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추억을 저장하는 테이프
나에게는 각 시기마다 유독 한 곡에 빠져, 백 번 넘게 반복해서 듣는 노래가 있다. 그렇게 들을 때면, 그 시기의 특별한 순간이 자연스레 음악 속에 스며든다. 그래서 어떤 노래는 특정한 시간과 장소, 그때의 공기와 마음까지 고스란히 담고 있다.
보통 같은 노래를 무한히 반복해서 듣는 건 혼자 있을 때다. 그래서 나의 추억의 노래들은 대부분 ‘나만의 기억’으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던 중,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어머니와 함께하는 이 순간을 음악에 담고 싶었다. 의도적으로 추억을 심어두려 한 적은 없었기에, 어떤 노래를 고를지 한참을 고민했다.
그러다 내가 평소 좋아하는 감정선, 그리고 지금 느끼는 감정에 꼭 맞는 멜로디를 가진 노래가 떠올랐다. 먼 훗날 이 노래를 들으며 이 길을 떠올릴 때 초반에 잠시 슬픔이 밀려와도, 그 슬픔을 넘어 해방과 지금의 행복한 추억만 남게 해줄 음악을 골랐다.
나이를 먹고 지켜야 할 것이 많아질수록 부모님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줄어든다. 언젠가 이 순간이 너무 그리워지고 다시는 이 순간을 누릴 수 없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이 길 위에서, 어머니와 나눈 하루하루를 음악 속에 저장하려 했다.
그래서 백 번 넘게, 같은 노래를 반복하며 산티아고 길을 걸었다. 언젠가 다시 이 멜로디를 들을 때, 스페인의 맑은 하늘과 따뜻한 햇살, 그리고 어머니의 웃음이 고스란히 되살아나기를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