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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브엔소닉 Aug 06. 2020

HOLA! 너를 데리러 갈게

가볍게 읽는 반페이지 리뷰_자우림

혜성같이 나타나 차트 1, 2위를 다투는 뮤지션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데뷔 이후 꾸준히 앨범과 새곡을 내고, 단콘의 매진 신화를 이루는 뮤지션은 많지 않다. 대중성과 상업성을 오래도록 끌고 가는 것을 간단히 히트곡 공식을 풀어서 만들 수 있을까? 교묘하게 다른 곡들을 짜깁기해서 잘 연결한 대가로 바랄 수 있을까? 마음을 드러내자니 유치(찬란)하고, 음악으로 남다르자니 악의적 의미의 ‘재즈’로 가고 싶어 지고, 결국 무대로 승부를 보자니 자꾸 개그 쪽이 탐나는 걸까. 음이 음악이 되는 것은 글자가 말이 되는 순간이다. 말은 순간을 속이기에 쉽지만 오래도록 속이기는 매우 어렵다. 말과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나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주기 때문이다. 지혜로운 현자의 말씀에 의하면 오래가는 뮤지션은 그의 음악과 그 사람이 정확하게 등호 (=)를 이룬다고 한다. 그러나 그것은 어렵다. 나 자신보다 드러난 나는 (훨씬) 더 잘나야 하니까. 있는 그대로의 나는 부끄러움 그 자체이니까.


자우림의 신곡이 나오지 않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다, 내게 자우림은 오랜 시간 스며들었다. 한곡, 한곡 실컷 듣다 보니 콘서트에 가고 앨범을 사고, 새곡을 기다리게 되는. 10대에 들었을 때 그 느낌, 20대에 들었을 때 그 느낌, 이제 30대에 접어들고 듣는 느낌. 취향도, 내 얼굴도 변해가는데, 새 곡을 듣고 기쁜 마음이 변지 않고 새롭다. 자우림의 새 앨범의 타이틀 <HOLA!>는 강원도 고성의 무대에서 처음 라이브로 선보여졌고, 홈쇼핑 방송을 통해서 연주되기도 했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컨셉에 잘 어울리는 포석이라고 생각한다. ‘너를 데리러 갈게’로 시작하는 가사는, 밝고 힘찬 곡에 가사는 햇살처럼 따뜻한 위로와 자유로움을 담았다.


https://youtu.be/KHKSaL-57pU

자우림 2020 신곡 HOLA! M/V


2020년, 위로는 희망과 함께 입을 다문다.

처음에는 위로와 경계 - 함부로 위로도 할 수 없을 만큼 위로의 대상이 도처에 널려 있음 - 침묵.

20이 두 번 반복되는 이 재미난 해, 1월에 나는 올해 공연 포스터를 많이 만들고 싶었다.

그럴 수가 없다.


아마도, 장마는 이제 그만 포기하라는 쐐기다.

쉬어라, 그만 쉬어라.

제발 그만 좀 쉬어라.

균형을 찾는 자연의 언어는

‘멈추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람이 떠난 공연장에는 새가 둥지를 틀고, 작년에 보지 못했던 벌레들이 떼를 지어 매일매일 목숨을 걸고 땅의 지분을 주장한다. 아파트 경비실 앞에는 매일 같이 산처럼 쌓이던 택배들도, 쓰레기도 좀 줄어든다. 대체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이토록 강력하고 충격적인 방법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때,

그냥 음악을 듣는다.


‘자줏빛 비가 내리는 숲이라는 뜻’의 밴드 자우림의 상상이 이뤄지는 곳으로 갈 것이다.

노래하는 데로 된다더라.




<가볍게 읽는 반페이지 리뷰> 시리즈

전시, 공연, 음악, 음반, 책, 영화에 대한 반페이지 리뷰입니다,

일상을 한 단계 높여주는 문화 이야기입니다.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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