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채윤 Aug 28. 2021

제주 한 달 살이 (14)

2021년 8월 27일 금요일, 바다와 자유

  맑은 하늘에 흐르는 구름이 예쁜 날이었다. 창이 크게 난 카페, 내가 사랑하는 이호테우, 그리고 바다가 보이는 바에 갔다. 하루 종일 어딜 가든 온 감각에 힘을 풀고 들리는 것들과 보이는 것들에 집중했다. 잔과 잔이 부딪히는 소리를 들었고, 바람에 산들산들 흔들리는 표지판은 여유로워 보였고, 흘러가는 구름이 얼마나 빠른지 느꼈고, 작열하는 태양의 힘을 실감했고, 그만큼 힘 있는 태양 아래에 있는 물빛은 얼마나 찬란한지 느꼈다. 모래알이 반짝반짝 빛나는 것, 작게 빛나는 아름다움은 뷰파인더에 잡히지 않는다는 것, 역광은 사람들의 뒷모습을 행복하게 빛낸다는 것, 썰물은 또 다른 섬을 만든다는 것. 그 사실들이 아름다웠다.


인그리드
작열하는 태양과 이호테우

  해와 가까운 하늘은 먼저 붉어졌고 한참을 푸르던 반대쪽 하늘도 금세 저물었다.    바에서는 내가 좋아하는 tommy’s party 흘렀고, 음악과  어울리는 속도로 해가 떨어졌고,  떨어진  바다 끝의 배들은 점선 같은 불빛을 만들었다. 한참을 앉아 고민하다가도 하늘을 보고, 바다를 보고 있으면 혼자가 아닌 듯했다. 나를 위로해  바다가 보고 싶을  당장이고 바다를 보러   있다는 사실은 나를 무한한 자유 속으로 밀어 넣었다.


내도음악상가
매거진의 이전글 제주 한 달 살이 (1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