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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민씨 Oct 19. 2019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 '진지하게' 지켜가기

내게 남은 장면들

횡단보도를 걸어가고 있었다. 두 꼬마 아이가 사람들 사이로 요리조리 피하며 뛰어다니고 있었다. 한 아이가 "흰색 선 밟으면 안 돼!"라고 외쳤다. 두 아이는 사람들도 피해야 했지만, 그 짧은 다리로 가까스로 뛰어넘으면서 그 규칙을 지키고 있었다. 아이는 다리가 짧아서 흰색 선을 안 밟으려면 모든 힘을 다해야 했다. 뒤따라 가족 또는 친구들과 함께 오던 엄마는 "쟤 또 쟤만의 세상에 있어"라고 말했다.


횡단보도를 건너고 나서는 시각 장애인용 보도블록 위로 뛰어가면서 "노란색 위로만 가야 해!"라고 외쳤다. 각자의 길로 나뉠 때까지 아이는 흰색과 노란색, 자기가 규칙을 세운대로 지키고 있었다.


규칙을 만들어 지키는 게 놀이였을 수도 있고, 엄마가 말한 대로 그 순간 그 아이의 세상이었을 수 있다. 아이는 더 자라면서 자기만의 규칙보다는 사회가 만든 규칙을 지켜야 할 것이다. 그때도 지금처럼, 자신만의 규칙을 만들어 지켜나갈 수 있다면 어떨까란 생각을 했다. 


규칙은 계획을 지키는 태도인데, 세상엔 규칙을 잘 지키는 사람과 못 지키는 사람으로 이뤄져 있다. 원하는 목표를 이루는 사람들은 규칙 지키는 것에 예외를 두지 않고 지킨다. 운동해야겠다는 목표가 있다면 어떻게 운동할지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이루기 위해 규칙대로 행동한다. 


바벨은 없었다(...)


아이를 보고 규칙에 대한 생각을 하고 있는데, 동네 주유소에서 일하시는 분이 신나는 댄스 음악에 맞춰 스쾃을하고 계셨다. 횡단보도 건너기 전부터 하고 있는 게 보였다. 한 3분 정도 정자세로 제법 많은 횟수를 했다. 그분은 짬이 날 때마다 운동하겠다는 규칙을 세워 지키고 있던 것이다.


어떤 면에선 소중한 것일수록, 그것을 지키기 위해 규칙이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두 명을 보면서 규칙에 대한 세 가지를 생각하게 됐다. 1.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2.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3. 내가 세운 규칙은 진지하게 지킨다


앞 2가지는 실용 서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많은 책과 영상들이 시간 관리, 영어 공부, 운동 등 각자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걸 지키는 법을 다룬다. 하지만 세 번째만큼은 누가 가르쳐준다고 할 수 없다. 규칙을 진지하게 지키는 건 전적으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이다.


누구도 그 아이에게 그런 규칙을 지키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잘은 몰라도 스쾃을 하던 분도 돈을 받은 것도 아니고 협박을 받은 것도 아닐 것이다. 둘 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 시공간에서 그들은 그들만의 세상의 규칙을 세상 진지하게 지키고 있었다. 


내 삶의 규칙을,

나는 진지하게 지키고 있었나


이것저것 참 많은 규칙들을 지켜야지 생각하며 살았지만, 그 규칙들을 진지하게 지키진 못 했던 것 같다. 내가 세운 규칙을 진지하게 지키지 않을 거면 사실 애초에 만들지 않는 게 나았을 수도 있다. 진지하게 임해도 못 지킬 수 있지만, 진지하게 임하지 않고 안 지킨다면 그건 규칙이 아니거나, 그 '세계'에서 나가야 한다 - 차선 지키는 규칙을 못 지킨다면 운전을 하지 말아야 하듯.


하루 8천 보 걷기가 목표인데 퇴근 길에 걸음이 부족하다면 지하철 전 정거장에 내려와서 걸어올 수 있다. 아는 의사 선생님은 허리 건강을 위해 하루 1만 보 걷기를 몇년 동안 하고 있는데, 부족하면 거실에서 빙글빙글 돌아서라도 채운다고 한다. 척추 건강이 그 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기 때문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진지하게 지키는 것이다.


이번 주에 3가지 규칙을 세웠다. 1) 새로 일하게 된 곳에 출근 시간보다 여유 있게 도착하기 2) 통근 길에는 가능한 책 읽기. 3) 하루에 최소 5분 동안 집중해서 글쓰기. 외근이 있던 금요일 말고는 4일 동안 모두 성공했다. 길게는 1시간, 짧게는 20분 전에 도착해서 커피 한 잔과 함께 독서하고 글 쓰며, 목표 달성으로 하루를 시작하니 제법 뿌듯했다. 오가는 2시간 정도의 시간 동안 독서하니 사두고 오래 쟁여둔 책도 읽을 수 있게 됐고. 


이 규칙을 세운 건 횡단보도에서 아이를 만나기 전이지만, 세운 이유 중 하나는 '글쓰기'가 내게 중요하고, 진지하게 지킬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강제로 하는 게 아닌만큼, 내가 글쓰기를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면 글쓰기는 내 삶에서 지워질 것이다. 이번 주는 어떻게든 잘 지켜나가긴 했지만, 다음 주도, 앞으로도 조금 더 진지하게 내 삶의 규칙을 지켜나가야겠다. 글쓰기를 내 삶에서, 그 아이처럼 '나만의 세상'을 지키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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