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자뷰

by 출항일지

가끔, 지금 이 장면을 이미 한 번 살아본 것 같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분명 처음인 순간인데도, 마치 이미 봤거나 경험해 본 적이 있는 것처럼.


데자뷰가 뇌의 착각이라는 건 알고 있다.
기억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오류이고, 정보가 미묘하게 어긋나며 만들어지는 현상이라는 것도.


그걸 알면서도 이상하게, 데자뷰가 느껴지는 그 순간만큼은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이 찾아온다.
이성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내가 운명의 흐름 안에서 예정된 길을 따라가고 있는 것 같은 그 기분이 좋다.


나에게 데자뷰는 미래를 안다는 느낌이 아니라, 지금을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는 안도감에 가깝다.

데자뷰는 그렇게 나에게 지금 가고 있는 방향이 틀리지 않다고 조용히 속삭이는 것 같다.


나의 운명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수많은 선택과 결정을 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운명을 알 수 없다는 사실이 때로는 두렵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데자뷰가 나타나 나에게 잘 가고 있다고 속삭여 줄 때면, 그 순간만큼은 아직까지는 올바른 길에서 걷고 있다는 안도감이 든다.


그렇게 나는 앞으로 나아가며 또 다른 데자뷰를 기대한다. 운명은 알 수 없지만, 내가 한 선택들이 그 흐름 안에 있기를 바라면서.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청소를 미루던 나를 이해하게 된 이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