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거, 그리고 출항
짧지만 정들었던 여의도를 떠나며, 나는 더 이상 육상에서의 다른 가능성에 미련을 두지 않기로 했다. 즉, 다시 바다로 돌아가기로 결심했다.
항해사라는 직업에 따라붙는 편견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육상에서 잘 지내는 듯 보였던 내가 다시 바다로 돌아가겠다는 결정을 남다르게 받아들여서였을까.
내가 다시 승선을 결심했다고 했을 때, 응원해 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누군가는 나의 선택을 자신이 정한 틀 안에서 해석했고, 어떤 이는 그것을 실패의 결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시선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모두가 나의 삶을 온전히 들여다본 것은 아니기에, 그들의 생각을 이해하되 굳이 해명하려 하진 않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이 선택이 내 안에서 비롯된 것이며 내가 원하는 삶을 지키기 위한 결정이라는 사실이었다.
나에게 배를 탄다는 것은 단순한 직업 선택이 아니었다.
그건 삶의 방식을 택하는 일이자, 어떤 환경에서 내가 더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지를 솔직하게 인정하는 일이었다.
육상에서는 늘 어딘가 애매한 위치에 머무는 기분이었지만, 해상에서는 적어도 내가 분명한 방향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어쩌면, 스물일곱 살 그 시절 내 앞에 놓였던 다섯 갈래의 길은 결국 모두 같은 길로 통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 여정은, 나에게 어떤 옷이 잘 맞는지 확인하고 앞으로의 긴 항해를 위한 연료를 채우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다시 평생을 바다에 맡기기로 결심하기 위해선 충분한 각오와 내면의 채움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잠시 멈췄다.
일을 내려놓고, 미래를 잠시 미뤄둔 채,
지금이라는 시간에 깊이 잠겼다.
남미로의 긴 여행,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
크로스핏, 수영, 골프, 테니스, 와인과 같은 자기 관리와 취미들.
그 모든 건 목적 없는 낭비가 아니라
다시 출항하기 위한 준비, 내가 바다에서 오래 항해할 수 있도록 하는 연료이자 원동력이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연료를 다 채우고 출항하여 다음 목적지를 향해 항해 중이다.
여러 갈림길 끝에서 목적지는 분명해졌고,
나는 그 방향을 향해 묵묵히 나아가기만 하면 된다.
앞으로의 항해에서 태풍을 만날 수도,
예기치 못한 악천후를 맞닥뜨릴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안다. 운명의 흐름에 몸을 맡기면,
나는 결국 내가 원하는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다.
조류의 방향은 목적지를 향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