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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브엔소닉 Sep 02. 2020

사랑의 슬픔, 사랑의 기쁨

[DAY2] 30일의 기록 (클래식/2020/09/02)

여름이 끝나가도록,

비는 그치지 않고.

상념이 씻겨 내려가질 않는다.


빗소리와 현악기를 함께 들으면 유독 슬프다.


첫사랑은 어쩌면 현실보다 상상에 가깝다. ‘첫사랑’이라는 말을 회자할 때쯤, 이미 사라진 강렬함과 시간. 상처는 과거의 시간을 기록한다.


<사랑의 슬픔 그리고 사랑의 기쁨>을 들어보면, 슬픔을 기쁨보다도 앞에 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슬픈 사랑이야 말로, 이룰 수 있는 현실적인 사랑이고, 기쁨을 누리는 사랑은 거의 종교에 가깝다는 것. 이 곡의 사랑은 사랑하고 있는 현재의 감정보다는 과거의 것을 회상하는 듯 아련한 느낌이 든다. 이야기하듯 풀어가는 멜로디는 사랑의 풍부한 감정들을 연극의 독백 무대를 보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이 곡을 들으면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소설 <콘트라베이스>가 떠오른다. 계층이 분명하게 나뉘는 오케스트라의 무대에서 가장 낮은음을 담당하며 음악적 존재감이 가장 낮지만 덩치는 가장 커서 짐짝 같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하는 남자의 독백이다. 그가 사랑에 빠진 대상은 가끔에야 마주치지만 눈길도 얻을 수 없는 저 높은 곳의 음을 연주하는 소프라노 가수이다. 그의 사랑은 상상 속에서나 가능하며, 무대를 망쳐놓는 미친 짓을 하지 않고는 그의 사랑을 표현할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어떤가. 대부분의 첫사랑이 그토록 치기에 가깝지는 않을까. 그래서 슬픔이며, 그 이후에야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https://youtu.be/-QQOc2NGe-0​​

프리츠 크라이슬러 <사랑의 슬픔 그리고 사랑의 기쁨>


작성: 콜라브엔소닉 (thauma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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