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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Feb 09. 2019

당신의 타고난 재능은 무엇인가요?

재능을 만들 수 있을까?

1만 시간의 법칙이란 말이 있다. 뭐든 1만 시간 동안 하면 프로가 될 수 있다는 내용. 이건 이 법칙을 만든 말콤 글래드웰의 말을 아주 단순화한 것이다. 근데 그의 법칙 또한 <1만 시간의 재발견> 저자이자 대가 연구의 대가인 안데르스 에릭슨의 연구 내용을 아주 단순화한 그래서 오해하게 만든 것이다.  


1만 시간 동안 하면 실력이 늘까? 어떤 건 맞고, 어떤 건 아니다. 대부분 일정 시간을 하면 일정 실력까지 오를 수 있다. 일정 실력 이상부터는 시간을 많이 쓴다고 실력이 향상되진 않는다.


안데르스 에릭슨은 프로들 사이에서도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이들을 연구했다. 상위 실력자와 나머지와의 구분되는 지점은 개인 연습 시간의 양이었다. 연습량이 실력을 갈랐다. 그러면 더 많이 하는 게 답인가?


단순히 연습량만 늘리면 되는 게 아니라 '의식적인 연습'의 양을 늘려야 했다. 의식적인 연습은 3가지가 필요하다. 집중, 피드백, 수정이다. 짧게 설명하면 집중은 더 나은 지점으로 향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를 말한다. 피드백은 혼자 하는 게 아닌 전문가 도움을 받아, 내가 지금 하는 노력의 개선점을 찾는 것을 말한다. 수정은 피드백받은 내용을 바탕으로 다시 집중하여 개선하는 것이다.


최고 수준의 실력은 의식적인 연습 시간에서 나온다. 양과 질이 다 중요하다. 매일 하면 나아질 수 있지만, 매일 해도 나아갈 수 없는 부분이 있는 것이다.


글쓰기와 관련 없는 분에게 '채민씨는 글을 어쩌다 잘 쓰게 됐어요?'라는 말을 들었다. 일단 내가 글을 잘 쓴단 생각을 하지 않고 실제로도 그렇지 않기에 민망했지만, 궁색한 근거를 찾아봤다. 겨우 긁어낸 것은 2가지, 나는 어떻게든 꾸준히 책을 읽고, 가능한 페이스북에 매일 1편의 글을 쓰고 있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5년 동안 1년에 100권씩 읽었다. 브런치에만 300편 가까운 글을 썼다. 그래서 이 정도 글을 쓰게 됐다. 그래서 이 정도만큼은 쓸 수 있다. 결과만 보면 그냥 원래 이렇게 쓰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위 말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글쓰기에 관심 있는 분이 내게 말했다. 매일 쓴다고 글을 잘 쓰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나를 저격하며 한 말은 아니지만, 곱씹어 보게 됐다. 매일 써서 잘 쓸 게 아니라면, 이제 나는 뭘 해야 할까?


2명에게 조언을 들었다. 한 명은 조너선 하디스트라는 화가다. 그는 집에서 일하면서 돈 벌 수 있는 직업을 고민하다가 화가가 제격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그는 8살 이후로 그림을 그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매일 그림을 그렸다.


그는 매일 그림을 그린 지 1년쯤 지나자 처음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하지만 이내 성장의 벽에 부딪혔다. 그는 그에게 다음 가르침과 피드백을 줄 수 있는 아틀리에를 찾아 이사했다. 그 후 오전엔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밤까지 그림을 그렸다.



지금 올린 사진은 그가 매일 그림을 그린 지 초창기 그림과 9년 후의 그림이다. 거장으로 대접받는 지금도 그는 계속 연습 중이며, 그가 지금까지 한 의식적인 연습량은 약 2만 5천 시간 정도로 추정된다.


조너선 하디스트는 그림에 타고난 재능이 있었을까? 그의 연습량을 빼고 결과만 보면 분명 그렇다. 그의 과정을 지켜본다면 어떨까? 어떤 쪽에선 노력도 재능이라고 말할지 모른다. 나는 그를 보면서 재능으로 보이는 실력을 누구든 만들 수 있음을 다시금 느낀다. 우리는 모두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면밀히 보면 타고난 재능처럼 보이는 실력을 갖출 '가능성'을 다 가지고 있다.


한 분야에 꾸준히 노력할 수 있는 건 아무나 다 하는 건 아님을 안다. 동시에 꾸준히 노력하면 나도 실력을 갖출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사람만 그렇게 할 수 있음도 안다. 나는 내가 재능이 있다고 말하진 못 하지만, 제대로 꾸준히 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는다. 조언을 받은 다른 명인 래퍼 '나플라'를 보면서 그런 믿음을 더 가지게 됐다. 


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즐겨 본다. 내가 재미와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여럿 있지만, 무엇보다 그들의 실력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게 때면 진짜 스웩을 느끼곤 한다. <쇼미더머니 777> 우승자인 나플라는 방송 전부터 이미 우승자라고 불렸다. 나는 그의 노래를 번도 듣지 못해서, 얼마나 잘할까 궁금했다. 예선에서 보여준 그의 랩은 힙알못인 내가 들어도 쩔었고, 괜히 우승 후보가 아니란 있었다. 그러면서 그의 실력의 원천이 궁금했다. 어떻게 그렇게 잘하게 됐을까?



결승전 때서야 그 답을 알게 됐다. 그는 지독한 연습 벌레다. 연습 덕후 중에서도 최상위 클래스. 머릿속에 '랩' 밖에 없는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도, 주변 사람들도 모두 인정하고. 나플라처럼 연습한다고 나플라만큼 잘할지는 모르지만, 나플라만큼 하려면 나플라가 쌓은 의식적 연습 시간은 채워야 할 것이다. 


이런 면에서 재능은 자기 믿음이며, 헌신을 향한 선택이며, 부단한 발굴이다. 환경에 따라 믿음이 꽃피우지도 못할 수도 있다. 당장 하루 벌어먹고 살아야 한다면 재능을 꺼내기 어려울 것이다. 하디스트는 결혼 후 퇴사한 다음 곧바로 미술을 시작했기에, 매우 가난한 시절을 어떻게든 견뎌내야 했다.


글쓰기 실력을 어떻게 키워야 할지에 대해 내가 찾은 답은, 글을 꾸준히 쓰되 제대로 쓰려고 노력하고 피드백을 받는 것이다. 꾸준히라 함은 매일 읽고 쓰는 것. 제대로는 한 분야를 정해서 파고드는 것. 피드백은 조회수, 공유, 댓글 등의 반응과 글쓰기 관련 책, 강의를 통해 받고 후에 전문가에게 받을 길을 찾으려 한다.


'타고난 재능'이란 표현에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당연히 사람마다 타고나는 게 있지만, 나도 모르게 탁월한 실력을 가진 이들이 거쳐온 과정을 그렇게 해서 얻을 자신이 없기 때문에 면피할 때 쓸까 봐. '재능이 타고났다'는 말은 누군가의 결과를 한 번에 설명하기 좋지만, 타고나지 않는 나의 성장을 위해선 전혀 쓸모없는 말이다. 나는 없던 나의 재능을 만들려 노력할 것이다. 설령 결국 글의 재능을 못 만들면 다른 것에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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