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물러서서 얻은 평화

물러섬이 남긴 자유

by 출항일지

누구나 한 번쯤은 사람에게 신물을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정치질, 시기질투, 멸시, 험담, 계산적인 태도들….
내가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막히곤 했다.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을 좋아하는 내게, 인간관계의 그런 부정적인 면들은 늘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마음을 비우고, 기대를 내려놓게 되면서 조금 달라졌다.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지 않으니, 오히려 그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예전에는 조직에서 누군가가 더 우월해 보이려고 남을 깎아내리거나 험담을 하면, '왜 저럴까, 그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하지만 마음을 비운 뒤로는 '저 사람도 먹고살기 위해 애쓰는구나'하고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못나 보이는 행동조차 생존의 몸부림이라 여겨지니, 화가 나는 대신 연민에 가까운 감정이 찾아왔다.

그렇게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뒤로는, 자연스레 관용이 생겼고, 그 관용은 양보로 이어졌다.
조금 손해 보고 자존심 상하더라도, 양보하는 순간 마음이 더 가벼워지고 삶은 한결 윤택해진다.

양보하고 웃어넘기는 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자존감 없어 보이고 순진한 바보 같아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양보가 내 삶을 더 자유롭게 만든다는 것을.

물론 모든 순간에 물러설 수는 없다. 살다 보면 단 한 걸음도 양보해선 안 되는 순간이 있다.
그러나 그 외의 자리라면, 웃으며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오히려 나를 해방시킨다.

조금 손해 보는 것 정도는 인생에 큰 지장을 주지 않는다. 단, 물러설 수 없는 순간만 아니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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