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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윤 Mar 30. 2021

만족하는 삶

적당한 삶에 만족하며 살아가도 될까

  목표 지향적인 삶. 왜 나는 그런 게 없을까.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습성. 나는 왜 그런 게 없을까. 수학 짱이 되려면 한 문제를 오래 탐구해야 된다 했다. 나한테 그런 게 없다 했다. 한 문제를 죽어라 팔 바에야 비슷한 문제 백 문제 푸는 게 더 뿌듯했다. 그렇게 같은 문제 또 틀렸다. 짱이 될 마음 없었다. 의례적인 티타임에서는 인생의 목표가 무엇이냐 묻는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현재가 행복한 삶이요. 행복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해야 한다면 차라리 미래를 희생하고 싶네요. 왜 부끄러운 마음이 드는지. 현재지향적인 삶은 좋은 삶이라는 말을 왜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힘든지. 그렇다면 나는 내게 없는 것을 갈망하나. 성대한 목표를 세우고 그 삶을 이루기 위해 점진적으로 나아가고 싶은가. 자문하면 답은 또 안 나온다. 오래 고민해 보아도 긍정의 답은 안 나온다. 내 쪼대로 살고 싶으면서도 약간의 불편한 마음. 지금처럼 살고 싶거든요. 살고는 싶은데, 지금처럼 사는 게 맞는지는 모르겠어요. 세상에 맞는 삶이 어디 있어요. 그러게요. 불멸의 불편함을 안고 살아가는 삶.


  이 정도면 만족하고 살아야지. 만족. 초삐리 시절 일기장에서부터 숱하게 나온다. 별일은 안 했지만 오늘도 즐거운 하루였다. 오늘도 행복한 하루였다. 내 삶은 곧 만족이 익숙한 삶. 더한 것 바란 적 없이 살았다. 떼쓰는 짓은 엄마 피셜 다섯 살 때 시장바닥에 한번 드러누워 본 것으로 끝냈다. 여덟 살에 동생이 태어났다. 그리고 또 배려. 아기는 보살펴줘야 해. 나는 언니니까 양보해야겠다. 강요받아 본 적 없다. 왜 나는 늘 배려해야 하는 거냐는 생각이 든 적도 없다. 배려로 만족했다. 내 마음이 편한 대로 할 뿐이다.


  내 마음이 편한 것. 비 플러스 정도면 편하다. 적당한 것보다 조금 나은 정도가 되면 만족한다. 그럼 마음이 편하다. 보통 애보다 조금은 더 착한 애. 보통 애보다 조금 더 똘똘한 애. 보통 것들보다 조금 더 특별한 것을 가진 애. 그리고 사고의 끝은 나의 필요. 필요한 애. 특별한 애. 어느 집단이든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 다 고만고만하게 하더라도 내가 없으면 안 된다는 말이 듣고 싶어. 비 플러스 밭에서도 한 개는 에스 투쁠 받고 싶었다. 어느 관계에서든.


  이 사람에게 내가 있으나 마나 하는 존재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천년의 사랑도 접힌다. 나 없이도 잘 살아갈 사람과 깊은 마음을 나눌 수 없다. 서로에게 필수불가결해야 한다. 나를 귀하게 여기지 않으면 날이 선다. 꽤 피곤한 타입이다. 조직 차원에서도 같은 사고로 흘러간다. 이 회사에서, 이 팀에서 내가 필요한 사람일지를 끊임없이 검열한다. 더 많은 부와 명예를 안기 위한 수단으로 열심히 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속한 집단에서 당장 내가 꼭 필요한 사람이고자 열심히 한다. 어떻게 해야 더 쓰임 있는 사람이 될지를 탐구한다.


  요즈음은 이런 시야가 좁은 시야일까 고민한다. 익숙한 삶의 방식이 좁아터진 방식이라면.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데. 나무는 봤을까, 내가. 숲을 보려는 시도는 했을까. 나뭇잎 보는 게 더 재미있을 것도 같은데. 익숙한 나의 삶이 답답한 것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말한 사람도 없는데 눈치는 왜 보이는지. 만족만 하면서 살고 싶지도 않다. 누가 들으면 그래서 어쩌라는 건데? 싶겠다. 그 마음이 무섭다. 당장 해결하고자 하는 생각까지 도달하기가 힘든 건데.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 힘든 게 아니라, 아직 나는 그 마음까지도 못 갔다는 게 힘든데. 당장 해결해 주고자 할 것 같은 마음들이나 시선들이 두렵다. 그래서 말 안 하고 끄적이기나 한다. 구구절절 구질구질 한 자 한 자 자기 연민 애진다. 그럼에도 따뜻한 마음이 필요할 뿐이다. 위로와 존중을 줄 수 있는 멘토 같은 사람이 부재함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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