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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콜라브엔소닉 Sep 04. 2020

백조의 호수

[DAY4] 30일간의 기록 (클래식/2020/09/04)


야생상태의 동물을 마주한 경험은 매우 특별하다. 공식이 다른 존재, 그와 나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이슬란드의 수도 레이캬비크에는 무릎팍 높이의 물을 가둬 만든 네모난 연못이 있다. 이 넓은 연못에는 백조와 오리 떼가 한데 섞여 살고 있다. 얼음이 얼면 동네 아이들이 스케이트도 탄다. 가끔 식빵을 나눠 주러나 온 시민들을 구경했는데, 여차하면 오리 떼가 단체로 매섭게 쫓아오며 삥(?)을 뜯는다. 천적이 없는 이 오리 떼들은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떼로 무리 지어 다니니 힘도 좋고 무서울 게 없다. 꽁지를 내빼는 건 무리가 없는 내쪽이다. 그 와중에 백조의 우아하고 큰 날개를 본다. 물 위에 떠다니는 모습은 오리 떼와 그들을 구분 짓는 경계가 느껴지곤 한다. 인간 따위는 안중에 없다. 회색빛 하늘을 비춘 회색빛 연못에 식빵을 뜯어 던지면 새삼 마음이 평화롭다. 식빵 조각이 떨어지는 그곳이 지옥이다. 주말 오후는 오리떼에 식빵을 던져주는 것이 일과인 단순한 삶이 자못 그립다.


호숫가에서 발견한 백조떼는 이상화 하기에 충분할 만큼 신비로운 힘이 분명히 있다. 오리처럼 덤벼들지도 않는, 마치 다른 시공에 사는듯한.


<백조의 호수>의 백조는 냄새도 나지 않으며, 호숫물은 투명하고 푸르른 하늘을 비추는 것 같다. 백조가 물 위를 줄지어 떠가는 모습을 보면 묘하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것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구정물, 쓰레기 국물 위에 떠있어도 그들은 평화로움과 우아함을 잃지 않을 것만 같다. 그런 절대적인 평온을 떠오르게 한다.


혼란스러운 시간이 기약 없이 흘러간다. 그럼에도 호수 위의 백조의 역할은 절대적인 평온. 이곡은 그것을 다시금 떠오르게 한다.


https://youtu.be/yJdh84BEiQ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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