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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윤 Aug 30. 2021

제주 한 달 살이 (16)

2021년 8월 29일 일요일, 초록빛

  책장 위로 스미는 빛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책을 이리저리 돌려 보았다. 빛은 가만히 있어도 일렁였고 몸 위로도 스몄다. 반짝거렸다.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동화 같은 이곳은 누구든 카메라를 들게 만들었다. 이 빛을 찍은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이 순간에 이 빛을 볼 수 있다는 건 얼마큼의 행복일까. 수치로 증명할 수 있다면 얼마큼 가산해야 할까.


초록달 과자점

  요가 수업을 받으러 갈 시간이었다. 앉은자리에 빛이 그대로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잠시 발길을 붙잡혀 또 찍었다. 손등에 닿아 있을 때보다 소담한 빛이었다. 일렁이던 존재감은 어디로 숨겼는지. 그럼에도 어떻게 눈길은 끄는 건지.


내가 앉았던 자리

  온몸 구석구석을 이완하고 몸의 긴장을 쭉 풀었다. 놀라울 만큼 몸이 가벼워지는 것을 느꼈다. 수련을 할 때에도, 수련을 마친 뒤에도 세상을 채우는 소리는 새소리, 바람소리, 풀벌레 소리가 전부였다.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이 아니어도 바람 이는 소리가 크게 들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사람 하나 없던 납읍리는 고요했고, 평온했고, 잠잠했다.


애월 납읍리, 애월에만 스민 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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