이 궁금하다면 아래에서 링크 클릭 :)
수제 버거집. 땀을 뻘뻘 흘리며 겨우 찾아갔는데, 들어갔을 때부터(땀에 절여진 사람이 훅 들어와서 처음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갈 때까지(돈도 다 냈는데 대체 왜..?) 홀에 있던 '모든' 직원들이 '얘 뭐지?, 왜 왔지?'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쳐다보고 유독 나에게만 퉁명스럽게 응대했다.
들어갈 때부터 내가 먼저 웃으며 인사하고, 뭐 주면 '감사합니다'하고, 돈 내며 '잘 먹었습니다'까지 해도 그들의 태도는 일관적이었다. 맛 이상으로 서비스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굳이 다시 사 먹을 곳은 아니다(공짜로 주면 먹을 수는 있다..). 그래서 가게명은 알려주고 싶지 않다. 나 하나 안 가도 그곳은 잘 되겠지만, 굳이 입소문에 보탬이 되고 싶진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