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지 않았던 선택
수많은 여행지 중, 내가 여행지를 선택하는 기준은 단순하다.
여행 유튜브를 즐겨 보지 않는 나는 각 여행지의 매력을 잘 아는 편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유 없이 끌리는 곳은 늘 있었다.
어떤 매력이 있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그냥 가고 싶으면 가는 것. 그게 내 여행 방식이었다.
그래서 산티아고 순례길은 나에게 상당히 도전적인 여행지였다.
800km를 걸어야 하는 고된 여행 방식, 내 관심사와는 거리가 먼 조건들, 무엇보다도 이유 없이 끌리는 감정이 전혀 없었다.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있는 내 모습은 상상조차 해본 적 없었고, 어떤 곳인지 알고 싶다는 마음도 들지 않던 곳이었다.
나 스스로를 잘 알기에, 이런 상황에서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주고 싶다는 마음 하나만으로 장기간 적성에 맞지 않는 여행을 끝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여행을 선택했다. 끌리지 않았지만, 이 기회를 외면하면 언젠가 반드시 후회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긴장과 드디어 어머니가 오랫동안 마음속 깊은 곳에 품어오던 소원이 시작된다는 설렘이 뒤섞인 채로, 나는 산티아고 프랑스길의 초입인 프랑스 생장에서 첫 발을 내디뎠다. 이 여행이 끝났을 때 무엇을 얻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도망쳤다는 기억은 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가짐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