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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채윤 Aug 31. 2021

제주 한 달 살이 (17)

2021년 8월 30일 월요일, 보호

  주말을 주말인 줄 모르고 살았더니 한 주가 시작됐는지도 몰랐다. 계획했던 약속은 흐지부지 어그러졌고, 바다를 보러 갈까 다짐했다가도 돌연 마음을 돌리고 청소를 했다. 밥을 해 먹으려다 귀찮아져서 주문한 첫 배달 음식은 해 먹느니만 못했고, 카페라도 나가 볼까 하던 마음까지 깡그리 사라졌다. 캔와인 한 캔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와인잔을 씻고 물기를 닦은 뒤 코스터 위에 올려놓고 휴대 전화를 들었다. 쌓여 있는 메시지들을 보고 한숨을 폭. 내려놓고 와인을 치웠다. 마시고 싶지 않아졌다.


  그런 날이 있다. 이거라도 할까 하다가 결국에는 아무것도 안 하게 되는 날. 기분 나쁜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아무와도 부딪히고 싶지 않은 날. 나를 보호하고 싶은 날이자, 내 기운을 아무에게도 나누어 주고 싶지 않은 날. 한 달은 매일을 여행자의 마음으로 살기에는 긴 여정이라 조금 더 '살고 있음'에 초점을 맞추어 살아가야 하는 듯하다. 서울이었으면 그러려니 하고 지나갔을 날. 나는 그저 이곳에서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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